"얼마의 돈이면 가족과 친구를 버릴 수 있을까" 물었더니 응답자 2명 중 1명(50.8%)은 "10억원 이상이면 부모 형제 연인도 버릴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100명 중 1~2명은 1000만원 미만이라도 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가족 간 '쩐의 전쟁'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현실이 됐다. 특히 부모의 사망 이후 상속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급속히 늘고 있다. 그런데도 문화적인 이유로 유언장 작성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 PB팀장은 '사후에도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원한다면 반드시 유언장을 작성하라'고 설파한다.
자산가 고객들이 세상을 떠난 뒤 유산을 놓고 가족들이 서로 반목하고, 소송에 이르러 변호사까지 직접 주선하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을 수없이 겪었기 때문이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기게 되는 가장 소중한 유산은 바로 자녀들이거늘 그 가족들이 '준비하지 않은 죽음'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다면 그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요?"
그는 "명문화된 유언이 있어야 자녀들이 부모의 뜻을 보다 쉽게 받아들이고 따르는 경향이 있다"며 "유언ㆍ상속에 대한 대비를 서두를 것"을 당부했다.
Q. 명문화된 유언을 남겨야한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나.
A. 고려 태조가 그의 자손들에게 귀감으로 남긴 10가지의 유훈(遺訓)인 '훈요십조(訓要十條)'를 떠올려보라. 당시 후손에게 남긴 재산은 없어졌어도 그 뜻은 남지 않았는가.
이처럼 죽으면서 가족에게 남겨야 할 것은 부모의 삶이 담긴 메시지다. 유언은 자녀에게 쓰는 사랑의 편지다. 아빠(엄마)가 마지막으로 전해주는 편지 1장이라고 생각해라. 요즘에는 물질적 가치가 중시되면서 유언이라고 하면 흔히 남겨주는 재산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의 뜻을 남기는 것이다.
Q. 가족 간 재산 분쟁을 막으려면 특히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A. 어르신들은 흔히 딸에 비해 아들, 특히 장자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때문에 어르신은 재산을 잘 분배해놨다고 생각하는데, 사후에 자녀들 간에는 분쟁이 벌어지는 원인이 되곤 한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아들, 딸 구분 없이 똑같이 나누지는 않더라도 유류분(遺留分·상속인에게 인정되는 최소한도의 상속 지분)은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분배하는 것이 좋다. 또한 부모의 병간호를 했거나 사업을 일으키는데 도움을 준 자녀일 경우에는 그 기여분도 배려해야 한다.
Q. 유언장 작성 시 꼭 갖춰야 할 법적 형식은?
A. 유언장은 공증인인 변호사가 작성하는 '공정증서 유언'과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자필증서 유언' 등이 주로 쓰인다.
자필증서 유언은 본인이 반드시 자필로 내용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쓰고 날인해야 한다. 또 이 경우 반드시 법원에서 검인 절차를 받아야만 유언장으로서 유언집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공정증서 유언은 변호사 앞에서 유언을 구술하면 공증인이 유언장을 작성하는데, 2인 이상의 증인이 필요하다. 법적인 증거 효력이 높지만 상속 금액에 따라 최대 수백만원의 수수료가 든다는 단점이 있다.
근래에는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유언서를 보관해주거나 유언의 집행업무를 처리해주는 신탁상품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공정증서 유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고(우리은행 유언신탁의 경우 기본수수료 20만원, 관리수수료 연 5만원 수준), 자필증서 유언의 경우처럼 분실이나 위조의 위험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Q. 상속을 위한 재산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유산이라고 해서 가능한 많은 금액을 남기려하기보다는 노후에 쓰고 남은 돈을 물려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높다면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산의 비율을 다시 조정할 필요도 있다. PB센터에서는 재산 포트폴리오를 분석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이를 팔아서 현금화하는 방안까지 함께 검토한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노후에는 현금 자산을 충분히 준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요즘에는 고령화로 1ㆍ2차 상속(예컨대 80대 부모, 60대 자녀가 동시에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 등)이 단기간에 일어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도 고려해야 한다.
유언장을 작성할 때 미리 상속세 평가를 받아본 뒤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유언장을 작성한 뒤 시간이 많이 흘러 자산가치의 변동 등이 일어났다면 이를 반영해 다시 수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Q. 유언ㆍ상속을 고려할 때 도움이 되는 금융상품이 있다면?
A. 상속세를 줄이려면 보험의 '종신정기금'을 잘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상 아내들이 남편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아내 앞으로 연금을 종신토록 수령토록 하면, 수령기간이 길어질수록 큰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상속 시점부터 75세까지 받을 연금만 상속세 과표에 포함해 과세하기 때문에 75세 이후에 받는 연금은 비과세된다. 만일 90세까지 생존해 계속 연금을 받는다면 15년치 연금은 과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연금보험이나 종신보험 등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금을 수령할 때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고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도 제외되는 이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