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문화의 정신적 지주라고 주장하는 그리스가 이제 유럽의 애물단지로 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가부도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5월 데드라인에서 설사 구제금융이 제공된다 하더라도 그리스의 행태로 봐서는 결국 국가부도 쪽으로 갈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물론 아직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다. 독일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리스가 개과천선하면 된다. 하지만 상황은 상당히 유동적이다.

독일이 결심을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안 먹고 안 입고 고생해 번 돈으로 흥청망청 놀면서 빚더미에 앉은 먼 친척을 돕기가 내키지 앉는다. 이번에 봐 준다고 제 버릇 고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독일의 고민이다.


반면 그리스도 기분이 상했다. 우리가 먹고 놀았으면 얼마나 썼다고 그까짓(?) 600억달러 가지고 자존심을 밟느냐고 들이댄다. 저변에는 유럽문화의 원조라는 자부심도 있고,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그리스에서 한 못쓸 짓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도와줘야 당연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주지하다시피 오늘 날 유럽은 북방의 게르만 즉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북부 이탈리아는 게르만 계통이다)가 주력부대이고 남방계인 라틴 즉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남부지방), 그리스는 변방부대로 구분돼 있다. 와중에 동구의 슬라브계는 아예 명함조차 내밀기 어렵다.


그런데 사실 북방 나라들은 남방 나라들을 유럽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데 인색하다. 과거에는 피레네산맥(프랑스와 스페인 국경)부터 아랍이 시작된다고 빈정대기도 했고, 이탈리아는 로마를 경계로 북부지방 사람들은 남부 이탈리아 사람들을 아프리카인 정도로 쳐다보는 경향이 있을 정도로 지역 차별이 뿌리깊다.

아무튼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는 16개 유럽연합국가들의 갈등이 깊어 진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을 골로 보내자니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까 걱정이다. 또 나아가 글로벌 전체의 제2 금융위기 쪽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힘들다.

전문가들도 예단하기 쉽지 않다. 혹자는 찻잔 속 태풍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혹자는 잘못하면 글로벌 전체가 구정물 뒤집어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슬란드의 화산재가 전 유럽의 항공망을 마비시켰듯이 그리스라는 작은 사고가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하긴 리만이 망해 전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됐으니 이런 불안감은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도 골드만 삭스를 겨냥해 투자은행 손보기에 나서고 있고, 중국도 부동산 버블을 잡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마치 독일이 그리스의 방만한 생활태도를 고쳐보겠다고 나선 거나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의도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변질되면 출구전략과 맞물려 급작스러운 경제상황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늦은 봄 날씨가 졸지에 엄동설한으로 바뀌듯 조그마한 균열이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하나씩 냉정하게 따져보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확률은 상당히 낮다. 지구 반대편인 우리가 걱정하는 것 이상 독일과 프랑스가 고심하고 있을 것이고, 만에 하나 그리스와 포르투갈이 국가부도 사태까지 간다 하더라도 불길이 피레네산맥을 넘기 쉽지 않다. 한편 미국의 경우 골드만 삭스는 그야말로 정치적 의도 외에 경제적 파장은 제한적이다.

골드만의 사기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될지도 의문이지만 주요 고객들의 골드만에 대한 신뢰는 불변이다(Business week 5월2일자 기사 인용). 골드만을 대체할 투자은행이 없다는 것이 고객들의 결론이다. 따라서 법률시비와 상관없이 골드만은 생존할 것이고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또 중국의 경우 부동산 버블 발생을 막기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 범위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최소 8~9%의 경제성장은 지상목표다.

더구나 지금 세계는 유동성 홍수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Financial Times 4/28자 칼럼 인용). 미국 경제도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 중이고 지난 1분기 중국은 11.9%, 한국도 7.8% 성장을 했다. 그리스 사태는 최근 과열(overheating)된 자신감을 조정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또 상황이 악화되면 출구전략이 늦춰 지거나 각국 정부의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을 촉진시켜 수년 후 글로벌 경제체질을 매우 건강하게 개선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4월 달에 기상관측 사상 최저 기온을 보인다고 겨울이 오거나 여름을 건너 뛰는 것은 아니다. 잠시 미루어 질 뿐이다. 어쩌면 너무 빨리 사라지는 봄이 아쉬워 더 잡아 두고 싶은 계산일지도 모를 일이다.

주가도 성급히 오르지 말아야 길고 오래 간다. 상승장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음을 의심할 이유가 “현재로서는” 없다. 주가가 빠질 때 마다 좋은 종목 사두고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