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특별한 능력과 재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특별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하는 직업을 지닌 사람들이다. 예술가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보다는 생각으로 바라본다. 생각에 의해 결정되는 여타의 그림들은 감성이 묻어있다 말하고, 새로운 창의성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자연의 풍경을 그림으로 옮기거나, 생각을 표현하거나 특정한 물건을 통해 쉴 틈 없이 우리사회와 대화를 시도한다.
서정학, some space2(어떤공간), 한지, 70x70cm, 2010
한편으로 어떤 화가는 미디어에 의해 현혹당하는 허구성을 꼬집기도 한다. 서정학의 <어떤공간>은 문자가 인쇄된 한지로 구성된 작품이다. 돌돌 말려진 한지를 세로로 잘라 나뭇가지를 붙이듯 반복적으로 붙인다. 일상의 풍경이나 정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멀리서 얼핏 보면 덕지덕지 발려진 물감덩어리와 흡사하다. 한글이나 한자가 쓰인 한지를 자르면서 생활과 밀접한 사건들을 나열한다.
이성적이거나 관념적으로 해석할 방법도 없다. 한지를 마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위한 문자를 말고, 현대사회의 정보를 비튼다. 하나를 네 등분으로 나눠 각개의 독립적 구조로 유지시키면서 전체적인 조화와 순응의 관계를 만든다. 하나는 한사람이며, 사각의 틀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규범이 되고 만다. 화가는 언어에 의해 단절되고 분절되는 사회 문제는 도덕적-윤리적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에 의한 판단은 유보돼야 함을 이야기 한다.
박정수 갤러리바이올렛 관장의 연작 칼럼 '미술품 투자와 감상법'과 '박정수의 미술감상법'을 이번호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