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덕2단지 재건축사업의 시공사를 결정하는 5월1일을 두 달 여 앞둔 시점. 시공사의 입찰 방식을 결정하는 대의원회의를 앞두고 ‘잘 봐 달라’며 대형 건설사 부장이 조합 대의원에게 봉투를 준 일이 뒤늦게 밝혀졌다. 봉투 안에는 백화점 상품권 50만원권 10장이 들어있었다. 조합의 대의원이 100여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건설사가 이 재건축 단지에 5억원 가량의 금품을 뿌렸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 15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건설사간 진실공방이 계속됐다. 대우건설과 두산건설이 고덕6단지 재건축사업 참여조건을 두고 상호비방전이 극에 달하면서 조합원들이 혼란에 빠진 것. 이른바 ‘D의 전쟁’으로 불리는 재건축 수주전은 브랜드 대 무상지분율의 싸움으로 대변되기도 했다.
 

강동의 재건축 수주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1일 총회가 결렬된 고덕2단지를 비롯해, 15일 시공사 총회가 있던 고덕6단지 등 강동의 주요 재건축단지의 수주전이 흙탕물 전쟁으로 그려지고 있다.

고덕6단지의 수주전에 참여 중인 또 다른 건설사는 시공사 선정 기준 관련 자료집을 내고 경쟁사의 과오가 드러난 기사를 묶어서 살포했다. 이에 대항하는 건설사는 언론사에 실제 ‘재건축 트랜드가 바뀐다’는 보도자료를 뿌리고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각 사별로 홍보도우미와 영업사원의 수는 각각 100명 정도다. 건설사는 이들을 이용해 상호 비방용 유인물 살포를 서슴지 않는 등 과열양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고덕지구의 재건축단지는 2~7단지다. 이미 재건축을 완료한 고덕 1단지와 공무원아파트인 8단지, 재건축 연한을 갖추지 못한 9단지 등은 제외된다. 여기에 고덕시영아파트와 둔촌주공까지 합치면 재건축 대상 가구만 1만6000가구 이상이다.
 
사업비 규모도 엄청나다. 둔촌 주공의 사업비가 4조원으로 알려진 가운데, 비교적 사업비가 큰 고덕 2단지 1조~2조원을 비롯 모두 8조원 규모의 돈이 강동의 재건축사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강동발 8조원 전쟁의 전장은 재건축 단지였다.

재건축 수주전, 뜨거운 까닭은?

건설업계는 강동 일대의 재건축 수주전이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 건설업계는 과도한 수주가뭄을 겪었던 터다. 주택경기 하락과 해외수주실적의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 재개발 사업만큼 쏠쏠하고 안전한 먹거리는 흔치 않다.

재건축시장의 매력은 절반 이상의 입주자가 확보된 안정된 사업이라는 점이다. 재건축 조합에서 입주자를 자체적으로 소화해 준다.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알짜배기 입지에 놓여있어 일반분양분 역시 미분양 리스크가 크지 않다.

7월1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공공관리제도 시행은 사실상 재건축사업의 막차 경고음이나 다름없다. 공공관리제도가 시행되면 시공사 선정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늦춰지고 서울시 요구에 따라 사업자가 선정돼 조합의 자율성이 낮아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공공관리제도가 시행되면 통상 재건축 연한이 1년가량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재건축시장의 관행도 과다경쟁을 부채질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업계에 관행적으로 뿌리박혀있는 사업장 관리가 수년 전부터 있었던 만큼, 외부 참여자가 들어올 경우 비방이나 금품살포로 밥그릇을 챙기려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조합들에 선물공세와 조합운영비를 꾸준히 지급했던 건설사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다른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들고 나온다면 ‘본전 생각’에 뇌물이나 비방의 유혹에 사로잡히기 쉽다. 이른바 ‘죽쒀서 개주는 꼴’은 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무상지분율 전쟁, 합종연횡 불사

고덕2단지 시공사 선정 총회가 파행을 맞은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다른 곳에 있다. 고덕 6단지의 무상지분율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무상지분율이란 조합원이 재건축 이후 추가부담금 없이 현재 면적 대비 입주할 수 있는 면적의 비율을 나타내는 말로, 무상지분율 200%라면 재건축 전 면적의 2배까지 부담금 없이 집을 늘릴 수 있게 된다.

가장 큰 이슈를 몰고 온 곳은 두산건설이다. 두산건설은 174%의 무상지분율을 제시하며 6단지 뿐 아니라 2단지까지 파급력을 발휘했다. 그동안 유력한 수주 1순위였던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에 대해 고덕 2단지 조합원들은 ‘왜 6단지 수준의 무상지분율을 제시하지 못하냐’며 단독 입찰제안으로 선회했다. 사실상 수주를 목전에 두었던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이 다른 사업장의 입찰제안으로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고덕2단지의 건설사별 사업제안조건을 살펴보면 삼성·GS 컨소의 무상지분율은 137%, 대림산업이 133%, 코오롱건설이 132%를 제시한 바 있다. 통상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의 무상지분율은 낮은 반면, 반대의 경우는 높은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고덕6단지 내에서는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당초 이 지역은 두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가 입찰 과정에서 갈라서면서 새로운 입찰을 기다리고 있다. 두산건설이 단독으로 입찰하는 반면 포스코건설은 현대건설과 손을 잡았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은 2단지 수주를 위해 6단지는 발만 담그는 식으로 내비치고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건설사별 입찰내용을 통해 무상지분율을 살펴보면 2단지에 이어 또다시 손을 잡은 삼성물산·GS건설이 133%, 포스코·현대건설이 151%, 대우건설이 162%, 두산건설이 174%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경쟁자가 되는 강동의 재건축 수주전의 최종 승자는 늦어도 7월이면 대부분 가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