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로 지지난주에 코스피지수 1647.50까지 단기 폭락했던 증시가 지난 주말에는 1695.63까지 올라 마감하면서 일단의 반등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리스 문제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것도 아니었고 이미 알려져 있던 문제로서 이번에 전 세계 증시가 동시에 폭락함으로써 많은 투자자들이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동안 낙관론으로 시장을 전망하던 기관 중에서도 조심스러운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습들도 나타났습니다. 그리스 사태로 인하여 앞으로 증시가 어떻게 움직여갈 지에 대하여 기술적 측면, 수급의 측면, 경제 펀더멘털의 측면, 그리스 사태의 본질 등, 여러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시각으로도 구분하겠습니다.

거래대금이 단기저점 1647.50을 찍던 5월7일 금요일에 7조4550억원, 5월12일에 7조3000억원으로서 지난 1월7일 이후 최대 거래가 발생하였습니다. 상승 시 거래대금이 폭발하는 지점은 흔히 단기 저항선이 되고, 하락 시 거래대금이 폭발하는 지점은 흔히 단기 지지선이 됩니다. 물론 절대적은 아니고 확률적으로 그러합니다. 따라서 재반락 시에는 대량 거래가 발생하였던 지점인 5월7일의 지수가 단기 지지선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만약에 그 지수대를 깨고 내려가게 된다면 2월 초 저점을 향하여 하락속도가 다시 또 빨라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면 5월7일의 지수가 단기 지지선이 아닌 단기 저항선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합니다.

중기적으로는 최근에 늘어났었던 거래가 다시 줄어드는 조정기간을 거쳐야할 것입니다. 그 뒤에나 본격적인 방향모색이 다시 이루어질 터이므로 기다림이 필요할 것입니다. 거래가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시점에서 시장의 방향에 편승하면 무난합니다. 대개는 장기적인 추세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 세계에서는 미래에 대하여 지나친 확신은 금물입니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대세의 하락 전환까지 거론하기는 아직은 너무 이릅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하강하는 추세에서 그리스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니라 경기기 회복되는 추세에서 벌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기 하강 추세에서 악재가 터지고 불확실성이 증폭되면 하락의 폭이 상상을 뛰어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에 경기 상승 추세에서는 악재가 터지고 불확실성이 증폭되면 위기가 기회가 되곤 합니다. 세계 경기 회복속도가 넘어가야할 산이 많이 있음에도 예상보다는 원활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신흥국가들의 회복세가 두드러집니다. 그중에서 한국이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임을 참고로 해야할 것입니다.
 
그리스 사태가 실질적인 수치상으로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의 크기는 미국발 금융위기와는 비교가 안 되게 작습니다. 유럽 주요국 은행들의 해외대출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0.1~4.3% 수준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미국발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사태와 더불어 전 세계로 퍼져나간 파생상품의 부실 규모를 알기 힘들었기에 위기에 대한 수준을 예측하기 힘들어서 공포감의 확대가 더욱 심화되었었습니다. 선제적인 발 빠른 대응도 어려웠습니다.
 
이에 반하여 그리스 사태는 재정적인 문제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위험의 규모가 드러나 있는 것이라서 대응하기가 좀 더 수월합니다. 다만 프랑스와 독일 은행들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전체에 대한 대출비중은 20%를 넘기 때문에 PIGS 전체로 위기가 확산되는지 여부에는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아야할 것입니다.
 
시장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종종 크게 작용하게 마련이며 불확실성이 매우 큰 아주 먼 미래까지 미리 당겨서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변동성은 언제라도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는 거대 자금들도 있어서 그들에 의한 시장 분위기 조성 및 교란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큰 강물에서는 홍수로 인하여 일시적인 역류가 발생하더라도 큰 흐름까지 완전히 바꾸기는 힘듭니다. 유로존의 붕괴까지 원하지 않는다면 위기 확산의 차단을 위한 해법이 모색될 것이고, 세부적인 이해관계가 엇갈리더라도 국가들 사이 경제의 상호 연관성이 밀접한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이 모색되리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주도주 측면에서 보겠습니다. 한국 주식시장 내면을 들여다보면 최근 그리스 사태로 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여있을 때 시장의 주도주인 현대차, 현대모비스, 삼성전기, LG화학 등은 신고가를 다시 또 갱신하였습니다. 주도주들이 신고가을 갱신하고 있을 때에는 서둘러 대세 하락을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설사 장기적인 대세 하락으로의 전환이라도 중기적인 되돌림을 충분히 주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대응할 시간을 충분합니다. 즉 나중에라도 빠져나올 시간은 있습니다.
 
최근 외국인 매매 동향을 살펴보자면 5월7일 그리스 사태의 절정에서 외국인은 1조2456억원을 순매도하여서 사상최대의 순매도를 기록하였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 공식적으로 외국인 매매 집계를 시작한 1998년 4월 이후 최대 순매도 기록은 2007년 8월16일 1조326억원의 순매도였는데 이를 크게 넘어선 것입니다. 외국인 순매도가 1조원을 넘은 기록은 2008년 1월16일 1조172억원, 2008년 1월18일 1조92억원 등 도합 3번 있었습니다.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국인이 이번에 사상 최대의 대량 순매도를 한 것에 비하자면 오히려 시장의 움직임은 차라리 양호하였다고 평가됩니다. 개인과 기관,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대량매수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시장이 크게 빠질 때에는 시장에 들어오겠다는 의지가 크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연기금에서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인 추세입니다. 또한 설사 앞으로 낙폭이 심화되더라도 올해 상승장에서 매수하지 못하고 주식시장을 바라만 보던 개인들 중에서 매수할 좋은 기회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시가총액대비 예탁금 비중은 2008년 10월에 코스피가 1200~1300대일 때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고비가 지난 뒤 주식시장이 많이 상승했지만, 주식시장이 상승한 정도에 비하여 예탁금은 훨씬 더 많이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잠재적인 매수 체력은 여전한 것입니다. 삼성생명 주식 공모에 20조원 가량이 모여든 것을 보면 시중의 유동성은 크고, 주식이라도 위험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될 때 들어올 수 있는 대기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매매에서는 누적순매수에 비하여 누적순매도가 매우 크게 늘어나 있습니다. 즉 미래 언젠가 베이시스 호전 시 프로그램에서 매수 들어올 수 있는 금액이 매우 큰 상태입니다. 이상과 같이 수급상 시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잠재적인 체력은 결코 작지 않은 상태입니다.
 
올해 들어서 꾸준히 매수를 지속하였던 외국인의 누적순매수 규모는 4월30일에 11조원까지 늘어났다가, 5월 들어 대량 매도로 인하여 (5월14일 기준) 8조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지수 1600 이하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1조원 밖에 안됩니다. 즉 외국인이 올해 대량으로 매수하였지만 아직까지는 이익을 별로 내지 못한 상태입니다. 한국의 경제 상황이 양호해지는 시기에, 앞으로 굳이 손절매까지 하면서 한국주식시장을 떠날 자금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입니다. 과거 경험상 외국인은 장기적으로는 수익 낼 가능성이 크다는 가정을 버릴 근거도 없습니다.
 
다만 그리스 사태 이후로 위험 회피 현상이 강화되고 일부에서 차입 축소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한국 관련 해외 뮤추얼펀드에서 2주째 자금이 유출되고 있습니다. 한국시장에서 매도하는 것은 주로 유럽 금융권으로서 자금 부족에 대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영미계 자금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이머징마켓에 대한 상대적인 선호도는 지속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국내 증시의 12개월 예상PER은 10배 수준에 불과하고 재무적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시기에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꾸준할 것입니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가 대세 상승기의 전반부에 해당한다면 휴식을 취한 후, 즉 충분한 조정을 거친 뒤에는 후반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있습니다. 전반부에서 시장의 상승률을 크게 초과하는 주도주들이 IT, 자동차, 화학주 등에서 나타났다면, 후반부에서 나름대로 새로운 주도주들이 탄생할 수 있으므로 대세의 큰 사이클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의 기회는 남아있을 것입니다. 대형주에서는 2%대로 크게 낮아진 수신금리를 올리고 대출활동이 지금보다 활발해지면서 은행주, 증권주, 보험주 등의 움직임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중소형주에서는 매우 낮은 PER의 상태에 머물면서 수익대비 저평가인 종목들,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인 종목들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에 가치주의 부상도 기대됩니다. 경기 회복이 이어지고 있는 시기에 비관적인 생각에 몰입되기보다는 그리스 사태를 더욱 멀리뛰기 위해 움츠리는 시기로 간주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리스 사태의 근본 배경에는 유럽통합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단일 유로화 체재가 있습니다. 작년에 유럽 국가들의 GDP 대비한 경상수지가 독일은 4% 흑자인 반면 그리스는 8.8% 적자, 포르투갈은 10.2%, 적자입니다. 단일 유로화 체재에서는 각국의 경제 상태에 따라서 각국의 환율이 유연하게 변하는 통화의 메커니즘이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통화 정책에 변화를 줘야할 필요성이 생겼을 때 문제 해결이 힘듭니다.

이번 그리스 사태는 유럽연합(EU) 출범 이후 언젠가 한번은 겪고 지나가야할 과정으로서, 정치적 통합 없이 경제적 통합이 힘든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로화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유럽연합 통합 프로젝트가 어찌되어갈 지 지켜보는 것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미래에 세계 속에서 유럽 경제 대비한 중국, 인도, 한국, 인도네시아 등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의 위상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호재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