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 이후 전문가들이 글로벌 금융상황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다. 비관론에서 낙관론까지 각양각색이다.
 
미국 헤지펀드의 대가인 오크트리캐피탈(Oaktree Capital)의 하워드 마크(Howard Marks)는 주식을 팔고 안전한 하이브리드채권(고수익채권이나 CB, BW 등)으로 이동하라고 말한다.
반면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Pimco)는 이제부터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으로 가라고 충고한다. 얘기를 들어 보면 둘 다 논리적이다.
 
마크는 세계 경제가 상당 기간 고생을 더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 맞는 말이다. 미국은 최근 거시경제지표가 상당히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여전히 9.9%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팍팍하다. 지난 20년 간 미국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민간부분의 소비가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복귀하지 않는 한 좋은 시절은 갔다는 것이 그의 소견이다.
 

한편 핌코는 경제회복과는 별도로 채권 가격이 너무 '고평가'돼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둔다. 70년 만에 최저 금리로 채권 가격이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수준까지 왔기 때문에 이제 내려갈 일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말 또한 맞는 얘기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금리인 현 수준의 채권수익률을 오랫동안 감내할 투자가는 없다. 더구나 시기의 문제이지 출구전략 시행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채권가격은 자동으로 하락하게 돼 있다. 정답을 보고서도 채권을 매수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두 진영 모두 절반의 정답이다. 이와 같은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적정가격(Fair Value)에 대한 전문가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채권과 주식 혹은 부동산과 원자재의 적정가격에 대한 논쟁이다.
 
비근한 예로 미국의 주택가격의 경우 고점에서 평균 30% 하락했기 때문에 이제는 사도 된다는 논리와 아직 더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여기에는 주택담보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 고정금리로 집을 사면 다운 사이드 리스크는 별로 없다는 점도 논쟁에 끼여 든다. 
 
유가의 경우 배럴당 80달러면 원유생산국이나 수입국이나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급균형점이라는 의견과 최소 120달러는 가야 한다는 공급부족론과 50달러까지 떨어져야 한다는 원유수요 감소론이 서로 부딪힌다.
 
특히 철강석의 경우 생산업자의 단합으로 과도한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에 중국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하더라도 현 수준에서 30% 이상 하락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과 철강석 개발의 한계론으로 현 가격이 적정하다는 주장이 다툰다.
 
채권과 주식투자에 대한 논쟁도 마찬가지다. 채권 강세론자는 채권가격이 사상 최고점을 형성하고 있지만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원본을 유지할 수 있는 채권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주장하고, 경기회복이 대세라고 믿는 투자가는 금리인상이 뻔한 상황에서 채권투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주식도 같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 지수 수준이 경기회복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는 측과 다른 자산이 고평가 된 국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식이 아직 싸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흔한 얘기로 금리와 주가수익비율(PER)의 비교에서 주식이 채권보다 훨씬 저평가돼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적정가격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난해하게 되는 것은 시장의 공포지수가 최근 상당히 상승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사실 적정가격이라는 개념자체도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효율시장가설이 폐기처분(?) 돼 버린 현재 모든 정보와 수급의 균형이 이루는 적정가격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는 얘기일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상대적 수익률로 측정할 수밖에 없다.
 
배당수익률이 채권 수익률보다 높은 주식이 많아지면 주식이 싼 것이고 주식 내에서도 우선주가 보통주에 비해 평균 절반 값으로 거래되고 있으면 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3년 국채 수익률이 3.8% 내외다. 여기에 이자소득세를 제외한 3.2%를 3년 동안 만족할 수 있다면 채권으로 가는 것이고(물론 원금이 떼이지 않는다는 안전함도 가격변수에 넣는다면 3.2% 이상의 수익률로 간주해도 좋다), 미래에 원하는 현금흐름이 나오지 않는다면 원금이 깨질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채권 이외의 자산투자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시장심리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3개월 전에 비해 갑자기 변동성이 높아졌다. 유럽 변수와 아시아시장의 버블 논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한쪽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지구의 반대편은 디플레이션을 염려한다.
 
신뢰할 만한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럴 때는 그야말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꾸준히 배당을 주고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많다. 패션따라 주가가 요동치지도 않고 소위 미래의 인기산업을 해보겠다고 정관의 사업목적을 변경하지도 않는 순박한(?) 기업들이 많다.
 
그런데 대체로 투자가들에게 외면당한다. 화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주식을 사서 기다리면 된다. 특히 요즘처럼 어느 누구도 방향을 정하기 힘든 때일수록 나 만의 투자원칙을 곰곰히 새겨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