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스개 말로 동네축구 하듯 한다는 말이 있다. 프로답지 못하고 수준이 낮다는 뜻이다. 동네축구에서는 거의 모든 선수들이 볼 가는 곳으로 떼거지로 몰린다. 워낙 많은 선수들이 볼 하나를 차려고 혼전을 벌이다 보니 제대로 슛하기 힘들다. 어쩌다 볼이 얻어 걸려 작심하고 슛을 날리면 볼은 가랑이 사이로 빠져 나가고 신발만 외롭게 저 멀리 공중부양(?) 한다는 얘기다.
요즘 증시의 움직임이 동네축구 같다.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우르르 볼 가는 방향으로 쏠린다. 남유럽 사태나 북한문제가 결코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심각한 상황이다. 웬만한 투자가들이 겁에 질릴 수 있다. 혹자는 제2의 금융위기니 더블 딥을 거론할 정도로 예사롭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벌거벗은 임금님의 우화다. 우선 유럽의 경우 그리스 사태로 표면화 됐지만 사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는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 지난 20년 동안 저성장으로 국가 부의 축적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에도 복지지출을 끊임없이 확대해 온 당연한 결과다. 금융위기 이전에도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심각성을 경고했는데 이번 위기로 좀 더 앞당겨 사건화 된 것뿐이다. 아닌 말로 벌거벗은 임금님이었지만 정치적 고려로 그냥 아닌 척 넘어 온 것이다.
차제에 유럽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줄이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혹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긴축이 당장 경기후퇴와 연결될 것이라고 지레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정부가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즉 재정정책으로 덩치 큰 국가경제를 지속적으로 떠 받칠 수 없다는 얘기다.
상식이지만 재정정책은 민간부분이 숨 돌릴 때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마침 유럽도 민간부분이 기력을 되찾고 있어 약간의 긴축으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경기회복의 방향을 바꿀 만큼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유럽 정부도 성장을 통한 세수의 확보 그리고 점진적인 재정적자 축소와 부채 감소가 기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당장 긴축을 하더라도 성장과 맞바꾸는 어리석은 정책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국가부채나 재정적자 문제는 사기업의 적자와 부채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가는 막말로 발권력이 있다. 중앙은행이 통화를 공급하고 국가부채를 매입해 얼마든지 연장이 가능하다. 물론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과 언젠가 갚아야 할 돈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최소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더구나 단일 유럽의 GDP규모를 감안하면 “정치적 의견 일치만”(사실 이 부분이 조금 걸리지만) 된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문제다. 리먼 사태와는 근본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한편 북한 문제는 군사적 긴장관계가 매우 높아졌지만 냉정하게 보면 지난 60년간의 남북관계의 본질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은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햇빛 정책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진 것처럼 보였지만 핵개발로 인한 군사적 긴장관계나 군사적 충돌은 여전히 존재해 왔었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 한일월드컵 폐막 무렵 서해교전이 벌어졌던 것을 기억해보면 군사적 충돌은 햇빛정책과는 무관하게 북한의 정치적 옵션으로 행사됐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과거 사례와 분리해 별도의 해석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장심리와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사고를 따라 투자판단을 하는 것은 동네축구와 진배 없다. 볼 따라 다니면 득점으로 연결하기 힘들다. 시장이 혼미할수록 판단은 간단히 해야 한다. 거시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는지 또 투자대상 종목의 기본가치가 좋아지고 있는 지만 보면 된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대상까지 고민해야 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시중금리는 낮고 민간부분의 경기회복은 지속 중이다. 볼 따라 다니지 말아야 낭패를 면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그 동안 졸고를 애독해 주신 독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다시 독자님들과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재테크에 좋은 성과를 있으시기를 빌면서 작별 인사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