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의 심리학은 주식투자의 그것과 같다. 따라서 경매 원리를 잘 이해하면 주식투자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경매의 원조는 그리스의 신부감 경매
경매의 원조는 그리스의 신부감 경매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성인이 된 여인을 신부감으로 삼거나 매매하기 위해 경매를 했다. 사람을 경매의 대상으로 삼은 어두운 역사의 대표적인 것은 노예 매매다. 미국에서는 버지니아에서 노예의 공공 경매가 시작돼 남부로 확산됐다. 상품을 팔기 위해 경매 방식을 사용한 것은 고대 로마에서 시작됐다. 각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만이 아니라 전쟁에서 획득한 물품을 파는 데도 경매가 있었다. 중국에서는 사찰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경매 방식으로 잉여 재산을 팔았다.
오늘날 사용하는 용어인 ‘경매(auction)’와 ‘공공 경매(public auction)’는 1600년대 말 영국에서 서적과 미술품 등을 파는데 등장했다. 사람들이 외치면서 진행되는 ‘공개 구두경매(open outcry auction)’ 방식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낮은 가격에서 시작해 올라가면서 가격을 부르는 방식은 영국식이고, 높은 가격에서 시작해 그 가격에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을 낮춰가는 방식은 화란식이다.
◆재경매 낙찰 가격을 더 비싸게 만드는 경쟁심리
요즘처럼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거래가 거의 되지 않아도 부동산 경매시장을 통한 매매는 활발하다. 유찰이 되더라도 재경매에서 매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최저입찰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평소에 처분이 어려운 물건도 결국에는 처분이 가능하다는 것이 경매의 장점이라 하겠다.
그런데 부동산 경매시장의 낙찰 결과를 보면, 한두번 이상 유찰된 이후 재경매 들어가 낙찰되는 가격이 바로 이전의 최저입찰가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을 보면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을 때 가져갔으면 더 싸게 가져갔을 것을 왜 이제 와서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을 써내서 가져갈까?'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직전에는 아무도 입찰하지 않던 물건에 매우 많은 사람들이 입찰하면서 이러한 낙찰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입찰 들어갈 수 있는 가격이 너무 싸게 내려오니까 그때 가서 너도나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경쟁심리가 자극받아 가격이 올라가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보다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을 때 가격이 더 높게 결정될 수 있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똑같은 물건이라도 가치 대비한 가격이 일정하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어떤 물건의 매매이던지, 어떤 이유에서든지, 가격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되면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군중심리와 경쟁심리가 작용하면서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가치 대비한 상대적인 가격이 매우 싸게 내려와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뒤에는 가치 대비한 상대적인 가격이 오히려 더 높은 수준으로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경매 최초 가격 낮을수록 최종 판매가 높아진다
인터넷시대가 열린 뒤로는 경매의 장소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경매를 온라인에 옮겨놓은 이베이닷컴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냄으로써 인터넷을 이용해 대단한 성공을 이뤄낸 업체가 됐다.
행동과학자 길리언 쿠의 연구팀은 경매에서 어떤 물품의 최초 가격을 낮게 설정했을 때보다 높게 설정했을 때 구매자가 물품의 가치를 높게 인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일반 사람들도 쉽게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경매의 최초 가격이 높게 설정돼 가치가 높은 물품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을 때 실제로 최종 판매가도 높아지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연구팀은 경매의 시작가가 낮을수록 최종 판매가가 높아질 거라고 가정했고 그 이유로 다음 세가지를 들었다.
첫째, 경매 시작가는 일종의 진입 장벽 같은 것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시작가가 낮을수록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입찰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효과적이다.
둘째, 낮은 시작가 덕분에 많아진 입찰자 수와 총 입찰 건수는 새로운 잠재 입찰자에게 사회적 증거로써 작용한다. 즉, 낮은 가격에서 시작된 물품에 입찰할까 말까 고민 중인 잠재 입찰자는 많은 사람들이 그 물품에 입찰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물품의 가치를 입증하는 사회적 증거라고 받아들인다. 그러한 생각은 입찰에 참여하도록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셋째, 시작가가 낮은 물품에 입찰한 사람들, 특히 경매 초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재입찰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이미 입찰 과정에 투여한 시간과 노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계속 입찰할 것이다. 또한 입찰가를 점점 더 높이면서 낙찰에 대한 의지를 보일 확률이 높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최종 판매가를 높이려면 가급적 낮은 가격에서 경매를 시작하라는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문헌; Yes! 50 Scientifically Proven Ways to Be Persuasive )
◆주식시장과 경매의 공통점
경매와 관련된 위의 설명을 보면 주식시장에서 가끔 나타나는 상황과 연결해 해석할 수도 있다. 마치 경매시장에서 감정가 대비 입찰 가능한 가격이 많이 내려갔을 때 새롭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듯 주가가 대폭락해 많이 낮아지면 새롭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가질 여건이 마련된다.
관심을 갖고 들어온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면 경매시장에서 가격이 잘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도 관심을 갖고 들어온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면 가격이 잘 올라갈 수 있다.
물론 가격이 많이 싸진 것 이상으로 기업의 상태와 경제상황이 나쁜 상태로 빠져든다면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다. 부동산 경매에서도 부실도가 심하거나 문제가 많은 부동산은 한두 번 유찰이 아니라 수차례의 유찰로 감정가 대비 반토막 이하까지 내려가도 입찰하는 사람이 안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펀더멘탈 부분에 대한 치밀한 분석은 항상 필요하다.
주가가 펀더멘탈상으로는 올라갈 여지가 있음에도 시세의 움직임이 둔화돼 답보 상태가 지속될 때에는 현재 상태에서 살 사람들은 대부분 다 샀고 추가로 들어와서 매수하는 사람이 적어서 그렇다. 이럴 때 외부 요인에 의해서 주가가 크게 폭락하면 새로운 자금들이 들어오게 되고, 폭락 구간이 지난 이후의 주가 상승이 의외로 원활히 잘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 이전에 답보 상태가 지속될 때의 주가를 오히려 더 능가하면서 상승이 지속돼 가치 대비한 가격이 답보 상태 이전보다 더 높이 올라간다. 이전에 답보 상태일 때에는 가치 대비로만 바라보면 저평가이던 가격이, 폭락의 시기가 지난 다음에는 오히려 고평가까지도 때로는 상승이 가능해진다.
경매에서 가격이 너무 싸게 내려와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면 낙찰가격이 오히려 더 높게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듯 주식시장에서도 때로는 그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폭락시 느꼈던 공포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상승 과정에 일찌감치 주식을 팔아버린 사람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과도한 폭락은 때로는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음을 주식시장 오랜 역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여러 매도자가 매물을 내놓고 여러 매수자가 입찰을 하면서 낙찰가, 즉 주가가 정해지는 유형의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경매시장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다만 일반 경매시장에 비해 매물이 엄청나게 많고, 거래가 빠르게 시시각각 이루어질 뿐이다.
아무튼 경매시장에서처럼, 주식시장에서도 주가가 싸지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거래가 활성화되고 주가 상승이 원활해지는 특성을 통해 투자자들은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경매의 원리를 주식투자의 원리로 활용하기
원래 최초의 주식시장 형태에서는 지금의 일반 경매시장과 같이 거래가 이루어졌다. 사람들이 직접 한 장소에 모여서 특정 매물이 나오면 누가 얼마에 사겠는지 의사를 표현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일반 경매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특성에 적용해 바라봐도 큰 무리가 없음은 당연하다.
위에서 첫째, 둘째, 셋째로 구분해 경매에 대하여 설명한 것은 주식시장에 다음과 같이 비슷하게 적용된다.
첫째, 경매 시작가는 일종의 진입 장벽 같은 것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시작가가 낮을수록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입찰에 참여하도록 유도되어 효과적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주가가 폭락을 지속하면 턱없이 낮아진 가격에 매력을 느끼면서 많은 사람들이 매수자로 들어와서 거래량이 폭발하며 바닥을 형성하게 된다.
둘째, 낮은 시작가 덕분에 많아진 입찰자 수와 총 입찰 건수는 새로운 잠재 입찰자에게 사회적 증거로서 작용한다. 주식시장에서도 낮아진 주가에서 거래가 활발해지면 새롭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난다. 바닥에서 잡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조정시에라도 매수하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
셋째, 시작가가 낮은 물품에 입찰한 사람들, 특히 경매 초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재입찰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주가가 싸서 시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치고 빠지는 방식을 취하는 일부 투자가를 제외하고는) 주가가 올라간 뒤로도 상당 기간 동안은 여전히 주식시장에 남아있으며, 먼저 산 종목이 수익이 나서 팔더라도 늘어난 돈으로 다른 종목을 찾아 재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이미 입찰 과정에 투입한 시간과 노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계속 입찰을 할 것이다. 또한 입찰가를 점점 더 높이면서 낙찰에 대한 의지를 보일 확률이 높다. 주식시장에서도 사람들이 일단 투자를 시작한 뒤에는 올라가는 주가에도 계속 쫓아가며 투자를 지속하는 경향이 흔히 나타난다. 그래서 대세상승이 지속된 이후에는 외부적인 요인이 크게 나쁘게 작용하지 않으면 때로는 거품인 가격으로까지도 상승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