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대회 프로암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한달 전 초청 연락을 받고 모처럼의 좋은 기회에 여자프로와 라운드하면서 지지부진한 골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를 만들자며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을 했다.

모든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마음으로 골프장에도 티오프 1시간30분 전에 도착, 스트레칭을 하고 연습장을 찾아 프로들의 스윙을 구경하면서 한박스 정도 볼을 쳤다. 빠른 그린에 적응하기 위해 퍼팅 그린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TV에서 보아온 낯익은 여자프로선수들의 연습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프로들의 스윙은 하나같이 군더더기 없는 교과서였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찼다.

내가 속한 조에는 데뷔 3년 만에 올해 첫 우승을 한 Y선수가 배정됐다. 키는 크지 않았지만 단단하고 유연한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외모는 귀여웠지만 21세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프로의 관록이 돋보였다.

그의 스윙은 첫 홀부터 18홀까지 한결 같았다.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철저하게 제거된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스윙은 엄청난 비거리를 동반했다. 매번 나보다 30~40미터 길었다. 어프로치샷 역시 핀을 향해 날아갔다.

나의 샷 역시 나쁘지 않았으나 빠른 그린에서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온 그린을 시켜놓고도 파가 보장되지 않았다. 3퍼트도 잦았다.



그는 본 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스코어보다는 야디지북에 코스상황을 기록하는데 신경을 쓴 탓인지 이븐파로 마무리했고 나는 70대 후반의 비교적 만족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날 라운드가 특히 귀중했던 것은 프로선수들이 철저하게 지키는 원칙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스스로 항상 염두에 두고 칼럼에도 강조해온 내용이지만 프로암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한결같이 지키는 원칙은 바로 중심축 지키기와 왼쪽 기둥 세우기였다. 미니멀리즘이란 예술용어가 생각날 정도로 선수들에게서 과도한 몸짓, 불필요한 동작, 욕심이 묻어나는 몸의 꿈틀거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드레스 자세에서부터 백스윙, 팔로우 스윙에 이르기까지 머리위치는 거의 전후좌우의 미동이 없었다. 몸통은 강하게 꼬았다 회전하면서도 중심축은 그대로 유지했고 왼쪽 다리는 견고한 벽을 구축했다. 결코 과도한 몸동작은 볼 수 없었다. 비거리와 정확도의 원천이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평소 연습할 때도 이 원칙을 지키려고 애를 썼지만 직접 프로선수들의 스윙을 보고 두 눈으로 확인하니 이 원칙에 대한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다.

프로암대회 참가의 효과는 이틀 후 가진 주말 라운드에서 기분 좋게 입증됐다. 프로들이 지키는 철칙을 머릿속에 그리며 펼친 라운드는 동반자도 나도 놀랄 지경이었다. 드라이버는 80%이상의 만족도를 보였고 아이언샷은 거의 100% 만족이었다. 매번 깃대 2~4미터 거리에 떨어졌다. 버디찬스를 제대로 못살려 파 행진을 이어갔다. 전반을 1오버로 마감하고 후반 두홀에서 연속버디를 하면서 수년래 이븐파나 언더파의 전성기 때 기록이 연상됐다.

물론 이런 연상이 화근이 돼 18홀을 1오버로 마쳤지만 프로선수가 지키는 철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한 뜨거운 라운드였다.

골프에서 개안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