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진형혜 변호사


 
 '꿈'은 행동하는 실천의 결과,


     '나눔'은 자신을 키우는 힘이다
 
 
 "꿈? 그게 어떻게 니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 있는,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하는 별"


 2008년 많은 명대사와 함께 주인공 남자 배우에게 그 해 연기대상을 안겨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주인공인 마에스트로가 좌절하고 고뇌하는 청년에게 한 말이다.


 지난호 부자학연구학회 토론회를 취재하며 만났던 진형혜 변호사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의 가장 좋아하는 대사라고 소개했다. 자기 자신만이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명대사이기도 하다고.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사무실은 여늬 사무실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반듯함 속에서도 빈틈없이 움직이는 듯한 분위기가 묘한 긴장감을 불러왔다. 그러나 긴장감도 잠시. 환하게 웃는 진 변호사를 보자 마치 큰언니를 만난 듯 푸근함이 몰려왔다. 인기 TV 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해서 명쾌하고 깔끔한 변론과 정리로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답답함을 풀어주었던 인기 변호사. 하루 24시간을 쪼개 살아야할 만큼 바쁜 진 변호사에게서 소중한 시간을 뺐어냈다.
 
 진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3학년이 되던 해에 임용고시가 처음 생겨났고, 선생님이 되는 길이 좁아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 졸업 후 1년 남짓 외무고시를 준비해보기도 했지만 방향을 틀어 26살 적지 않은 나이에 사법고시에 도전했다. 그로부터 3년 후 법대생도 아니었던 그녀가 '사법고시 합격'이라는 꿈을 이루게 된다.


 선생님과 외교관의 꿈을 접고 사법고시에 패스한 그녀가 변호사가 된 동기가 궁금했다.


 "변호사 일이 저 뿐만 아니라 저의 의뢰인들의 인생까지도 바꿀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직업적 성취도 안겨주는 동시에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선택했다는 대답이다.


 반듯한 매무새를 닮은 반듯한 그녀에게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로서 사회봉사가 갖는 의미와 활동방향, 그리고 봉사가 가져다주는 사회적 효과에 대해 물었다.
 
 △리더는 왜 사회봉사를 해야 하나?
 대학생들이 방학만 되면 각종 사회봉사관련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비행기를 타면서까지 해외봉사 경험을 쌓으려는 목적에는 물론 순수한 마음으로 남을 도우려는 것도 있겠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대학생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 있는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런 친구들은 조금만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사회적 책무를 부여할 수도 있다. 그들이 성장하면서 사회로부터 받아온 혜택과 기회를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 베풀기를 바라는 것이다. ]


 나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사회봉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회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내가 받은 혜택을 돌려주는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사회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엄마'가 되고나서 부터다. 자녀들이 자라면서 그들의 친구들과 항상 영향을 주고받을 텐데, 친구 중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격려와 따뜻한 손길로 도움을 준다면 그것은 분명 내 자녀들의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봉사는 의무가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내가 속한 커뮤니티와 나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소프트웨어의 부를 나누는 것이다. 고시공부를 마치고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유럽인들에게 있어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들의 옷차림이나 멋진 외모가 아니었다. 바로 '일상에서 넘치는 심적 여유'였다. 그때 너무 부러운 나머지 나도 그렇게 살리라 다짐했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가치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도 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여유를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소프트웨어의 부'를 간과한 채 '하드웨어의 부'만을 좇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소프트웨어의 부를 고양시킬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구체적 실천방안? 몇년 전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CF를 떠올리면 쉬울 것이다. "뒤에 오는 사람이 편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잠시 문을 잡아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누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사람은 절대로 리더가 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옥중에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그가 리더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처지에 굴복하지 않고 좌절하지도 않았던 인물이었다. 결국 모든 것을 이겨내지 않았나.


 대학생들이 '88만원 세대'니 '취업난'이니 하는 말로 좌절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깎아 먹을 시간에 세계를 무대삼아 자신이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머리 속에 지식과 숫자들을 집어넣기만 했다면 이젠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보고 실제로 경험해 봐야 하는 시기다.


 소중한 대학시절을 이웃과 함께 하는 것도 공부 못지않게 중요한 경험이다. 최근 기업에서도 대학 재학 중 봉사활동 여부를 입사에 반영한다고 한다. 좀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다면 어느새 자신이 리더로 성큼 성장하는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또 희망이 더 많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진형혜 변호사의 작지만 큰 바람
 
 많은 경험과 경륜을 쌓으며 우리 사회의 리더로 자리매김 한 진형혜 변호사가 앞으로는 또 얼마나 많은 경험을 통해 새로운 꿈에 도전할지 궁금해졌다.


 진 변호사는 8살, 5살배기 자녀의 이름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매달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아이들이 '기부'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자기 이름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를 떠올리며, 공부로 힘들게 하는 엄마가 아닌 나눔을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는 엄마가 되겠다는 행복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변호사 진형혜로서는 '성희롱'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었던 경우처럼 자신도 사회에 신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새로운 판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반면 인간 진형혜로서는 '교육자'로 은퇴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교육기회를 나눠 갖지 못하는 제3세계 국가에 학교를 세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자 진형혜'씨와 15년 뒤 또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뷰 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한희준 대학생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