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창업/길카페 레몬웨이즈(Lemonways)


 
 홍대틱한...너무나 홍대스러운...

 

   꿈과 자유를 팔다


  
 '레모네이드 한잔 드시고 가세요!'
 '레몬 하나를 통째로 짜낸 시원한 레모네이드입니다!'


 저녁 6시. 시계 바늘은 분명 저녁인데 어느새 해가 길어 아직도 대낮같다. 조금 수그러든 햇빛에 안심하고 집 밖을 나섰다가 도로 길바닥 식지 않은 뜨거움에 얼굴이 찌푸려진다. 사람 북적이던 홍대 상상마당 앞, 상수역 쪽으로 가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분위기가 돌변한다.


 상상마당에서 길을 건너 상수역 방면으로 20m 정도 걸어가면 작은 공원이 보인다.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놓인 벤치 주변에는 나무들이 만들어놓은 그늘로 다른 곳보다 훨씬 싱그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작은 공원 안에 느긋하게 앉아있지만 뜨거운 햇빛에 지친 몸은 그늘 밑에서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한다. 이때 '드르륵 드르륵' 얼음 가는 소리와 함께 싱그러운 레몬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입안에 침이 고이고 기분까지 알싸해지는 기분이다.
 
 한 여름 시원한 꿈을 꾸다
 레몬웨이즈(Lemonways). 김아람(27), 이아름(25), 김창근(25) 세사람이 뭉쳐 시작한 '길카페'다. 세사람은 같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의기투합, 젊은층의 입맛을 공략할 메뉴로 레모네이드를 정한 뒤 주력메뉴로 판을 벌였다. 이름도 '레몬웨이즈'. 구상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젊은이답게 빨랐다. 수레도 직접 만들고 재료도 하나하나 손수 준비했다. 수레 제작 30만원, 재료 준비에 20만원 총 50만원 정도의 자본금이 들었다.


 그래도 마냥 능숙했던 것은 아니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 터득하고 견뎌내 오늘의 레몬웨이즈를 탄탄대로로 닦을 수 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레몬 짜는 기계가 말썽을 일으키기도 하고, 수레가 힘을 못 받아 덜컹덜컹 거리는 통에 손님이 흔들리는 수레를 잡아주면서 레모네이드를 기다리는 웃지못할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시행착오는 이들에게 부끄러움 대신 '시작'이라는 희망과 풋풋함을 주었다. 성장과정이라는 긍정적 사고가 큰 힘이 되었다. 개점한 지 꽤 시간이 지난 지금 수레는 튼튼하게 잘 고정되어 있고, 앞뒤로 붙인 손잡이 등 사용하기 편하게 개선되었다. 레모네이드 한잔 뚝딱 만들어내는 것도 훨씬 능숙해졌다.


 주고객층은 주로 20대 후반부터 30대. 워낙 가족끼리 산책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 어린아이들도 레모네이드를 자주 찾는다. 신맛보다 단맛을 좋아할 것 같던 어린아이들이 레모네이드를 맛있게 마시는 것을 보면 신기한 기분까지 든다. 레몬 하나를 통째로 짜넣은 '레모네이드'(3000원)도 인기지만, '봄베이 사파이어 진'을 넣은 '레모네이진'(4000원)은 더욱 반응이 좋다. 진을 추가하면 레모네이드보다 레몬향과 맛이 더욱 진해진다. 하루에 보통 50~60잔 정도를 판매한다.


 주말이면 작은 공원 한편에선 인디가수들의 공연도 열린다. 레모네이진 한잔과 공연을 즐기다보면 주말밤의 분위기와 여유에 취하게 된다. 실내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개방감과 자유로움을 '레몬웨이즈'에서는 일상으로 즐길 수 있다.
 
 90일 간의 레몬웨이즈와 그들의 길
 '레몬웨이즈'는 단지 레모네이드 판매를 위해 시작한 일만은 아니다. '자유로움'을 위해 시작한 일은 점점 '꿈'을 향해가고 있다. 레모네이드 판매 기간을 9월 말까지 잡은 레몬웨이즈'는 '90일 동안의 레몬웨이즈(가제)'라는 책도 구상 중이다. 레모네이드를 판매하며 본 것, 느낀 것을 상세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와 여러가지 그들이 직면했던 사건들이 흥미롭게 실어질 것이다.


 블로그(blog.naver.com/lemonways)와 트위터(twitter.com/lemonways)에서도 레몬웨이즈를 만나볼 수 있다. '레몬웨이즈'의 세사람이 레모네이드를 판매하는 일상 속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수레 옆에 자전거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자전거 10분 돌리면 레몬에이드 무료' 등의 행사와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이용한 '아이폰 충전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친한 뮤지션들을 초대해 수레 옆, 작은 공연을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tip
 영업시간 : 주말 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주중 4시부터 밤 12시까지(비오는 날은 휴무)
 위치 :      상상마당에서 상수역 방면으로 20m 직진
 
 
 人터뷰
 이아름(홍익대 불어불문학과 05)
 
 "내겐 지금의 자유가 소중하다"
 
 토익이다, 영어 스피킹이다, 자격증이다 해서 한차례 난리법석 떨고 난 후 초조한 마음으로 취직이냐, 대학원이냐를 고민하는 시기. 보통 4학년 학생들의 모습이다. 그런데 '레몬웨이즈'의 이아름 씨는 이런 걱정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히 '자유롭게' 살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을 이룰지를 본격적으로 생각한 건 이번 '레몬웨이즈'부터다. 터닝포인트를 묻자 "바로 지금"이라고 답했다. 지난 5월말 '레몬웨이즈'를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꿈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한다.


 "사실 요즘 대학생들, 누구에게 물어보든 장래희망이 '취직'. 요즘 가장 바라는 것 '토익 고득점' '스펙'. 그런거잖아요. 웬만하면 다 똑같아요. 그런데 그게 싫더라고요.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버린다는 게 말이에요."


 사실 남들이 다 하고 있는 게 빤히 보이는데, 그것을 안 하고 다른 길을 택하기란 쉽지 않다. 그게 아무리 싫은 거라고 해도 다들 '우르르' 먼저 가고 나만 '뒤에 있는' 느낌은 현대인에게 참기 힘든 불안요소이다.


 이 씨는 그게 '나 혼자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들 몰려가는 길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한 거라고 덧붙였다. "여행 가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있고, 나를 위한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 많은 방법을 찾다가 '레몬웨이즈'를 생각해냈어요. 마음이 맞는 세사람이 뭉쳐서 시작했지요."


 "제일 큰 역할을 한 건 이것저것 했던 경험들이었요. 국토대장정도 그렇고 태국, 홍콩, 일본, 몽골 등 여러나라를 돌아다녔지요. 봉사활동으로 간 적도 있고, 그냥 친구들과의 여행으로 간 적도 있었어요. 그 경험 덕에 남들이 다 가는 길을 벗어나는 게 결코 이상한 게 아니라는 확신도 생겼어요."


 내가 가장 바라고,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아는 사람에게 어떤 길을 가는지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남들과 같이 가는 대로가 걷기 편한 포장도로라지만 지루하다면, 그녀가 가는 길은 남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오솔길이지만 사박사박 걸음소리마저 즐거운 길인 것이다.


 벽돌모양의 아이팟 스피커에서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귀여운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수레를 꾸미고 있다. '홍대스러운 감성.'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가 '홍대'하면 느끼는 '감성'을 '레몬웨이즈'의 수레는 그대로 싣고 있다. 그저 스쳐가는 것보단 말 한마디와 함께 머무르게 되고, 빠르기보단 한템포 느리고, 강렬하기보단 '어느새 스며들었다'는 느낌.


 '레몬웨이즈'의 목표는 '계속 하는 것'이다. 일단 레모네이드 판매는 9월까지로 정해두었지만 그 이후엔 웹사이트에서, 여행 간 도시에서 계속해서 '레몬웨이즈'를 이야기 할 것이다. 따뜻한 '레몬차'로 돌아올 수도 있다. 단지 레모네이드를 파는 게 아니라 그 속에 '감성'을 담아 '문화적 유대감'을 만드는 존재로 홍대 한편 자리 잡은 그녀. 그녀와 그들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기대된다.
 
 권수현대학생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