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할 때 ‘냉면에 고기를 빼달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음식이 나왔습니다. 고객의 기분은 상당히 불쾌해 집니다. 종업원이 주문을 할 때는 ‘YES’라고 확인했건만, 행동(서비스)은 엉뚱하게 ‘No’라는 결과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고객과의 관계 맺기는 성공이 아니라 첫 단추부터 실패로 잘못되지요.
음식점 경영자는 종업원을 채용할 때 주문받은 내용을 정확하게 주방에 넣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가게 경영, 길이 어디인가를 묻다’가 되겠습니다. 길을 알면 고생이 덜하지요? 그러나 길을 잘 모르면 어떻습니까? 헤메게 됩니다. 또 안 해도 되는 것도 힘들게 사서 고생하게 마련입니다.
오늘의 한자는 벨 예(乂) 자입니다. 영어 알파벳 엑스X 자와 같기도 하고요. 또 뭐랄까요. 곱셈×과 비슷해 보이지요. 마치 더하기(+)와 비슷해 보이는 열 십(十) 자가 한자로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람은 생긴 대로 산다는 말도 있고 또 이름처럼 살게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가수 이효리씨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이'는 숫자로 '2'라고 풀이하고, ‘효리’라는 이름을 효(爻) 자와 리(爻爻) 자로 풀이하면 수학공식으로는 2의 6승이 됩니다. 다시 말해, 2의 2승을 세 번 곱한 셈이니 답은 ‘64배’가 됩니다. 그러니까 일반 사람이 시간당 1만원을 번다고 가정했을 때, 이효리씨는 이름처럼 시간당 64만원(배)을 번다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름’을 무시하고 살면 안 되겠죠.
‘벨 예(乂)’ 자는 낫을 좌우로 움직여 풀을 베는 모양을 딴 한자라고 합니다. <욕망하는 천자문>(삼인刊)을 쓴 김근 서강대 교수는 설명하길, “한대 주석가들은 재주가 일천 명을 능가하는 사람은 ‘준(俊)’으로, 일백 명을 능가하면 ‘예(乂)’로 각각 구분하기도 하였다”고 하면서 ‘풀을 잘 베는 사람은 능력 있는 인재’라고 해석하셨는데 저는 너무 좋아 무릎을 여러 번 쳤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풀을 잘 베는 사람’을 경영 세계에 빗대면 ‘고객 불만을 잘 들어주는 사람 혹은 제로로 없애는 종업원’으로 비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객의 ‘불만’을 방치하고 키우면 경영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소홀하게 대하거나 무시하려 들면 안 됩니다. 이렇듯 불만의 싹이 자라나지 않도록 적시에 베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관계 관리는 하나 마나가 되고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거지요.
조선선비들의 사랑과 해학을 풍자한 신간 <고금소총>(다문)이 서점에 나왔습니다. 정상우 선생이 편역을 했는데 아주 재미있는 책입니다. 거기에 ‘도로 아미타불’의 유래가 나오는데 내용을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나귀를 끌고 얇게 얼은 빙판 위를 지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전전긍긍하며 아미타불(阿彌陀佛)과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연달아 부르면서, 마침내 건너가기를 거의 다 하자, 반대로 아미타불을 욕하였다. 한 걸음에 뛰어 언덕에 올라 머리를 돌려보니, 나귀는 아직 저쪽 언덕에 있고, 그는 단지 고삐만 끌고 온 것이었다. 이에 다시 아미타불을 기원하며 건너가니, 속세에서 말하는 ‘도로 아미타불이 되었다’라는 것이 이것이라.”(143쪽, 정상우 편역, 다문 펴냄)
창업이란 게 그렇습니다. 나귀를 끌고 얇게 얼은 빙판(Market) 위를 지나는 사람(창업자)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처음엔 전전긍긍(戰戰兢兢: 겁을 먹고 벌벌 떨고, 조심해 몸을 움츠리는 것)으로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나귀죠. 나귀는 아이템일 수도 있고, 고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고객 없는 비즈니스는 없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귀를 ‘고객’으로 말하고자 합니다.
상상해 보세요. 처음에는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그렇기에 연신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을 찾지요. 하지만 이런 초심(初心)을 지키고 끝까지 강을 건너가는 길은 참으로 험난하고도 어렵습니다. 더구나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고객을 빼놓고 혼자서만 간다면 속도 경영을 해본들 결과는 ‘도로 아미타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지요. 여러분, 고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내부고객으로 종업원이고, 나머지는 외부고객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손님이 그렇습니다.
6월의 어느 날, 외식 프랜차이즈 ‘맛대로 촌닭’의 최원호 사장님과 신월동에서 술 한 잔을 했습니다.
최 사장님은 요새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즉 ‘도로 아미타불’하고 계십니다. 전국 150개 이상 되는 체인점을 깨끗이 포기하셨습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잘못됨을 인정하신 겁니다. 가맹계약을 더 이상 하지 않고 ‘맛대로 치킨’을 미련 없이 모두 지우셨습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맛대로 촌닭’을 새롭게 론칭하고 계십니다.
3년 만에 최 사장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런데 고전 <장자>에 나오는 ‘목계(木鷄)’로 최원호라는 이름을 지우고 ‘최목계’가 되시겠다고 고백하듯 말씀하시는데 아, 그렇구나! 하면서 저는 많은 감동을 그에게 받은 바 있습니다. (길이 어디인가를 묻기 시작하신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 것 같습니다. 한 분야에 30년을 종사해야 진짜 고수가 되는데 자신은 아직 멀었다고요. 이제 18년 밖에 안 되었으니 앞으로도 더 많은 닭 공부을 해야 된다고요.
어쨌든 결론이 이렇습니다. ‘고객’을 외면하고 창업자만 챙겨서 생겨난 현상이라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가게 경영, 길이 저 강 건너에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길이 바로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나귀를 끌고 가는 자는 하수입니다. 고수가 아닙니다. 나귀가 스스로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만드세요. 이게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