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더불어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라파엘로 산치오(Raphael Sanzio 1483~1520)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작가다. 훤칠한 외모에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 라파엘로는 17세에 이미 성공한 화가로 인정받았고, 26살에는 교황의 부름을 받아 바티칸을 장식하는 임무를 맡았다.
라파엘로 산치오. 아테네학당 1510∼11년, 프레스코 579.5 x 823.5cm, 바티칸 로마
<아테네 학당>은 '서명의 방' 벽화 연작 중 하나로 '성체논쟁'과 마주보고 있는 프레스코 벽화다. 산 피에트르 대성당의 바실리카를 연상시키는 건물의 궁륭(돔 형태의 천정) 아래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와 과학자, 수학자 등이 등장한다. 화면 중앙에 플라톤(Platon, BC 428~347)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의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티마이오스(Timaeus)'를 옆구리에 끼고 한손은 하늘을 가리키며 만물지식의 근원인 '이데아'를 논하고 있다. 그 옆의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자신의 저서 <윤리학(Ethics)>을 들고서 스승 플라톤과 달리 대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자연의 진실을 설파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또 화면 맨 앞에서 턱을 괴고 만물의 변화에 대해 사색하고 있는 인물은 헤라클레이토스(Heracleitos)이며 사람들의 열띤 논쟁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계단에 비스듬히 걸터앉은 사람은 디오게네스다.
그렇다면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산 라파엘로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얼굴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었을까? 재기 넘치던 라파엘로는 당대 르네상스의 거장들, 즉 교황 율리우스 2세의 후원을 받아 로마의 대대적인 정비계획에 참가했던 화가와 건축가들의 얼굴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플라톤의 얼굴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델로 그려 넣었고, 계단 아래에 앉아서 외로운 듯 사색에 잠겨있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모습에는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담았다. 오른쪽 아래 허리를 굽히고 컴퍼스를 가지고 열심히 기하학의 원리를 설명하는 수학자 유클리드(Euclid)는 건축가 브라멘테를 모델로 그렸다. 라파엘로 자신의 얼굴은 유클리드 뒤쪽 구석에 그려 넣었다. 화면 밖의 감상자를 응시하고 있는 검은색 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라파엘로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