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의 재산분할을 명령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다시 판단해 달라며 14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재상고를 결심한 배경에는 파기환송심의 재산분할 비율의 적정성, 약 1조원에 이르는 재산분할금 마련 과정에서 노소영 관장 측과의 이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원을 지급하고,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비율을 2024년 5월 2심의 35% 대비 1.67%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파기환송하며 비자금 300억원 등을 노 관장의 재산 기여 요소에서 제외했으나 정작 분할 비율은 거의 줄지 않았다는 평가다.



파기환송심은 이혼 확정 후 SK㈜ 주식 가치 상승분을 분할 비율에 참작했다고 밝혔으나 최 회장 측은 변동성이 큰 주가를 분할비율에 반영한 것이 적정한지 판단을 구하기 위해 재상고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당시 80만원대인 SK㈜ 주식은 현재 50만원대로 하락한 상태이다.

SK그룹의 경영 안정성 및 주식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조원에 달하는 재산분할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SK㈜ 주식 매각 시 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국가경제적으로 중차대한 시기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어서다. 단기간 내 대규모 물량 매도 시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일부 주식 지급을 제안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관장 측은 현금과 주식을 적정하게 섞어서 지불할테니 협의하자는 제안을 마지막까지 거절하고 전액 현금 지급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이 떨어지면 보장도 한다는 안이었지만 거부당한 것이다.

최 회장이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SK(주) 주식을 일부 매각할 경우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에 의거 최소 거래일 30일 전에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SK실트론 재산분할 대상 여부도 쟁점이다. SK실트론 주식 취득(TRS 계약)은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된 2017년 이뤄진 것이다. 대법원 심리에서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이 계약에 관여하거나 해당 재산 유지에 기여한 바 없음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SK실트론 지분가치를 7500억원으로 평가한 것도 계산 오류 소지가 있다고 본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으므로 가치가 더 낮아질 것이며 세금납부까지 감안할 경우 실제 확보 가능한 현금은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