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승전보다. 현대건설이 지난 7일 쿠웨이트 공공사업성에서 발주한 11억3000만달러(약 1조3918억원) 규모의 부디안 항만공사 1단계 공사를 수주하며 꿈의 목표인 수주 20조원이라는 목표를 착실하게 밟아가고 있다.

상반기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가뭄에 시달리는 동안 현대건설은 수주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상반기 수주액만 10조9015억원이다. 지난해 말 합의한 UAE 원전수주액 3조5000억원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전체 수주액의 68%인 7조3699억원이 해외 수주액이다. 국내에서도 신울진 원자력 1·2호기 등 총 3조5406억원을 수주하는 등 굵직한 공사를 쓸어 담았다.


주요 건설사들이 공공사업 발주 물량 축소나 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공사 발주 지연 등의 악재로 인해 올 상반기 수주 목표의 34%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하반기에도 빛나는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쿠웨이트 항만공사를 발주한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1조3000억원 규모의 대곡~소사간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첫주에만 3건의 공사를 수주,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굳혔다.

현대건설의 독주에 어떤 이유가 있을까? 현대건설은 단연 김중겸 사장의 경영 전략이 현대호 순항의 이유라고 손꼽는다. 오직 건설분야에서만 쌓아온 34년의 타고난 감각은 위기의 순간에도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조타수의 경험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CEO는 성과로 말한다

김중겸호의 경영성과는 취임 1년인 지난해 성적에서 예견됐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매출 9조2786억원에 순이익 4558억원을 달성했다. 각각 전년대비 27.6%, 22%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수주액은 15조6996억원으로, 2009년 말 현재 47조5703억원의 수주잔고를 기록하며 5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신용등급은 ‘AA-’,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1’으로 각각 상향돼 이 역시 업계 최고다.

감격적인 것은 그동안 자리를 내주었던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6년만에 탈환했다는 것이다. 시공능력평가가 사실상 국내에서 건설업계의 위상을 나타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대표 건설사가 된 셈이다.

게다가 건설업계 최초로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지수인 ‘DJSI Korea Top20’에 편입됐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 선정 가치창조기업 건설부문 세계 5위를 차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포부는 대범하다. 매출 10조원 이상, 수주 20조원 이상, 영업이익 5000억원 이상 달성이 목표다. 이미 5부 능선은 넘었다. 상반기에 이룬 실적으로 미루어 국내 건설업체가 달성하지 못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실적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드러운 추진력 발휘하는 CEO
 
흔히 현대건설을 불도저식으로 연상한다. 기업의 중추적 역할을 도맡았던 정주영 명예회장이나 지금은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전 사장의 이미지가 각인된 탓이다.

하지만 김 사장이 취임한 이후 현대건설의 기업문화는 이전보다 부드러워졌다. 취임 초기부터 김 사장이 감성경영을 유지한 결과다. 신선한 감동은 매월 진행하는 월례조회에서 나왔다. 딱딱한 연설문을 치워버리고 무선마이크와 파워포인트로 해외 출장 결과와 회사의 경영상황, 세계 경영 트랜드를 임직원 앞에서 직접 브리핑했다.

매주 수요일 아침 ‘CEO 조찬 간담회’나 ‘CEO와 함께하는 문화산책’ 역시 한층 부드러워진 현대건설의 기업문화를 대변해준다. 김 사장은 자녀를 둔 사내 기혼여성사원과 자녀를 위해 영화를 관람하고 신입사원에게 책을 선물하고 연극을 보러 다니기도 한다. 직원 교육과 자기계발비 명목의 예산을 전년보다 2배 늘은 100억원으로 책정한 것도 감성경영의 일환이다.

김 사장은 “기업의 전부는 사람”이라며 “재임기간 중 모든 직원과 밥 한끼 정도는 먹겠다”고 스킨쉽 경영을 공론화 한 바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혹독하다. 자서전 격인 그의 홈페이지를 보면 그가 자기에게 얼마나 엄격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평소 부모님은 눈물도 많고 허약한 김 사장을 보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사장은 해병대 자원입대서를 들고 나타났다. 심신을 단련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하면 된다’는 현대 계열 특유의 추진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책 <명사들이 다시 쓴 무지개 원리: 실전편>에서 김 사장은 자신의 성향을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No, because...’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 일단 무조건 ‘Yes’여야 한다. ‘Yes, but...’이 되더라도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김 사장의 부드러운 추진력이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약력
1950년 경북 상주 출생
1976년 고려대 건축공학과 졸업
1976년 현대건설 입사
2006년 현대건설 주택영업본부장
2007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2009년 현대건설 대표이사
2010년 한국주택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