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뻗어 내려온 백두대간의 정기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미모를 뽐내는 금강산을 빚고, 그 여세를 몰아 남한 땅에 정성을 다해 다듬은 설악산. 그 명산을 자신의 눈동자에 담고 있는 영랑호와 청초호는 속초의 소중한 보물이다.

영랑호와 청초호는 설악산이 거느린 호수다. 항구로 이용되면서 늘 고깃배들이 드나드는 청초호가 남성적이라면 조용하고 제법 호수다운 풍치를 간직하고 있는 영랑호는 여성스럽다. 그래서 청초호엔 숫룡이 살고, 영랑호엔 암룡이 산다는 전설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둘은 사이가 좋아 초하루에서 열닷새까지는 암룡이 청초호로 가서 살고, 그 뒤 보름은 숫룡이 영랑호로 건너가서 머문다고 한다.
 


신라 화랑 영랑이 머물던 아름다운 호수

아주 오래전 영랑호의 아름다움에 반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신라시대 유명한 화랑이던 영랑(永郞)이다. 그는 사선(四仙)으로 불리던 술랑(述郞) 남랑(南郞) 안상(安祥)과 더불어 금강산에서 무예를 연마한 뒤 무술대회에 나가기 위해 경주로 가던 중 영랑호의 풍취에 매료되어 무술대회에 나가는 일조차 잊었다고 한다. 호수 이름도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

영랑호를 즐기기 가장 좋은 방법은 한바퀴 걸어서 도는 것이다. 물론 자전거 하이킹도 괜찮다. 맑을 때 뿐만이 아니라 비오면 비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운치가 넘치는 호수길이다.

영랑호 남서쪽 호숫가에 잠겨있는 큰 바윗덩이인 범바위는 영랑호를 찾는 사람이라면 꼭 올라봐야 할 곳. 범바위에 세워져 있는 월랑정은 바위와 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으므로 정자 뒤편으로 돌아 범바위 정상까지 올라가보자. 바다와 산과 어우러진 호수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선의 지리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영랑호의 아름다움을 '구슬을 감춘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그 구슬이란 아마도 영랑호에 비친 설악의 풍광일 것이다.

영랑호 북쪽의 카누장 근처에는 자전거타기운동연합 속초지부에서 운영하는 자전거여행안내소가 있다. 영랑호를 한바퀴 도는 데는 이것저것 구경을 한다 해도 자전거는 1시간30분, 걷는 데는 2~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갯배 타고 아바이마을로 건너가는 청초호

영랑호 남쪽에 있는 청초호(靑草湖)는 둘레가 5km 정도에 이르는 큰 호수다. 가까이에 영랑호와 청초호가 쌍둥이처럼 나란히 있다 하여 쌍성호(雙成湖)라고도 불렸는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조선시대엔 수군만호영을 두고 병선을 정박시켰다고 한다.

속초는 한국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는 동해안의 작은 포구였다. 그러다 1·4후퇴 때 흥남철수작전으로 함경도 원산 함흥 청진 등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은 고향 가는 길목이면서 가장 가까운 속초로 하나둘 몰려들었다. 그들은 청초호 옆의 청호동 백사장 위에 아쉬운 대로 움막 같은 쪽방을 짓고 어려운 삶을 이어갔다. 이 마을은 함경도 노인들이 많이 산다고 하여 '아바이마을'로 불렸다.


요즘 이 마을엔 매일 관광객들이 몰려오는데, 이는 10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가을동화> 때문이다. 내국인보다 대만·중국·일본 등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은서(송혜교) 엄마가 장사하던 허름한 슈퍼마켓에서 물건도 사고 청초호 갯배도 타면서 은서와 준서(송승헌)의 애틋한 정을 느끼고 간다.

갯배가 이젠 속초의 효자 관광상품이 됐지만 원래는 아바이마을의 교통수단이었다. 긴 철선 두가닥을 호수 양안에 느슨하게 매어 놓고 철선 하나에 각각 배를 한 대씩 고정시킨 다음 갈고리를 철선에 걸어 잡아당기면 건너편 선착장에 닿는다. 휴전 후 이곳에 정착한 '조막손영감'이라고 불리던 노인이 20명쯤 탈 수 있는 뗏목을 만들어 뱃삯을 받은 것이 갯배의 효시라고 한다. 뱃삯은 편도 200원.

일반적인 청초호 조망 포인트는 1999년 강원국제관광엑스포 때 세워진 엑스포타워. 그 꼭대기에선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설악의 장관과 청초호와 동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이용 시간은 09:00~21:00, 요금은 어른 1500원, 어린이 800원.

속초 시민들은 청초호 안쪽에 위치한 부두를 속초항, 바다 쪽 외항을 동명항이라 구분하여 부른다. 동명항에 붙어있는 영금정(靈琴亭)은 이 부근의 갯바위지대를 일컫는 명칭이다. 해맞이 정자가 서있으나 정자 이름이 아니라, 파도가 바위산에 부딪치는 소리가 신비해 마치 신령한 거문고 소리 같다고 하여 유래한 지명이다.

동명항의 매력은 바로 청초호와 어울린 설악 풍광이다. 특히 항구 바깥쪽의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설악 조망은 빼어나다. 고깃배 오가는 청초호 너머로 속초 시가지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너머로는 울산바위의 거대한 몸체와 백두대간의 장쾌한 산줄기가 두 눈을 압도한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매혹적인 풍광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낙산사 대신 청초호를 관동팔경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여행정보

●교통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대관령→강릉→양양 나들목→7번 국도→속초. ▲서울→6번 국도→양평→44번 국도→홍천→인제→원통→미시령터널→속초. <수도권 기준 3시간 소요>

●숙박 영랑호엔 속초모텔(033-636-0604), 청초호엔 청초비치모텔(033-636-6071) 등 숙박 시설이 많다. 영금정 가까이엔 해맞이모텔(033-637-0009), 바다스케치(033-637-3781) 등이 있다.

●별미 청초호에선 돼지의 대창(큰창자)과 막창을 손질해 찹쌀과 좁쌀, 선지와 고사리, 숙주 등을 넣고 쪄낸 함경도식 아바이순대를 맛봐야 한다. 갯배 선착장에서 아바이마을로 이어지는 골목 안엔 아바이순대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단천식당(033-632-7828), 다신식당(033-633-3871) 등이 유명하다. 아바이돚오징어순대(1접시) 1만~1만5000만원, 순대국 6000원.

●참조 속초시청 033-639-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