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부터 이 책들을 사기 위해 시간만 나면 헌책방 순례를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것을 중고 인터넷서점에서 한방에 해결한 것. 그 때부터 절판된 책을 구하는 방식이 하나 더 추가 됐다. 헌책방 순례와 함께 인터넷 중고서점 대표들과 친해지기다. 중고책들은 보관과 배송에 따라 책 상태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대표들의 능력(?)에 따라 없던 책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낡고 오래된 것으로 치부되던 중고 제품이 온라인에 안기면서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구식'의 허물을 벗고 전문용품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중고는 오래된 것? No! '전문 용품' YES
'중고 재발견'의 진원지는 인터넷 동호회와 카페.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코드가 맞는 회원들 간의 직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게 된 것. 여기에 각 동호회에 포진한 두터운 '마니아 선수'들이 같은 값이라도 양질의 물건을 구해 거래에 나서면서 주목 받고 있다.
전자상거래 통합 솔루션 메이크샵(www.makeshop.co.kr)의 안윤찬 마케팅1팀 팀장은 "현재 중고 제품만 취급하는 온라인 전문몰만 1000여 곳이 넘을 것"이라며 "영역도 기존에는 가전과 도서 등 '집안 물건'쪽에 몰려 있었으나 3년 전부터는 레저, 패션 등 집 밖으로 나오면서 영역을 확대 중이다"고 전했다.
싼 가격이 매력적이지만 품질 보증이 어렵다는 단점도 온라인 시장과 만나면서 대폭 보완됐다. 온라인 쇼핑몰이 중고제품을 취급하면서 A/S와 품질보증 절차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도 카드로 무이자까지 가능해 구매 부담을 덜 수 있다. 안윤찬 팀장은 "A/S와 무이자혜택은 물론 현금 영수증으로 연말정산도 가능하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소비자들이 받는 이득이 실질적으로 늘어난 것이 최근 중고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의 비결"라고 꼽았다.
근래 몇 년간 지속된 경기 침체도 중고의 재발견을 촉진시켰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에서 '중고샵'을 맡고 있는 안희권 마케팅 담당자는 "2008년부터 경기 침체로 저렴한 중고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여러 카테고리에서 흩어져 있던 중고 상품들을 모아 '중고샵'을 오픈하게 됐다"고 태동 배경을 설명한다.
현재 인터파크는 의류에서부터 가전, 생활용품 등 전 카테고리의 총 8만여 중고 상품(헌책방 도서 제외)을 모아 판매하고 있다. 이중 높은 매출을 일으키는 킬러 아이템은 가전과 명품. 전체 중고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고 매매 = 알뜰소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생활중고용품 시장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인터파크는 가구·침구·인테리어 부문의 7월 매출은 지난해 동기(7/1~7/19) 대비 300%나 늘었다고 전했다.
'계절성 상품'은 중고시장에서도 '단기 핫 아이템'이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휴가성수기를 맞아 캠핑, 낚시용품 등 각종 휴가용품의 중고거래가 활발하다. 옥션 중고장터(used.auction.co.kr)에서는 휴가용품이 밀집해 있는 스포츠/레저용품 카테고리의 7월 거래규모가 전년 대비 32% 가량 증가했다.
박지영 옥션 중고장터 담당 과장은 "얼마 전 시작가 1000원에 경매로 올라온 낚시릴인 '시마노 울테그라 c3000번'은 만 4일 만에 36회 입찰수를 기록하며 13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며 "국내에 레저문화가 확산되면서 할인폭이 큰 브랜드제품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김영철 메이크샵 마케팅교육사업본부장 또한 "레저와 취미용품은 고가제품이 많기 때문에 중고품 전문몰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회원 관리 및 품질 관리를 잘 구사하면 성공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똑똑한 중고 상품 구매 가이드
• 생활가전, 디지털 전자 제품 : 제품출시 년도와 상품 사용기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장 전시상품을 구매할 때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새 상품과 거의 동일한 품질에 가격은 대략 60%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 매장 디스플레이 TV 제품은 계속 화면을 틀어놓고 있기 때문에 화면수명이 많이 떨어지고 선명도가 떨어질 수 있어 신중하게 구매하는 것이 좋다.
• 유아용품 : 위생이 걱정된다면 사용하지 않은 반품 상품이나 렌털상품, 전시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사용연령대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 화장품 및 향수 : 제조년일 확인이 제일 중요하며 사용빈도수, 용량 등의 설명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 카메라 : 정품인증서와 함께 남은 A/S기간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으며 배터리 등 함께 구성된 부속품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DSLR의 경우 촬영 컷 수를 확인하면 대략적인 사용기간과 사용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 가구 : 모니터상으로 보이는 모서리 상태 및 스크레치 부분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며 실제 집안구조에 맞는 제품인지 사이즈와 색상을 잘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 의류 : 싸다고 급하게 구매하는 것보다 착용기간과 실제 사이즈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으며 소재 및 세탁 방법들을 꼼꼼히 살펴서 실용적인지 따져보는 것이 좋다.
(도움말: 안희권 인터파크 중고샵 담당)
중고는 사연과 정(情)을 싣고~
아나바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중고 재활용에 대한 개념은 오래됐지만, 그 정신은 지금도 빛바래지 않았다. 아니 갈수록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위기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cafe.naver.com/joonggonara)'는 7월23일 현재 회원 수만 600여 만명에 이르는 독보적 카페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네이버 대표카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2003년 12월 개설된 이 카페는 첫 1년 동안은 회원은 2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이후 중고의 매력을 널리 알리며 한해 평균 100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새로 가입하고 있다. 특히 이 카페는 단지 중고 상품을 매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눔'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이 카페 회원인 '하*님'은 "요즘은 제품의 교체주기가 빨라지면서 쓸모없게 돼 중고시장에 나오는 중고물품은 거의 없다"면서 "새 것보다 개성 있는 상품이 많은데다 중고 무료 나눔도 많이 행해지기 때문에 중고나라 카페에 매일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중고나라 게시판에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값진 상품들이 거래되는 경우도 많다. '현*맘님'이 지난 7월22일 무료 나눔 게시판에 올린 모유 나눔 등이 그 좋은 예다.
현*맘님은 "모유 7000ml 정도 있어요. 유통기한은 6개월~1년입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 글에는 단 하루 만에 13개의 댓글이 붙었다. 대부분은 귀한 나눔에 대한 응원과 칭찬 일색이었다.
"전 집사람이 짜놓은 모유를 요리한답시구 생각 없이 냉장고 뒤적이다 쏟아버려서 신나게 맞은 기억이 나네요. 불발 없는 즐거운 나눔하시길 응원할게요~."(잠*이님)
"울딸이 젖병을 빨지않아서 먹이지 못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나눔 할 걸요. 좋은 나눔입니다." (미*님)
신청 사연도 줄을 잇는다.
"저도 받을 수 있으면 줄서봅니다~ 비누 만들어 보고 싶어서요."(곰*이님)
"사정상 단유했는데 모유 주시면 너무 감사히 잘 먹이고 키울게요. 님두 이쁜 아가 잘 키우세요. 엄마가 맘이 이뻐서 아가도 잘 크겠어요."(아시*림님)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모유'는 다음날 착불 택배로 한 회원에게 전달된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이뿐 아니다. 카페 '중고나라'에는 저마다 재미난 사연과 정(情)을 담은 중고 물품이 속속 올라온다.
회원 '예*맘님'은 7월22일 "열대어 블랙테트라 3마리, 몽크호샤 11마리 무료로 드려요~ 제발 가져 가세요 ㅠㅠ"라는 다급한 글을 올렸다. 당일 배송 받았는데 '이놈'들이 치가재들과 다른 물고기들을 자꾸 공격한다는 것. '예*맘님'은 "무료 분양하니 제발 아무나 가져가세요"라는 간절한 호소문도 달았다.
같은 날 "캐로로&도라에몽 스티커를 나눔한다"는 애교 섞인 글도 올라왔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로로와 도라에몽 스티커인데 종류는 얼마 없는데 양이 많다고. "무료 우편인데 엄청 느릴 것이란 점 기억해주세요"란 당부도 곁들였다. 이글은 하루 만에 덧글만 30여 개가 붙었으며 조회 수도 180건을 넘어가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초라한 나눔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가*연님'은 "나눔을 너무너무 하고 싶은데 이렇게 초라한 나눔을 가지고 왔다"며 형광펜, 볼펜, 계산기, 가방 등 평소 애용한 물건들을 한보따리 풀어냈다. 이에 다른 회원들은 "소소한 나눔이라니요? 전부 갖고 싶은 거뿐인 걸요", "사무직인 저에게 필요한 것들뿐이네요"라며 응원과 호응을 보낸다.
이러한 중고 사랑 나눔으로 인해 카페 안에는 훈훈함이 넘친다. 이 카페 회원인 '양*은님'은 "중고 제품을 거래하면서 실속도 챙기고 좋은 일에도 동참할 수 있어 값진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중고 = 가치 하락'이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유쾌한 '중고품(中古品)의 역습'이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