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웅인 CEO가 치러야 할 마지막 시험은 후계자를 얼마나 잘 선택하는지와 그의 후계자가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도록 어떻게 권한을 이양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승계문제에 관해 한 말이다. CEO에게 승계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처럼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은 없다.
그렇다면 국내 중소기업 CEO들이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 어떻게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지 단계별로 알아보자.
가업승계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CEO가 생각해야 할 일은 회사가 전반적으로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진단하는 것이다. CEO의 연령과 건강상태, 가족 구성원 현황, 재산규모, 후계자 후보군 상황, 회사 재정상태와 시장전망, 그리고 가업승계에 따른 조세부담능력 등을 꼼꼼하게 검토한 뒤 종합적인 승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러한 단계를 충분히 검토해야 누구에게 경영권을 언제 어떻게 승계할 것인지에 대한 최적의 판단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우리가 어떤 일을 진행할 때 항상 두가지를 생각한다. 즉 방향과 속도다. 가업승계 현황파악이 '방향'의 문제라면 절세문제는 '속도'의 문제다.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적정한 속도로 가야만 원하는 가업승계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올바르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부분의 CEO들은 이 단계를 가볍게 보고 주식이전에 따른 조세부담문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단순하게 절세문제만 고려한 승계작업이 얼마나 위험하고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지에 대한 사례를 하나 들어본다. 지방에서 20여년간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A사 사장(64세)은 몇년 전 거래업체 부도로 대규모 적자가 난 틈을 이용해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가업승계에 관심이 없는 장남에게 회사 주식 51%를 덜컥 넘겼다. 장남은 이후 가업승계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고 미국에서 결혼해 살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여러차례 권유에도 불구하고 회사 입사는커녕 귀국조차 거부하고 있다. 차남이 현재 5년째 회사에 근무하면서 가업승계에 관심을 보여 주식을 다시 넘겨주려고 하니 엄청난 세금문제에 걸려 후회막급의 처지에 빠져 있다.
또 다른 사례는 가업승계를 고려할 때 창업자의 나이와 건강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고려사항인지 잘 보여준다. 연 매출 300억원 규모의 알짜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B사 사장(71세)은 당뇨 등 지병이 있어 건강이 좋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건강할 때 후계자 선정과 주식지분 정리를 포함한 가업승계작업을 진행하라고 여러차례 권유했으나 "뭔 소리냐"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지난해 말 운동 중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처럼 CEO 본인의 건강상태와 나이, 그리고 자녀들간의 후계자 선정문제 등을 절실히 고려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급기야 유가족에게 엄청난 세금부담과 함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법정분쟁이라는 고통까지 안겨주기 십상이다. 성공적인 가업승계는 곧 회사의 존폐문제는 물론 가족간 융화와 직결돼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필자가 상담하고 있는 중소기업 CEO의 80% 정도는 실제 가업승계가 중요하고 또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가서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룬다. 특히 70대 CEO들은 '가업승계=죽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경영권 및 소유권에 대한 승계준비를 치밀하게 해두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CEO가 해야 할 일이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폭발해 가족들을 '피해자 아닌 피해자'로 만드는 일만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