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 한국금융학회장 등을 거친 민간 출신의 어윤대 회장과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관 출신의 임영록 사장, 그리고 국민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 민병덕 행장의 조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영업력 강화가 최우선 과제인 국민은행장에 민 행장이 포진했다는 것은 KB금융의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CEO 3총사가 위기에 빠져있는 KB금융호를 구할 수 있을까. 3인 각각의 면모나 스타일을 본다면 예전보다 훨씬 어울리는 궁합이라는 평가다. KB금융의 새로운 도전과 변신은 이들 CEO 3인방의 비전 공유와 화합하는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만증'을 치료하라
'비만증을 앓는 환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KB금융그룹을 표현한 말이다. "경쟁사에 비해 많은 인력에 고령·고임금 구조로 허리가 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몇몇 특정 산업에 커져가는 위험들이 부실채권 증가로 연결되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질책이 이어졌다.
어 회장은 현재 KB금융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KB금융지주는 2분기에 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1조4980억원이라는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결과다.
이를 두고 새출발을 하려는 KB금융이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버림으로써 과거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KB금융의 비용수익비율(CIR)은 2005년 42%에서 2009년 54%로 악화됐다. 영업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KB금융의 최대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생산성은 신한은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꼴찌를 달리고 있다.
어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스스로 질병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식할 때만이 그에 맞는 정확한 치유책을 찾을 수 있다"며 "필요에 따라 외과적 수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말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행동으로 보여줬다. 취임 당시 약속했던대로 자신의 첫달 월급을 15% 삭감했으며 '그룹변화혁신TFT'를 출범시키는 등 체질개선에 나섰다.
그는 국내 리딩 금융그룹의 위상을 회복하고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경영전략도 발표했다.
우선 비용수익비율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고 이를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수다.
사업다각화도 어 회장의 관심사항이다. 현재와 같이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로는 지속성장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맏형 격인 은행은 소매금융 분야에서 경쟁력 우위를 높이고 그동안 다소 부족했던 우량 대기업과 기관 고객에 대한 국내외 서비스 역량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수익 창출력이 높은 신용카드 부문은 은행에서 분사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KB카드를 신용카드 업계를 이끄는 선두업체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다.
증권업은 앞으로 적절한 인수 합병 기회를 노리면서 시장 선도적인 종합금융투자회사를 목표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생명보험분야는 방카슈랑스 전문보험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종합보험사를 목표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도록 할 방침이다.
자산운용 분야도 사업의 성장 전망이 매우 밝고 은행 등 타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효과가 높은 만큼 그룹의 미래 핵심사업 분야가 되도록 육성하기로 했다.
대신 M&A(인수합병)에서는 한발 물러나는 자세를 보였다. 어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적자를 기록한 KB금융으로서는 다른 회사를 M&A할 여력이 없다는 것.
(사진 왼쪽부터) 어윤대 회장, 임영록 사장, 민병덕 행장
명실상부한 1위 금융그룹을 향해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은 행정고시 20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요직을 두루 거친 관료 출신이다. 그만큼 금융정책에 능통하다. 임 사장은 차관 재직시절 시야가 넓고 무난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 회장과는 깊은 인연은 없으나 금융정책을 논의하는 사이 정도는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이 임 사장을 선택한 것도 금융정책에 일가견이 있는 데다 원만한 업무처리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 간 오랜 반목으로 취약해진 KB금융의 조직력을 강화하고 대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그가 해야 할 가장 급한 업무다.
임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주 가족 모두 유관부서간의 긴밀한 공조와 선제적인 대응조치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자"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봐야 한다.
그가 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은 "기본에 충실하자"다. 위기상황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가장 잘하는 것을 충실히 하고, 신성장 동력 분야를 확충해 나간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사장은 "가장 경쟁력이 있는 리테일 금융에서 확실하게 1위를 확보하면서 여타 부문에서도 확실한 1위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또한 직원 모두 철저한 주인의식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그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먼저 생각하고 제공한다면 고객들은 KB금융그룹에 더 큰 신뢰와 성원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주회사 본연의 업무인 '백 오피스 기능'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그룹이 우리나라 리딩그룹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계열사들의 니즈를 먼저 파악해 신속히 해결해주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계열사들의 애로사항을 미리 해결함으로써 영업활동을 충실하게 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뱅크로 도약
국민은행에서 30년을 근무한 영업전문가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풍부한 현장경험이 최대 장점이다. '집행력 있는 덕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민 행장은 대인관계와 수평적 리더십으로 내외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어 회장이 영업통인 그를 국민은행장으로 낙점한 것도 국민은행의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 행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행내에서 내부 승진이라는 경사를 맞은 민 행장이지만 앞으로의 행로가 녹록치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의 각오는 비장하기만 하다.
그는 취임하면서 '배수진' '몸이 부서질 때까지' '결연한' 등의 표현을 써가며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민 행장은 "지금 KB국민은행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느냐, 이대로 주저앉아 이류은행으로 전락하느냐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민은행이 글로벌 리딩뱅크가 되려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 행장은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생산성을 높여 영업력을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희망퇴직은 실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 행장은 "전임 행장 시절 다른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할 때도 국민은행은 하지 않았다"며 "올해부터는 해마다 희망퇴직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 행장은 '고객'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에서 30년 가까운 세월을 근무하면서 고객의 가치가 높아져야만 은행의 가치도 높아진다는 것을 몸소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모든 의사결정에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든 조직과 제도도 고객중심으로 재편할 것임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국민은행이 안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본부와 후선조직을 축소하고 적자점포는 통폐합 시키는 등 비용 절감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 행장은 영업점 중심의 경영을 통한 영업력 극대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례로 승진 인사를 할 때는 영업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이들 CEO 3인방이 취임과 동시에 강조한 것은 변화와 혁신이다. 이들은 KB금융이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을 지우고 이제 겨우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려 하고 있다. KB금융에 어떤 색채가 칠해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