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용암이 흐르던 곳으로 차가운 계류가 쏟아진다. 폭포 주변엔 용암의 흔적인 주상절리 육각기둥도 선명하다. 경기도 연천의 재인폭포는 요즘 같은 무더운 여름에 찾기에 제격이다. 폭포수 아래에서 탁족을 즐기며 폭포에서 줄타기하던 재인의 슬픈 전설에도 귀 기울여보자.
 
북한의 평강에서 발원해 남한의 철원~포천~연천을 적시고 임진강에 몸을 섞는 한탄강은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현무암 평원을 굽이도는 협곡이다. 계곡 양쪽으론 깎아지른 듯한 주상절리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웅장하게 둘러서 있어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부르기도 한다. 본류뿐 아니라 지류에도 평지에서 움푹 꺼진 이런 협곡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재인폭포 경관은 오래 전부터 뭇 시인 묵객과 풍류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손색없는 곳이었다.


재인폭포는 군부대 훈련장 안에 있다. 상류에 오염 물질이 발생할 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폭포 주변의 잡상인 천막촌을 정비하고 폭포 주차장까지의 진입로를 포장해 깔끔하다.

예전 매표소를 겸하던 간이 관리사무소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3분쯤 내려선 뒤 계류를 5분쯤 거슬러 오르면 재인폭포가 보인다. 재인폭포는 다른 지방의 보통 폭포와는 달리 평지가 움푹 내려앉아 큰 협곡이 생기면서 생긴 폭포다. 높이는 약 18m, 너비는 약 30m. 폭포를 에워싼 벼랑엔 주상절리 흔적이 아주 선명하다. 옥빛 소도 아름답다. 폭포 위쪽엔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용소(龍沼)가 있으나 군사지역이라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폭포수 아래에서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폭포 하류 쪽은 부드러운 계곡을 이루고 있어 한여름엔 이곳에서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개구쟁이들이 물장구 치며 놀지만 수심이 깊지 않은 편이라 어른들은 탁족으로 만족한다. 계류 주변으론 돗자리를 깔고 쉴 수 있는 그늘 공간도 있다.

연천 재인폭포에 전해오는 안타까운 전설

재인폭포란 이름의 유래에 관해선 두가지 전설이 전해온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여성의 정절에 관한 이야기다. 옛날 연천 고을에 줄타기를 잘해 '재인(才人)'이라 불리던 사람이 있었다. 그의 부인은 인근에서 내로라하는 미인이었다.

연천 현감은 그녀에게 흑심을 품었다. 이리저리 궁리하던 현감은 재인에게 이 폭포에서 줄타기를 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수하를 시켜 도중에 줄이 끊어지도록 했고, 재인은 폭포에 떨어져 숨을 거뒀다.

재인의 아내는 남편의 복수를 위해 기회를 엿보았다. 며칠 뒤 현감에게서 전갈이 왔다. 자기의 수청을 들라는 것이었다. 부인은 현감의 시중을 드는 척 하다가 코를 물어뜯어 버렸다. 그리고 이 폭포로 도망쳐 자결했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불렀다. 마을 이름도 '코문리'였는데 나중에 음이 변해 지금의 고문리가 됐다고 전한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 이 전설엔 탐욕스런 재인이 등장한다. 역시 옛날에 한 재인이 있었다. 어느 날 예쁜 부인을 둔 마을 사람과 이 폭포 아래에서 즐겁게 놀던 중이었다. 자기 재주를 믿고 흑심을 품은 재인은 큰 소리를 쳤다.

"이봐, 난 이 절벽 양쪽에 외줄을 걸고 지나갈 수 있어!"

마을 사람은 재인이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 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재인의 속임수에 넘어가 자기 아내를 걸고 내기를 하게 됐다.

재인은 벼랑 사이에 놓여 있는 외줄을 타기 시작했는데, 춤을 추고 기교를 부리며 마치 평지를 걸어가듯 했다. 이에 다급해진 마을 사람은 재인이 반쯤 지났을 때 줄을 끊어 버렸고, 재인은 수십길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이 일로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전설에서 보듯 어쩌면 여기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벼랑은 높고 양쪽으론 줄을 걸기에도 적당하다.

재인폭포는 5~9월엔 항상 개방(09:00~18:00)하고, 10~4월엔 토요일(12:00~18:00)과 일요일(09:00~18:00)에만 개방한다. 지난해까지 입장료가 1000원이었으나 올해부턴 받지 않는다. 주차도 무료. 연천군 시설관리공단 031-839-2901~2.


한편 재인폭포 가는 길목인 연천 한탄강변엔 한탄강을 젖줄 삼던 수십만년 전 인류의 생활상을 짚어볼 수 있는 전곡리 선사유적지(사적 제268호)와 강변의 여름을 즐길 수 있는 한탄강유원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구석기 유적으로 알려진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강변 부드러운 구릉지에 구석기유적관, 토층전시관, 선사체험마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적으로 잘 가꿔진 공원처럼 보인다. 푸른 초원이 펼쳐진 산책길 주변엔 선사 인류의 생활상을 담은 조형물들과 관련 동물, 또 쉬어갈 수 있는 벤치를 갖춰 놓아 여유로운 산책도 곁들일 수 있다. 선사유적지는 입장 주차 모두 무료다. 입장시간은 09:00~18:00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전곡리 선사유적지 주차장에서 도로만 건너면 한탄강관광지다. 상류 지역을 적시고 흐르는 철원 한탄강에 비하면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하류의 연천 한탄강. 그렇지만 최근 전곡리 한탄강관광지에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연천 한탄강도 새로운 명소가 됐다.

전곡리 선사유적지와 가까운 하류지역부터 어린이교통랜드, 어린이캐릭터랜드, 수영장, 야외공연장, 축구장이 차례로 있다. 그 상류쪽은 오토캠핑장, 카라반사이트, 캐빈하우스 등의 시설이 갖춰진 숙박 단지다. 한탄강유원지의 강변길은 평범한 편이지만, 한탄강에 조성된 이런 시설물들을 둘러보며 강변을 산책하는 맛은 그럭저럭 괜찮다.


여행정보

●교통 서울→3번 국도→의정부→동두천→한탄강유원지→전곡→37번 국도(포천 방면)→4km→궁평삼거리(좌회전)→6km→재인폭포 <수도권 기준 1시간30분~2시간 소요>

●숙박 재인폭포는 군사지역이라 야영과 취사를 할 수 없다. 재인폭포 입구의 고문리에 불탄소가든(031-834-2770) 등 민박집이 두엇 있다. 궁평삼거리에서 재인폭포 쪽으로 300m 정도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리버사이드모텔(031-835-6463)이 보인다.

한탄강유원지(031-833-0030)엔 오토캠핑장돚카라반돚캐빈하우스가 설치된 숙박 단지가 조성돼 있다. 숙박 예약은 한탄강유원지 홈페이지(www.hantan.co.kr)를 통해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숙박시설은 8월 말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별미 궁평리의 망향비빔국수(031-835-3575)는 건면을 장작불로 삶아 졸깃졸깃한 맛으로 유명한 집이다. 반찬은 백김치 하나만 나오는데 맛이 좋다. 가격은 양에 따라 1인분에 4000원, 5000원, 6000원이다.

●참조 연천군청 대표전화 031-834-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