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업계 이슈 중 하나로 자문형랩의 인기를 꼽을 수 있다. 각 증권사들이 주식투자에 일가견 있는 투자자문사들과 계약을 맺고 다양한 랩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저 가입금액도 대폭 낮아져 자문형랩의 대중화를 실감케 한다.
 
다만 자금 쏠림현상은 해결 과제로 지적된다. 각 증권사들이 여러 자문사들과 계약을 맺었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자금은 몇몇 대형 자문사에 집중되고 있는 것. 자문사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대형 자문사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지난 6월 하이투자증권이 새로운 개념의 자문형랩을 출시했다. 정식 명칭은 '탑건 자문사 연계형 랩'(이하 '탑건 자문형랩'). 신생 자문사들이 같은 조건에서 수익률 경쟁을 펼치고, 투자자들은 각 자문사들의 수익률을 확인하면서 마음에 드는 랩 상품을 고르는 방식이다.
 
이름값을 버리고 순수하게 투자 수익률로 자문사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특히 대형 자문사로 자금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신생 자문사들이 수익률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형식적인 진입장벽을 낮추다
 
8월16일 현재 '탑건 자문형랩'에 참여한 자문사는 총 13개 회사다. 대부분 신생 자문사들이다. 하이투자증권의 고객자산운용팀이 직접 맡고 있는 랩까지 합쳐 총 15개 랩 상품이 운용되고 있다.
 
'탑건 자문형랩'을 처음 고안한 공희정 하이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 팀장은 "자문사의 규모를 무시하고 순수하게 투자 실력으로만 승부할 수 있도록 자문사 선정기준을 대폭 완화했다"고 밝혔다.
 
▲자본금 100억원 이상 ▲직전 년도 말 운용규모 100억원 이상 ▲대표 운용역의 금융기관 운용경력 5년 이상 등 3가지 조건 중에서 한 가지만 해당되면 가능하다. 물론 대표자 및 대표 운용역이 최근 3년간 금융감독기관의 징계를 받지 않았어야 한다는 점은 기본이다.
 
공 팀장은 "보통 자문형랩은 자문사가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면 증권사 트레이더들이 직접 주문을 넣는 방식"이라며 "이런 경우 자문사 측이 더욱 세심하게 계좌를 관리하고 주식을 매매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탑건 자문형랩'의 경우 주식 운용 및 계좌 관리를 자문사 측이 직접 한다.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다만 자문사 측도 수백, 수천 개의 계좌를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부터 새로운 랩 시스템을 만들어 운용중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계좌별, 상품별 그리고 각 상품이 모여 있는 종합자산별 기준가가 각각 나오게 하는 것이다. 매일 기준가가 나오다보니 자문사 별 수익률 순위도 자연스럽게 매겨진다.
 
공 팀장은 "또 이 시스템은 모든 계좌에 대해 한 번에 주문을 내는 집합주문이 가능하다"며 "주식의 수량이 아닌 비중으로 매매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경마장에서 경주마를 골라라
 
투자자들은 하이투자증권 홈페이지에서 각 자문사의 수익률 등을 확인한 후 자신이 원하는 랩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공 팀장은 이를 경마장과 경주마에 비유했다.
 
그는 "타 증권사들의 자문사 선정기준이 다소 형식적이고 장벽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는 거대한 경마장을 만들어주고 경주마들이 마음껏 실력을 겨루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마장을 찾은 투자자들은 더 잘 달리는 경주마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경주를 시작 할 때 조건도 모든 자문사에 동일하다. 하이투자증권과 일임계약을 맺은 모든 자문사들은 초기 투자금 5억원으로 경주를 시작한다. 일단 경주가 시작되면 하루하루 수익률이 산출되고, 운용을 잘 한 자문사에는 투자자들의 신규 자금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것이다.
 
공 팀장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으므로 자문사 측에서도 '탑건 자문형랩'을 반긴다"며 "수익률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고객 지향적인 상품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로터스-이룸 투자자문 맹활약
 
'탑건 자문형랩'에 참여한 자문사 중 16일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로터스투자자문이다. 이날 기준으로 '하이-로터스투자자문 랩1호'의 누적수익률은 5.65%. 코스피 대비 수익률은 +3.82% 포인트다.
 
공 팀장은 "로터스투자자문은 6개 가량의 종목으로 압축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며 "주식 편입비율도 44.06%로 리스크 해지를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뒤를 이룸투자자문이 추격하고 있다. '하이-이룸 투자자문 랩1호'의 누적수익률은 3.4%이며, 코스피 대비 수익률은 +1.57%포인트다. 로터스투자자문과 이룸투자자문 모두 6월21일 랩을 설정했으며, 지금까지 꾸준히 1~2위 자리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드림자산운용 랩1호'는 누적수익률 1.09%로 3위에 랭크돼 있다. 드림자산운용은 자문사가 아닌 자산운용사로서, 펀드가 아닌 랩 운용까지 뛰어든 특별한 경우다.
 
공 팀장은 "랩 설정 후 이룸투자자문에 약 30억원, 로터스투자자문과 드림자산운용에는 13억~14억원 가량의 추가 자금이 들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