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에선 싱글 소리를 듣는 구력 2년 남짓의 친구가 모처럼 필드에 나갔다. 동반자들이 구력 20~30년의 노련한 싱글들이라 90대 전후인 자신은 적수가 될 수 없었기에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게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싱글들을 흉내 내 진지하고 정성스럽게 라운드 하다 보니 평소 같지 않은 스코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줄파가 이어지기도 하고 간혹 보기가 나타났지만 더블보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달 전 보기와 더블보기 거기에 트리플보기까지 겹쳐 있던 스코어카드와는 대조적이었다.

싱글들은 자신들끼리 경쟁하느라 그 친구의 스코어카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전반을 끝낸 스코어카드는 그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전반 스코어는 3오버. 두 싱글은 1오버, 2오버, 나머지 한 싱글은 5오버였으니 그들이 놀란 것도 당연했다.


자주 라운드하지 못하면서도 연습장에서의 열성스런 연습으로 좋은 티샷과 어프로치 실력을 과시한 그가 화제에 오르자 그는 숨기고 있던 본심을 드러냈다.

"선배님들은 서로 물고 뜯느라 신경 안 쓰셨지만 저는 무척 집중하며 라운드했다구요. 오늘 잘 하면 신기록 달성하겠구나. 어쩌면 꿈 같은 싱글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 후반 나인도 전반 같이만 돌면 충분히 가능해. 싱글패 만들어줄 테니 걱정 말고 싱글 스코어를 만들어봐."

그러나 후반 들어 그는 달라졌다. 드라이브는 휘어지고 정교한 어프로치도 흐트러졌다. 파 행진은 사라지고 보기가 잦더니 더블보기 트리플보기도 나타났다.

전반처럼 3오버만 치면 78이라는 싱글 스코어가 가능하다는 상상을 하며 후반전에 돌입한 그는 보기와 더블보기가 번갈아 나타나자 머리에 쥐가 나는 모양이었다. 후반 마지막 홀을 벗어날 때 그의 스코어는 92. 후반에만 무려 53타를 친 것이다.

두고두고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던 그는 다시 연습에 몰두, 그날의 아픔을 씻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한달 후 다시 라운드를 가졌다.

"두고 보세요. 오늘은 절대 지난번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싱글패를 받을 거예요."

이런 다짐으로 첫홀에 선 그의 그날 라운드 스코어는 물으나 마나다. 지난번보다 더 나쁜 스코어카드를 받아든 그에게 선배가 말했다.

"벼르고 나오면 그날이 바로 제삿날인 걸 아직 몰랐구먼."

보기 플레이들만 이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니다. 언더파도 치는 로우 싱글들도 가끔 감이 너무 좋아 '뭔가 오늘 일내겠구나!'하는 생각을 갖는 순간 평소의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필자 역시 최근 전반 혹은 후반 나인 홀에서 1언더나 이븐 혹은 1오버가 자주 나타나 뭔가 새로운 기록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은근히 다짐을 하고 라운드에 임했다가 번번이 기억하기 괴로운 스코어를 기록하는 쓴맛을 보곤 했다.

예리하게 벼린 날은 결국 자신을 찌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