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기타공공기관의 구매 관련 계약사무 업무에도 국가계약법령을 적용하는 규정이 시행됨에 따라 58개 기관들이 계약규정 개정 등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때, 유독 여유만만한 기관이 있다. 한국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이다.

코스콤은 1977년 한국증권전산으로 출발해 자본시장의 IT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로 2007년부터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기획재정부가 자산과 예산규모가 일정 기준 이상인 59개 기타공공기관에 국가 대상 관계 법령을 적용키로 한 시점인 7월보다 4개월 앞서 SCM(공급망관리) 선진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구매 공정성과 합리성을 확보해왔다.

SCM 선진화 운영 반년을 맞아 팀을 주도하고 있는 정재동 코스콤 상임감사(53)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인인증시스템 개발한 시간 관리자

거래소 신관 9층에 위치한 정 감사의 방에 들어서자 마주보고 있는 대형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29년동안 국내 금융 IT를 이끌어온 학자의 지식축적을 보여주는 듯 했고, 다른 하나는 역사서나 경제서 등 경영 전반에 필요한 양식들을 보여주는 단면인 듯 했다.

정 감사의 취미는 독서다. 흔히 ‘할 것이 없어 하는’ 독서라지만 그의 책상을 둘러보자 3권의 책이 곳곳에 놓여있다. 전공과 어울리게 디지털 포렌식이라는 제목의 일본 IT 원서가 정면에, 젊은 사람들과의 대화에 어울릴 겸 읽는다는 소셜네트워크 관련 책이 컴퓨터 책상에, 신앙관련 서적이 책상 옆에 펼쳐져있다. 읽으려고 쌓아둔 책을 합하면 8권이다.

“5분간 읽을 수 있는 책, 30분 읽을 책, 1~2시간 여유 있게 읽을 책을 주변에 놓습니다.”

‘손에 가까이 있어야 읽기 쉽다’는 간단한 논리다. 그가 얼마나 철저한 시간 관리자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1982년 한국증권전산 업무부로 입사해 모든 업무를 전부 경험한 특이한 이력을 소유한 인물이다. 거래소의 시스템 운영부터 관리, 개발, 영업까지 두루 거쳤다. 금융업계 CIO와 만나 골프영업까지 했지만 그가 빛을 발한 것은 개발 분야다.

거래소 자동화부터 전 증권사 자동화, 증권가 네트워크, 재해복구센터, 보안관제센터 등 지금 거래소의 주요 시스템 구축을 주도한 것이 정 감사다.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의 도화선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인인증시스템 개발 역시 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공개키기반구조를 통한 인증시스템이 현실화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금융권 CIO를 모아놓고 내가 나중에 공인인증시스템을 만든다면 우리 회사 것만 쓰도록 한다는 약속까지 받기도 했죠. 혀를 차면서 서명했던 CIO들이 얼마 뒤 약속을 파기했어요. 정 차장(당시 차장이었다.)이면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겠죠. 지금요? 그런 약속은 없지만 모두 우리 공인인증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요. 우리 것이 제일 빠르고 좋기 때문이겠죠.”

현재 그는 감사실 수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고객의 계좌와 정보 등을 보호하는 역할이 주요 업무다. 거래소에 장애가 있을 시 개인의 불순한 의도인지 아니면 불가항력적인 이유인지 판단하는 업무도 감사실의 임무다.

“2007년인가? 7~8분 가량 코스피 지수가 0으로 뜬 적이 있었는데, ‘망했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피해 상황을 잘 정리하기는 했지만 종종 피해가 없으면서 사기를 치려는 사람도 있어요. 그걸 가려내는 일도 우리가 합니다. 지금은 상황판이 정지하는 상황에 대비해 똑같은 시스템이 하나 더 있습니다.”

현재 코스콤의 재무감사는 회계법인이, 간접 기타 감사는 감사원과 거래소가 맡고 있다. 감사실의 감사 업무는 정책감사 뿐이다. 전산과 금융의 두 가지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야 하는 일이기에 그는 감사실 수장이 내부 인사라는 문제에 자유로운 편이다.

선진구매 · 공정계약 코스콤이 주도한다

지난 3월부터 코스콤이 추진하고 있는 SCM 선진화는 코스콤이 자체적으로 주도하는 공정 계약 선언이다. 물품을 비롯해 인력, 서비스 등 관계사와의 주고받는 문제를 잘 개선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정 감사의 설명에 따르면 선진구매제도로 알려진 코스콤의 SCM 선진화 방안에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창조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프로세스 개선해 협력회사와 상생의 방법을 찾을 것, 단순 업무는 외주를 통해 해결할 것, 공급 속도 개선과 개인적 이득 차단을 위해 에스크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결제는 10일 이내에 하도록 하고, 최저 입찰제 대신 최적 입찰제를 선택했다. 예컨대 예산이 결정된 후 가장 적합한 수준의 가격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뒤 이 가격에 가장 근접한 가격을 써낸 입찰자를 선정하는 식이다. 최저가 경쟁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싼 것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정 감사의 설명이다.

“구매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아지면 회사 이미지도 더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단순 업무를 하던 코스콤의 고비용 노동자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경쟁력 강화도 기대됩니다.”

금융과 IT라는 시대의 강력한 모멘텀의 혜택을 받았다는 정 감사는 "IT 주도의 융합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며 "윤리성과 효율성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 했다. 포스콤이 구매제도 선진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일치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