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세상에서는 물질의 소유 정도와 소비의 양으로 그 사람의 행복과 사회적 계층을 가늠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물질의 사치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명품이나 최신 제품에 남다른 소비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잠시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적 소비문화의 유행의 속도가 너무 빨라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소비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소비가 평등을 부른다고까지 말한다. 재벌 총수가 들고 있는 아이폰을 평범한 새내기 직장인도 들고 있으니 이만큼 평등한 것이 어디 있느냐는 이야기다.
 
이제는 문질의 사치로 남들보다 우월한 신분을 유지하고 싶다면 끝도 없이 차를 바꾸고, 전자제품을 교체해 버리고, 집을 넓히는 무시무시한 소비를 해야만 한다.
 
소비하느라 시간이 너무 들어 소비 자체를 누군가에게 대신 시켜야 할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당신이 사회적으로 꽤 높은 지위에 이를 정도로 성공했다면 오히려 당신은 돈을 버느라 시간이 없고 가사일을 도와주는 사람 혹은 비서를 통해 변화 무쌍한 소비현실에서 남들보다 더 빠르게 최신의 소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비교와 물질적 기득권으로 계층을 가르는 기존의 '문명적 사치'가 아닌 스스로의 내적 만족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문화적 사치'로 소비의 질적전환이 필요하다.


질 높은 소비란 커다란 냉장고와 큰 평수의 집, 정수기와 제빵기, 식기 세척기 등의 전자제품의 수를 늘리는 문질의 사치를 벗어나는 것이다. 많은 것을 소유하면서 편리한 생활을 지향하지만 정작 큰 집의 비싼 관리비와 전자제품 전기요금 등 각종 유지관리비를 벌기 위해 노동과 재테크에 매달려 불편하게 살아야 하지 않은가.

심리학자들은 소유 프레임에서 존재의 프레임으로 이동하라고 조언한다. 소유 그 자체는 끝도 없는 또 다른 소유욕을 연쇄적으로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소유를 위한 비용까지 감수하게 만든다. 대신 존재 프레임에 의해 자기 계발 혹은 공연관람과 여행등에 지출했을 경우 자기 만족과 성장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또한 확장시킨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관계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스스로의 질적 성장도 도모하게 된다.

상담을 통해 어느 소비자는 집안의 물품을 정리했다. 전자제품의 수를 줄이고 옷장을 정리하고 수납공간을 털어내면서 전기요금과 각종 렌탈료를 줄였다.


옷장을 정리하고 나니 의류비가 줄어들고 집안의 짐이 적어지면서 소비 횟수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줄어든 비용만큼 휴가비를 여유있게 책정하고 취미생활과 노후 이모작을 위한 자기 계발 비용을 늘렸다. 소득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면서 불편한 소비를 자처하지만 이전에 비해 삶의 만족이 늘었다고 한다. 전자제품의 편리 대신 불편한 수고를 감수하지만 전자제품을 소유하고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했던 비용으로 콘서트 티켓 한장을 더 구매한다. 탄소배출량이 현격하게 줄어들어 친환경 실천이 되었음과 동시에 문화적 사치가 늘어 삶의 만족이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