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년 전 경기도에서 유망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던 A사장. 지방에 제2공장을 신설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졌다. 당시 회사지분은 A사장과 동업자인 B부사장이 각각 80%, 20%를 소유하고 있었다.

 

A사장 가족들은 장례를 치르고 뒷수습을 하느라 경황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B부사장은 제2공장 신축자금 조달을 위한 이사회를 열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당시 A사장 가족들은 누구를 후계자로 할 것이냐 상속세를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 등의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결국 증자 참여를 포기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이사회에서는 A사장 지분의 실권주를 B부사장에게 전량 배정하기로 했다. 증자 후 B부사장이 회사지분 70% 이상을 획득, A사장과 그의 가족들은 애지중지 키워온 회사 경영권과 소유권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2. 1990년 지방에서 제조업체를 설립해 운영해온 C사장. 주주총회에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을 이사회에 위임한다고 가결했고, 같은 날 이사회에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을 제정했다. 몇년 후 A사장은 아들에게 회사경영권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퇴임하면서 임원퇴직금 규정에 따라 퇴직금 30억원을 받았다. 그런데 2년 뒤 국세청은 이사회에서 정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은 무효라면서 법정퇴직금을 초과해 지급한 임원퇴직금을 부인하고 거액의 소득세를 추징했다. C사장은 행정소송에 기대를 걸어보았으나 결국 패소했다. 

 

정관을 얕보지 말라. 두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중소기업 CEO들은 정관과 상법상 법인의 의사결정 권한과 위임의 중요성을 간과하다 가업승계 과정에서 엄청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일반적으로 개인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은 단순하다. 즉 대표의 생각이 곧 회사의 생각이다. 반면 법인은 약간 복잡하다. 법인은 별도의 법인격이 부여돼 있으므로 법에서 정한 기관을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항들을 정해 놓은 것이 회사 정관이다. 국가로 치면 정관은 일종의 헌법과도 같다. 그런데 대다수 비상장기업을 보면 이렇게 중요한 정관을 사문화시키는 등 무시하기 일쑤다.

 

우리나라 비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가족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주주총회를 좌지우지하는 대주주와 이사회를 주관하는 이사 및 대표이사가 거의 동일해 잘 구분되지 않는다. 자연히 어떤 사항이 이사회 결의사항인지 주주총회 결의사항인지에 대한 각 기관의 의사결정 역할구분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그런데 창업자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대주주=경영자'이므로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창업자가 사망한 뒤 가업승계가 원만하지 못할 경우나, 국세청 및 금융기관 등과 문제가 생길 경우 엄청난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첫번째 사례에서 B사장은 이사회의 의사결정권한을 잘 알고 활용했다. 그래서 즉시 이사회를 개최해 본인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유상증자 및 제3자 실권주 배정 등 일련의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경영권을 순식간에 빼앗아 버렸다.   두번째 사례는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의 경우 이사회에 위임할 수 없는 주주총회의 권한임을 제대로 알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생각하는 CEO라면 이러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관과 상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지식은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