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나라 채권시장을 보면, 총 채권 발행량은 2009년에 739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290조원(64.6%) 늘어나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연말 채권 발행 잔액도 1128조원으로서 전년대비 17.5%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채권 거래량은 장외· 장내를 합해 연간 5156조2000억원으로 역시 신기록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1586조9000억원(44.5%) 증가한 것이다. 외국인 채권 순매수 규모도 사상 최대로 전년대비 31조2000억원 증가한 52조4000억원에 달했다.
내 돈의 일부는 이미 채권에 투자
이와 같이 국가적으로 채권시장이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해 있는 시대에 채권은 자신과는 무관할 것으로 여기면서 외면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채권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돈을 납입하는 금융상품의 운용에서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가 채권에 투자되고 있어 대부분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채권과 인연을 맺고 있다. 요즘은 연금에 해당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가입해 있는데, 연금을 관리하는 곳에서도 채권에 투자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자산증식이나 노후대비를 위해 자신의 돈의 일부가 채권에 의해 운용되는 것이다.
자산 취득 시 의무적으로 채권을 직접 매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주택구입 시에는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자동차 구입 시에는 도시철도채권을 매입하거나 도 지역에 거주한다면 지역개발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이때 채권에 대해서 잘 모르면 중개상에게 시장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할인해 싸게 넘기게 되는데, 직접 보유하고 있다가 판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첨가소화채권을 일부러 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면서 투자할 수도 있다. 지금은 큰 손만이 아니라 작은 손도 채권투자에 얼마든지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자산증식에 관해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현금으로만 가지고 있으면 인플레이션에 의해 물가가 상승해서 돈가치 떨어지는 것만큼은 피하려 하기 때문에 이자가 나오는 예금이라도 이용하는 것이다. 막연히 물가가 상승하기에 예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물가가 어느 정도 오르는지를 알아야 한다. 1975년부터 2009년까지 35년 동안 소비자 물가지수는 그림과 같이 상승해 왔다. 1980년대 초에 잠시 주춤했던 것은 전 세계적으로 역사적인 오일쇼크가 오면서 디플레이션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 그림 > 소비자 물가지수의 변화 (통계청 자료)
월가계지출은 기본 물가가 꾸준히 상승한 것보다도 근래 들어 더 빠르게 늘어났다. 월가계지출은 2005년 200만원에서 2010년에는 300만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기본 물가가 오르는 것에 덧붙여 생활양식 및 소비패턴의 변화, 지출 다변화로 인해 가계지출은 물가상승보다 더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식에서 자장면만 먹어도 최고라고 여기던 시대에서 지금은 다양한 외식 문화를 즐긴다. 대학진학률의 급증과 사회적으로 학벌 중시 경향에 따른 교육비의 증가, 국민 경제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늘어나는 각종 문화비 등 가계지출 증가 요인은 많다.
안전한 예금만으로는 자신이 실감할 수 있는 물가상승과 가계지출 증가를 따라가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금만해서는 물가상승률, 인플레이션을 쫓아가기 힘든 시대이기에 예금이자율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나름대로 투자하며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채권 이자율은 물가상승률과 예금 이자율 초과
주식과 부동산처럼 투자 대상의 시세 변화에 의해 수익을 내야 하는 경우 결정적인 문제점은 돈을 넣은 뒤에 미래에 나타날 성과를 확실히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과거 자료에 의한 경험에 의존해 예측할 뿐이다. 그러나 과거의 패턴이 미래 언제까지나 반복돼 나타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에 반해 돈을 넣는 시점에 만기까지의 이자율이 확정돼 있는 경우라면 돈을 넣은 뒤 미래에 돌아올 돈을 확실하게 알기 때문에 미래의 재무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기 용이하다.
표에 보이듯 채권의 이자율은 예금처럼 고정돼 있으면서도 안정성이 높은 채권에서 물가상승률과 예금 이자율을 초과하기 때문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 경우에는 채권만으로도 안전하게 물가상승률을 이길 수 있다.
< 표 >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정기예금 및 채권 이자율 비교 (단위: %) (통계청 자료)
예금과 채권 이자율의 차이가 작더라도, 오랜 세월 똑같은 방식만을 고수함에 따라 작은 차이가 복리로 누적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누적된 차이는 벌어진다. 돈 관리에서 복리는 결코 무시해서는 안되는 개념이다. 채권이 무엇인지 알기 귀찮다고, 채권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들여다보기 싫다고 외면하고 손쉬운 방법을 찾아 예금에만 돈을 넣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가만히 앉아서 상대적인 손실을 누적시키게 된다.
채권에도 여러 투자전략이 있고 요령을 잘 알면 때로는 매매차익으로 상당한 고수익까지도 얻을 수 있지만, 그런 것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예금처럼 어느 시점에 특정 상품에 돈을 넣은 뒤에 만기까지 기다렸다가 원리금을 받으면 예금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가입시점에 신경을 써야 하는 예금처럼 채권도 매입시점에만 신경을 써도 된다. 채권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늘어나서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중도매각을 해 매입 당시의 수익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으려고 할 때만 매도시점에 신경을 쓰면 된다.
채권 중에는 주식처럼 한번만 계좌를 만들어 놓으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매매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아무 때나 여러 차례라도 손쉽게 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 예금에 가입할 때마다 은행에 본인이 직접 가야하는 것에 비해 더 편리하다고 할 수 있다. HTS에서 거래되지 않는 것들로서 증권사에서 개별적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해주는 채권들을 홈페이지에서 찾아 보며 매입 의사를 결정해도 된다. 채권투자는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을 일단 전제로 하면서 물가상승률을 이기고 은행 예금보다 좀 더 나은 수익률을 얻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