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신한은행에 가려져 있을 뿐 국내 금융 '빅3'인 KB와 우리금융도 내부적으로 시끌벅적하다.
원인은 각자 다르지만 국내 금융계 거인들의 혼란은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뿌리채 뒤흔드는 악재다.
◆국민은행, CEO 바뀌고 구조조정 때문에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지난해 9월 황영기 KB금융 회장이 자진사퇴한 후 그 뒤를 이어 회장으로 내정됐던 당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12월31일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사퇴했다.
이후 올 6월 어윤대 회장이 취임하기까지 장장 9개월 동안 KB금융은 최고 수장 없이 운행했다. 여기에 어 회장 내정 전후로 메가뱅크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7월 강 행장이 물러나고 어 회장 체제로 KB금융 사장과 국민은행장이 새롭게 선출되면서 KB금융과 국민은행의 혼란은 1년여 만에 문을 닫는 듯했다. 어 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등은 KB금융그룹의 영업력과 결속력 강화를 위해 전 영업점을 돌면서 임직원을 독려해 나갔다.
그러나 지난 9월 국민은행이 희망퇴직 등을 통해 3000명 정도의 인력을 감원하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다시 국민은행 내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고참급 직원을 중심으로 분위기는 더욱 흉흉하다.
이에 민 행장이 직접 나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해명하며 조직 추스르기에 나서고 있다. 민 행장은 9월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조조정 시기와 규모에 대해 아직 정해진 사항이 없다. 노사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날에는 국민은행 노동조합을 찾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할 계획은 없다. 노조와 협의해 구조조정 시기와 규모를 결정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행장의 진화로 은행 내 불안감이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완전 해소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직급이 낮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직원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지만 희망퇴직 대상이 될 수 있는 고참급들은 다른 것 같다”며 술렁이는 분위기를 전했다.
◆황석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가 바라보는 KB금융 = KB금융은 어윤대 회장이 취임하면서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됐다. 정부에서 임명하는 듯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측면도 있어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디스카운드 효과도 있다.
전체적으로 KB금융의 주가가 낮았기 때문에 상승효과가 있었지만 3분기 이후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구조조정이 추진되면 명퇴금 부담감으로 인해 주가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우리은행, 민영화 앞두고 속앓이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
우리금융지주가 M&A(인수합병)시장에 대어(大魚)급 매물로 나왔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9월8일 우리금융의 매각주관사로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JP모간을 선정했다. 예보는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내년 1분기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하고, 상반기 안에 우리금융 민영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러한 우리금융 민영화를 바라보는 임직원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정부가 제시하는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은 합병과 지분 매각 등 두가지다. 그러나 우리금융에서 바라는 방식은 오직 한가지 뿐이라는데 절박함이 있다. 우리금융 임직원들은 "지분 매각만이 살 길"이라고 외친다.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57%를 여러 주주들에게 잘게 쪼개 팔아 우리금융 지배구조를 과점주주 체제로 분산해 끌고 가자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합병이 되면 직원들이 많이 나가게 되므로 경영권이 보장될 수 있는 지분 분산 매각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리은행 관계자도 "경영진과 임직원이 고생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민영화를 희망하지만 합병 방식은 반대한다. 그러나 정부가 원하는 방식이 합병인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금융의 인수 후보로 꼽히는 곳은 하나금융뿐이다. 하나금융은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절반 가량을 하나금융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인수하고,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지분을 맞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히 우리금융에선 반감이 거셀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는 물론 자산규모가 더 작은 은행에 먹힐 수 없다는 자존심도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지난 9월1일 은행 본점에서 열린 '은행장과 함께' 행사에서 "우리은행의 기업 가치나 임직원 역량 등이 (인수후보군보다) 모두 뛰어나기 때문에 민영화는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이 근거 없는 루머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구체적인 민영화 방식이 결정되기까지 우리금융의 속앓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석규 애널리스트가 바라본 우리금융 = 민영화라는 큰 이슈가 있지만 KB금융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흥행 부진이 예상돼 이슈화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일정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최종 후보를 선정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인수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자면 하나금융 밖에 없다.
결국 가격이 문제가 될 것이다. 여러 업체의 경쟁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주가가 급등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민영화 방안이 나와야만 판단할 수 있으며, 지금 중요한 것은 합병방식이다.
◆ 신한은행, 진흙탕싸움으로 추락
신한지주 라응찬 회장
"일으키는 데는 30년, 무너뜨리는 데는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최고경영진의 분열로 사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신한금융그룹의 얘기다. 신한지주는 지난 9월14일 열린 이사회에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직무정지켰다. 외견상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절반의 승리를 거뒀지만, 뚜렷한 승자가 없는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 지붕 아래 라응찬 회장·이백순 행장 대 신상훈 사장간의 불안한 동거는 이사회 이후 더욱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신 사장 고소가 원칙에 입각한 행동이었다"고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고, 신 사장 측은 법률적 부분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수습의 열쇠는 일단 사법당국에게 쥐어졌다. 검찰은 이번 신한사태가 금융권 전체는 물론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조기 매듭을 지을 방침이다. 이르면 10월 중 검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검찰 결과를 떠나서도 안팎으로 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 3인에 대한 문책론이 강도 높게 일고 있다는 것.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 사태까지 이른 데 대해 관계자들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경발언을 내놓았다. 이른바 '신한 3인방'에 대해 당국 차원의 조치가 내려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신한은행 노조 또한 '3인의 동반퇴진'을 요구하며 최고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신한은행 노조는 9월16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가 수습 되면 관련 당사자 모두는 검찰 수사결과와 관계없이 신한조직과 후배를 위한다는 심정으로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커다란 용단(勇斷)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각종 고소 고발 및 금융당국의 조사가 줄을 있고 있는 상황에서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공멸을 의미한다"며 "나뿐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신한조직과 젊은 후배를 위해 결자해지 하는 모습을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국내 금융그룹 중 탄탄한 지배구조를 자랑했던 신한금융의 최고 경영진들이 벼랑 끝에 서 있는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일등은행 '신한맨'이라는 직원들의 자부심마저 이번 신한사태로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신한DNA를 외치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무기력감에 빠져 있다. 신한금융이 이대로 나락으로 떨어질지, 상처 입은 조직을 일으켜 재도약에 나설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석규 애널리스트가 바라본 신한지주 = 신한지주 사태는 검찰 조사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다. 최고경영진이 물러나든 물러나지 않든 경영진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훼손 된 신한문화의 프리미엄 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주가가 추가적으로 급락할 가능성은 없으며, 정치 문제와 연결돼 청문회 등으로 까지 확대되지 않는다면 봉합이 가능할 듯하다. 이런 문제만 없다면 신한지주의 실적이 뒷받침될 것으로 보여 반등 여지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