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는 한평생 현명한 이와 사귀더라도 진리를 모른다. 마치 숟가락이 국맛을 모르듯이.'(법구경 <바보의 장>에서)

골퍼들은 보다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보다 기분 좋게 골프를 즐기기 위해 고수에게 한수 배우기를 원한다. 자기보다 한수 위인 골퍼와 라운드 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함께 골프를 치면서 한수 배우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골퍼들은 18홀을 도는 동안 상대방에게 조언이 될 만한 말은 한마디도 안 하거나 하더라도 끝날 즈음 "헤드 업 하지 마시오" "힘만 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갈고 닦으면 좋은 샷이 되겠습니다"와 같은 흔하디흔한, 조언이랄 것까지도 없는 말을 한마디 뱉는 게 고작이다.

자세 하나하나를 지적해가면서 친절하게 지도해주고 '아! 바로 이것이로구나!'하고 무릎을 칠만큼 결정적인 지도를 해주길 바랬는데 하나마나한 말이나 한마디 던지고 마니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다.

삼성그룹을 창업한 고 이병철 회장이 당대 최고의 골퍼 잭 니클라우스와 안양베네스트에서 라운드 할 기회가 있었다. 평소 골프를 지독히 사랑하지만 비거리나 방향성에서 만족할 수 없었던 이 회장이 뭔가 결정적인 팁을 기대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라운드가 끝나고 잭 니클라우스가 이 회장에게 건네준 팁은 딱 한 마디 "머리를 들지 마시오"였다고 한다.

골프에 일가를 이루고 있는 사람은 연습장의 레슨프로들처럼 친절하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고 가르쳐주지 않는다. 필드에서 설사 친절하게 가르쳐준다고 해도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가 많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돼있다고 해도 짧은 순간의 말 한마디나 지적이 오히려 그날의 골프를 망치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수는 무언의 가르침을 끊임없이 주고 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가 휘두르는 샷 하나하나가, 그가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모두 가르침이다. 단지 배우려는 사람이 이 모든 가르침을 알아채지 못하고 놓치고 있을 뿐이다.

배움의 도를 터득한 골퍼는 고수가 한 마디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모든 행동에서 배움을 얻는다. 금방 가르침을 포착해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고 실전에 응용해 좋은 결과를 얻을 줄 안다. 물론 레슨코치와 같은 가르침을 기다리는 사람은 이런 배움을 얻을 수가 없다.

어미 닭이 알을 품고 있다가 알이 부화될 때가 되면 알속의 새끼가 먼저 안쪽에서 껍데기를 톡톡 쪼는데 이것을 줄(口卒)이라 하고, 이때 밖에서 어미 닭이 껍데기를 쪼는 것을 탁(啄) 이라 한다. 알이 부화하기 위해 바깥의 어미와 알속의 새끼가 동시에 껍데기를 쪼는 것이 '줄탁동시(줄啄同時)'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 의기투합해 깨달음의 세계로 나감을 뜻한다.

이는 모든 분야에서 앞선 사람과 뒤따르는 사람 사이에 꼭 필요한 조건이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수와 배우려는 사람이 한마음으로 일치해 있을 때 한수 한수는 침묵 속에 전수되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골프 속담은 '골프를 배우는데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