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베이비부머(baby boomer). 올해 47∼55세인 이들이 본격적으로 은퇴의 거센 물살에 휩쓸리고 있다. 퇴직이 코앞이지만 현실적인 은퇴준비를 한 이들은 드물다. 그런데 야속한 시절이 그들을 또 울린다. 그들은 부모를 부양했지만, 정작 그들은 자녀들에게 손을 내밀 수 없는 슬픈 세대다.

그러나 비록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아직 가야할 길이 먼 베이비부머들. 장수(長壽)가 리스크가 아닌 축복이 되게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호원 미래에셋생명 은퇴설계컨설팅 팀장의 조언으로 '50세부터 시작하는 노후 설계'의 바람직한 출구를 모색했다.


장수 리스크를 고려한 50대의 은퇴설계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

남들은 잘 나가는 대기업의 부장이라고 부러워하지만, 이진호(가명·50) 씨의 속내는 다르다. 은퇴는 60세에 할 계획이지만, 실제 직장생활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은퇴 후에는 실버타운에서 한살 연하의 부인과 함께하면서 보다 편안한 노후를 맞고 싶은데 막연한 생각뿐이다. 과거에 중간 정산한 퇴직금은 지금은 어디에 사용했는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렸고, 딱히 노후 대책이라고 준비한 것이 거의 없다. 아직 학생(대학생·고등학생)인 두 자녀의 교육비와 장래 결혼자금도 부담이다.

이씨는 고민 끝에 '인생 5학년'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은퇴설계 전문가를 찾았다. 결코 빠르지는 않지만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100세 장수돴도 바라보는 시대에는 50세에 시작하는 은퇴설계도 자못 의미가 크다. 노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구체적인 은퇴설계를 위해선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고려한 '인생설계'가 밑그림이 돼야 한다. 이진호 씨 가족의 경우 월 소득이 750만원에 이르지만 현재 뚜렷한 재무목표 없이 수익률을 좇아 막연하게 금융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은퇴자금 등 보다 구체적인 재무목표를 먼저 정하고, 기존의 금융자산과 향후 가입하게 될 금융상품에 대한 운용 전략을 새롭게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① 재무목표는 금액, 기간 등 수치로 구체화

현재 이진호 씨 가족은 아파트(시가 5억원 수준)를 소유하고 있고, 예금과 펀드 등으로 운용되는 금융자산도 7000만원이 있어 재무상황이 양호하다. 월 소득 750만원 중 250만원은 저축과 투자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아도 은퇴설계가 가능하다. 그러나 재무목표에 따라 목표별 주머니를 따로 설정하고 효율적인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
이씨 가족의 경우 대표적인 재무목표는 세가지다. 자녀의 대학자금과 결혼자금, 부부의 은퇴자금 등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적금 200만원을 새롭게 적금 67만원(둘째 자녀 대학 학자금), 펀드 78만원(자녀 결혼자금), 변액연금 55만원(노후 생활비)으로 분류했다.

먼저 필요한 자녀 대학자금은 매년 1000만원 정도가 예상되는데, 첫째 딸의 경우 대학교 4학년으로 현재 준비돼 있는 금융자산(7000만원)중 일부를 활용하면 크게 무리가 없다. 다만 둘째 아들의 경우 현재 고등학교 3학년으로 내년에 대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대학 입학 후 2년 정도는 현재 금융자산에서 활용하고, 나머지 2년은 새로 준비하기로 했다. 교육비 상승률 7.5%를 가정했을 때 3년 뒤 2년 동안의 필요금액은 2526만원이며, 예적금 기대수익률 4% 가정 시 매월 67만원 정도를 저축하면 이 금액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자녀의 결혼자금의 경우 여성은 평균 4000만원, 남성은 1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자녀들이 결혼자금의 일부는 스스로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신혼보금자리나 결혼비용이 만만치 않아 결혼비용의 50% 정도는 도움을 줄 생각이다. 이를 위해 딸의 경우는 향후 5년 동안 35만원, 아들의 경우 10년 동안 45만원을 각각 투자해 2000만원과 5000만원을 마련하는 목표를 세웠다.



②노후 주거 전략…실버타운 보증금

이씨 부부는 은퇴 후 실버타운에 들어가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실버타운은 도심형과 전원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최근에는 가족들의 접근성, 문화생활 등을 고려해 도심형이 인기가 높은 편이다. 입주 시 보증금은 평형별 차이가 있는데 최소 1억2000만원에서 4억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버타운 입주금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처분하거나 전세로 활용해 마련할 것을 권했다.

③은퇴설계 시 예상보다 오래 살 위험 고려

우리나라 2007년 평균수명은 79.6세(남성 76.1세, 여성 82.7세)이다. 1997년 평균수명 74.4세와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5.2세가 늘어난 셈이다. 이씨가 만일 60세에 은퇴해 평균수명 80세까지 산다고 계산할 경우 노후기간은 20년이 된다. 하지만 이씨가 10년 후에 은퇴할 무렵에는 기대수명이 현재시점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장수리스크로 은퇴자금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노후기간 산정 시에는 평균수명 증가를 감안해 더 길게 계산하는 것이 좋다. 또 금융상품 중 보험사의 종신연금을 활용해 평생토록 연금을 수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씨는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노후 생활비를 현재 생활비 수준인 월 30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감안하면 개인연금으로 준비해야 할 일시 은퇴자금은 2억2000만원 정도다. 현재 적립된 개인연금 3000만원과 생활비는 현재 불입하고 있는 연금(연금보험 50만원, 변액연금 55만원)을 은퇴 예상 시점인 60세까지 지속적으로 불입해 준비하도록 했다.


 
골드플랜의 마무리는 '제2의 직업' 찾기

이진호 씨의 경우 이처럼 큰 무리 없이 50세의 나이에도 은퇴설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베이비 부머들에 비하면 상황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은퇴시기가 빨라질 수 있고, 건강의 악화 등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상황을 대비해 이호원 팀장은 "은퇴설계는 단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단위로 모니터해 변하는 상황에 따라 수정·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모아놓은 변변한 자산이 없어 최소한의 은퇴설계도 어려운 경우라면 은퇴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은퇴 후에 제2의 직업을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간 중에 노후 대비를 위한 일거리를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