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휴대전화시장에서 LG의 이름은 별로 나오지 않았다.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 삼성전자의 갤럭시만 주목받았을 뿐이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양자구도 속에서 LG의 옵티머스는 갈 곳을 잃었다.

“안일한 2위를 구원하라”

10월1일자로 LG전자의 새로운 사령탑에 오른 구본준 부회장의 특명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편안한(?) 2위를 유지했던 LG전자에게 절박함은 없었다. 삼성전자가 이건희 회장 복귀 카드를 꺼내들며 ‘위기론’을 부각시켰을 때도 LG전자의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LG전자 이사회는 이례적으로 임기 중 부회장을 전격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휴대전화 분야에서 시장을 쫓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구 부회장은 취임사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휴대폰 사업에서 LG의 위상은 불과 1년전 성과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이 책임주의와 성과주의에 입각해 최근 부진한 경영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의와 더불어 새 부회장이 내정됐다는 점에서 '경질성'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기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전문 경영인 대신 오너 경영체제라는 초강수를 둔 것을 두고 절박한 LG전자의 현실을 보여준 인사라는 지적이다. 구 부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3남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친동생이다.

시장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강력한 오너십을 발휘해 위기에 빠진 LG전자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남용 부회장이 전문경영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보수적 경영을 펼친 것에 비해 구 부회장의 경영행보는 보다 적극적일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LG전자 주가 역시 부회장 교체 발표 이후 4% 가량 오르며 한달만에 10만원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구 부회장의 LG전자 복귀를 세습경영에 견주기도 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LG전자의 오너경영에 대해 '북한만큼은 아니지만 권력승계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구 부회장을 ‘무능하지는 않지만 참신한 인재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전문경영인같은 오너경영인

구 부회장은 오너 경영인이지만 전문경영 능력을 이미 여러 차례 입증했다. 특히 구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파주 LCD 클러스터 구축은 대표적인 성공 투자로 꼽힌다. LG필립스LCD는 2년 만에 7세대 LCD 패널공장을 완공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됐다. 휴전선 접경지역이 불과 10km 남짓 떨어진 곳에 5조3000억원의 공격적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의 안보 리스크를 해소한 점도 높이 평가받는다.

2007년 LG상사 대표로 자리를 옮겨서는 자원개발분야와 컨트리 마케팅을 통해 놀라운 경영성과를 이뤄냈다. 취임 첫해인 2007년 584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615억원으로 3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477억원에서 1042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5조3610억원에서 4조3160억원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구 부회장은 그린에너지사업을 비롯한 신사업 추진도 가속화해 올해에는 LCD 분야 CDM(청정개발체제)사업에 대한 UN승인을 세계최초로 획득했고,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사상 최대규모 가스처리 플랜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매장량이 약 5억6000만톤에 달하는 미국의 대형 구리광산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8800만 달러를 투자, 광산지분의 10%를 매입해 2012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대형 자원개발사업을 주도했다.

◆스마트폰 위기, 극복 열쇠는?

"LG전자의 명예를 받드시 되찾읍시다."
 
구 부회장이 10월1일 취임사에서 마지막으로 외친 말이다. 2등 주의를 벗고 LG전자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구 부회장은 이날 다섯가지 중점사항을 내놓았다. 시장 선도형 혁신제품 개발, 최고 품질 확보, 고객 기반 사업전략, 인재육성 환경 조성, 그리고 자율과 창의를 겸비한 조직문화 등이다.

구 부회장은 취임 이후 먼저 현장경영을 통한 업무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취임 전인 추석 연휴에도 각 사업부분의 업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부회장이 찾을 곳은 휴대폰의 핵심사업지인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 평택공장과 TV 생산을 주력하는 HE(홈 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구미공장이다.

스마트폰의 대응 미비를 극복하기 위해 새 LG전자의 수장이 된 구 부회장의 해법은 역시 스마트와 연관돼 있다.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도 스마트 TV의 연내 출시다. 강신익 HE사업부 사장(현 글로벌마케팅 담당)이 9월29일 기존의 인터넷TV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TV를 내놓겠다고 선언하며 스마트 LG의 첫 발을 내딛었다.
 
구 부회장이 위기의 LG전자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스마트에 충실해야 한다는 언론의 충고도 이어진다. 스킨십(Skinship)과 메리트 시스템(Merit system), 열정문화(Ardor)와 인적 리모델링(Remodeling), 팀워크(Teamwork)가 스마트(smart) 경영의 핵심 키워드다.
 
애플 발 스마트폰 위기에 놓인 LG전자를 구원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수장에 오른 구 부회장. 그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경력>
1951년 生
경복고,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美 시카고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6년 금성반도체 부장
1989년 LG전자 이사
1996년 LG화학 전무
1997년 LG반도체 전무
1998년 LG반도체 대표이사
1999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2004년 LG필립스LCD 대표이사 부회장
2007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