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9월 이후 랠리를 펼치면서 '짝수해 징크스'를 떨쳐낼지 주목된다. 주식시장에서 오랫동안 내려오는 속설은 '홀수해 활황, 짝수해 침체'다. 홀수해에 강세장을 연출하면 짝수해는 저조한 성적을 면치 못한다는 징크스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증시에 불이 붙어 이 같은 속설을 뒤집을 태세다. 이와 함께 남은 3달간 유망 종목에 대한 관심도 초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9월 말까지 11.29% 상승
 
올해 코스피시장 상승률은 9월 말까지 11.29%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풀린 '유동성의 힘'으로 50% 가까이 급등한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홀짝수 속설이 유효해 보인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올해는 여느 해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2003년 이후 시작된 대세 상승기와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09년까지 과거 23년간 코스피시장은 홀수해는 강세장을 연출하고 짝수해는 상대적으로 약세 또는 횡보장세를 이어갔다. 홀수해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12번 중에 9번, 짝수해는 11번 가운데 6번이다. 빈도만 놓고 보면 비슷하다.
 
그러나 상승률로 따지면 이야기는 다르다. 홀수해는 평균 상승률이 28.11%인 반면 짝수해는 3.99%에 그쳤다. 상승률 차이는 22.12%포인트.
 
1987년 이후 짝수해 상승률이 전년 홀수해를 앞지른 경우는 1992년과 1998년밖에 없다. 1992년 코스피시장의 상승률은 11.05%, 이에 앞선 1991년은 -12.24%였다. 1998년에는 49.47%를 기록하며 전년도인 1997년의 -42.21%를 압도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홀짝수 법칙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IT 버블이 고개를 든 1999년 코스피지수는 82.78% 상승했다. 코스닥에서 시작된 IT 열풍이 코스피시장으로 옮겨 붙으면서 '초활황'장세를 연출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IT버블이 꺼지면서 2000년 코스피지수는 50.92% 폭락했다.
 
이후 2001년 37.47% 오르면서 체력을 회복한 코스피지수는 2002년 -9.54%를 기록하면서 '열탕과 냉탕'을 오갔다.


◆올해는 느낌이 다르다
 
올해도 지난해 50% 가까운 급등세에 비하면 홀짝수 법칙의 예외로 보기 힘들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이 있다.
 
최근처럼 연초 대비 10% 넘는 코스피지수 상승률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2년 연속 강세장을 기록하고 내년에 한번 더 달리는 대세상승장이 연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공백을 채우기 위해 지난해 50% 가까이 증시가 급등한 것은 오히려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올해는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시장이 10% 이상 상승하는 등 호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승은 질적으로 좋은 상승이기 때문에 느낌이 다르다"며 "크게 볼 때 2003년 이후 시작된 대세 상승기가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재급등할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종목은 중국 관련주다. 전통적인 철강과 조선도 눈여겨봐야겠지만 '신중국주'로 분류되는 자동차와 유통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 자동차주와 중산층이 소비에 눈을 뜨면서 시장성이 좋아진 유통과 의류 관련주을 주시하라는 것.
 
최근 글로벌 화두로 대두된 환율전쟁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달러화 약세와 외국인 매수가 정(正)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증시수급은 외국인 주도의 흐름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시즌 이전까지 종목 선택의 무게 중심은 환율 변수에 두는 자세가 타당해 보인다"며 "달러약세, 원화 강세를 겨냥한 항공과 유통, 철강주 중심의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만약'은 대비
 
그래도 만약을 대비할 필요는 있다. 상승랠리가 재가동된 증시 분위기에 취해 리스크를 잊으면 안 된다. 여전히 글로벌 경기 지표는 불완전한 상태다.
 
잠시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였던 유럽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감을 다시 자극하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9월 말 스페인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Aa1'으로 한단계 하향조정했다. 유럽 전역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시위도 유럽 국가들의 재정감축안 시행에 마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측면에서도 주식시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만한 모멘텀 확보가 미흡한 편이다.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생산이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달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고,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개월 만에 하락 반전하는 등 경기 둔화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가 섞여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지수 상승탄력이 둔화되고 종목별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투자자세가 바람직하다"며 "9월 주가상승으로 저평가 매력이 높았던 종목 수가 점차 줄어드는 점도 고민거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