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최근에는 은퇴적령기를 맞은 베이비 부머를 위해 일반기업은 물론 정부투자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퇴직자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또 퇴직자들에게 안락하고 편안한 인생 2막을 열 수 있도록 재취업이나 창업 등을 지원해주고 컨설팅해주는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 대표기업인 DBM코리아의 김용진 대표를 만나 아름다운 은퇴를 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를 들어봤다.
"아름답게 은퇴하려면 최소 5년 전부터 차분하게 준비돼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IMF 외환위기 이후 은퇴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돕기 위한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봐야죠."
DBM코리아는 은퇴준비자의 건강, 향후에 할 수 있는 일, 노후 여가설계 등 생애 전 분야에 걸친 실제 체험활동을 통해 은퇴를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적성검사 등의 준비작업이 필요하므로 최소한 2~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퇴직자가 은퇴 설계를 어떻게 할지 목표를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준비되지 못한 새로운 30년은 무의미
은퇴준비는 닥쳤을 때보다는 40대 후반부터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2~3개월을 남기고 준비하는 것보다는 5~6년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20~30년 동안 같은 직종이나 한 직장에 근무하다 계획없이 은퇴를 하게 되면 쫓기듯이 일을 찾게 되는데, 이때는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낮추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일례로 최근 모기업의 퇴직자 가운데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퇴직금 전부를 건 창업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씁쓸한 노후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며 "자기가 좋아하거나 의미있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채 새로운 30년을 맞이하게 된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들의 은퇴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은퇴 전부터 자격증을 따는 등 미리 준비하고 퇴직한 후 바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경우다.
◆나에게 맞는 은퇴설계를 하려면
김용진 대표는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 10가지 요소의 적성검사를 실시한다. 적성검사를 위한 10가지 요소는 ▲일의 재성찰 ▲삶의 만족도 ▲퇴직에 대한 태도 ▲삶의 의미 ▲주도성 ▲레저 ▲건강에 대한 인식 ▲사회 적응성 ▲재정적 안정여부 ▲가족과 인간적 관계 등이다.
이 기준으로 적성검사를 실시해 해당 은퇴자가 재취업을 해야 할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창업을 해야 할지, 또는 여가를 즐기는 노후생활을 해야 할지 등을 정하게 된다.
김 대표는 "10가지 요소 중에는 퇴직후 삶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수용하는지 여부와 퇴직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결정할 때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정하는지, 아니면 타인에게 의지해 결정하는지 등의 주도성 등을 분석하게 된다돲고 말했다. 이외에도 인생에 있어서 어느 정도 만족과 평안함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지에 대한 기준도 세우게 된다.
또한 재정안정성 평가도 실시한다. 재정안정성은 퇴직 후에 원하는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경제적인 안정을 갖기 위해 충분한 계획을 세웠는 지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항목이다.
"퇴직을 위한 경제적 준비가 충분한지 여부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입니다. 재정안정성 평가지수가 낮은 사람은 퇴직에 대한 준비가 덜 됐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 퇴직 후 현재 수준의 생활을 계속하거나 아니면 그 정도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결국 퇴직을 연기하고 과도한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경제적인 문제 외에 퇴직에 있어 다른 중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신경 쓸만한 여유가 없다고 느낀다는 것.
"퇴직 후 삶에 대한 기준으로 일, 가족/관계, 자신, 재정, 건강, 여가 등 여러 가지 삶의 영역 중에 원하는 만큼 만족하는 지의 여부가 삶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합니다. 평가지수가 높은 사람은 현재 자신의 삶을 만족스럽게 생각하죠. 따라서 퇴직을 결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일도 힘들게 느끼지 않기 때문에 퇴직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만약 퇴직을 희망한다면 10가지 요소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인식부터 바뀌어야
예상보다 한국의 아웃플레이스먼트 시장은 성장속도가 빠르지 않다. 금융위기나 고용시장 불안정 등의 이유로 최근에 뛰어든 여러 신생업체들은 생각과 다른 시장환경 탓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퇴직자 지원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거나 가격경쟁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려다 보니 기업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나 기업도 여전히 퇴직자 지원을 교육으로 생각하는 편이라서 실질적인 퇴직자 효익 - 마음관리, 경력에 대한 고민, 이에 바탕을 둔 새로운 경력의 모색 - 보다는 교육시간과 취업률에만 신경쓰는 편이다.
"현재 국내 기업의 아웃플레이스먼트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퇴직자에 대한 지원을 불필요한 비용지출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지원을 해주기 보다는 위로금을 더 주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경향이 대다수죠.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웃플레이스먼트는 보다 적극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자 개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결국 회사의 이미지 제고와 재직 직원의 생산성 향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고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광고에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 이미 한가족이었던 직원들의 변화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비용이나 효과 측면으로 봐도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은 작은 비용을 아끼거나 혹은 개인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줌으로써 장기적으로 회사에 돌아올 수 있는 장점을 포기하는 것이죠."
아웃플레이스먼트를 통해 기업은 명예퇴직 등 어쩔 수 없는 변화 시에 직원들의 반감을 최소화하고 오히려 한번 직원이었던 사람을 계속해서 충성도 높은 외부 이해관계자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는 외국계를 포함해 7~8개의 아웃플레이스먼트 회사가 있다. 그중 DBM은 1967년 세계 최초로 아웃플레이스먼트를 도입한 외국사로,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국내에 첫발을 내딛고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