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롯데그룹이 올 들어 거침없는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이며 놀라운 먹성을 자랑하고 있다.

많아봐야 1년에 3~4개 기업을 인수해온 그동안의 행적에 비해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성사된
M&A만 벌써 6건. 보수기업 롯데의 이미지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특히 최근 파스퇴르유업을 인수하며 우유시장에 다시 진출했고, 부산지역 소주업체인 대선주조 인수전에도 참가했다. ‘될 성 싶은’ 기업은 기회있을 때 모조리 인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는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롯데의 먹성이 대단하게 된 데에는 지난 2006년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상장이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롯데는 2000년대 들어 2005년까지 단 6개 기업을 인수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상장된 2006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20개 기업을 줄줄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인수에 투입한 자금만 해도 2000년대 들어 2006년 초까지 1조6700억원대였지만 2006년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6조5000억원대에 이른다.

이는 롯데쇼핑 상장 덕분에 자본여력이 커진데다 기업 공개에 따른 차입이 쉬워졌고, 일본이나 유럽 등 해외로부터의 자금유입도 수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가 이처럼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무차별 인수전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살펴보면 롯데의 M&A 행보에는 나름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평가다.


◆전공분야만 먹는다.. 시너지 효과 없다면 'No'

우선 철저히 자신있는 분야, 즉 현재 그룹의 주축을 이루는 사업분야와 연관성이 깊은 기업을 위주로 적극적인 인수 전략을 펼쳐왔다.

롯데는 이에 대해 “관련사업과 연관성이 큰 기업, 즉 기존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롯데가 그동안 인수한 기업들은 대부분 유통, 식음료,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울타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올해만 하더라도 바이더웨이(1월)와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2월)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의 석유화학기업 타이탄(7월), 중국 홈쇼핑 업체 럭키파이(7월), 필리핀 펩시(9월), 파스퇴르유업(10월) 등에 이르기까지 인수기업 모두 롯데의 주력 사업 안에 있는 것들이다. 

특히 롯데는 롯데쇼핑의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1조3000억원) 인수와 호남석유화학의 말레이시아의 타이탄(1조5000억원) 인수 건에서 모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이와 관련 주력사업으로 연관성이 크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과감히 ‘질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무리하지 않는다...가격 안 맞아도 'No'

아무리 ‘좋은 매물’이라 하더라도 무리한 금액으로 인수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도 롯데가 내세우는 숨겨진 ‘M&A 공식’ 중 하나다.

2000년 이후 롯데의 M&A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경우는 앞서 말한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과 말레이시자 석유화학사 타이탄의 경우가 전부다. 그 외에는 대부분이 2000억원대 미만의 자금을 투입했다.     

2002년 롯데호텔·쇼핑의 TGI프라이데이스 인수(501억원)와 2009년 롯데정보통신의 마이비(670억원), 롯데제과의 기린(799억원), 롯데삼강의 파스퇴르유업(600억원) 인수에서처럼 1000억원대 미만의 자금이 투입된 경우도 있다. 

롯데 관계자는 “우리 그룹의 M&A는 절대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며 “실제 5000억원대 미만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통상 백화점 한개의 점포를 여는데 3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개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곧 백화점 한 곳을 오픈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선을 해외로...글로벌 지향점 맞으면 'Yes'

롯데의 영토확장 추세와 관련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지난해부터 슬로건으로 내세운  ‘2018 비전’이다. 이 비전의 골자는 '아시아 톱10 진입'과 '매출 200조원 돌파'다.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비전 달성은 전 계열사가 함께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행보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롯데가 ‘2018비전’의 한 전략으로 해외기업의 M&A에 좀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는 것도 신 부회장의 이같은 의도와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12월 롯데쇼핑이 중국 타임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호남석유화학의 타이탄 인수, 롯데홈쇼핑의 럭키파이 인수가 '2018비전' 아래 추진된 대표적인 글로벌 M&A 사례다. 
 
중국 토종 대형마트인 타임스는 장쑤(江蘇)와 상하이, 저장(浙江), 산둥(山東) 등에서 65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업체로 롯데는 이 타임스의 점포망를 바탕으로 중국 현지 시장 지배력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타임스 인수를 계기로 9월말 기준, 국내 유통업체 중 최대 해외 점포망(총 101개점 : ․중국79개, 베트남2개, 인도네시아 20개)을 구축하게 됐다.

지난 7월 인수한 말레이시아의 타이탄 역시 롯데의 글로벌 기업 이미지에 탄력을 불어넣은 케이스다.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석유화학사인 타이탄은 지난해 매출액만 16억4000만달러이며 자국 내 상장사 매출 기준으로 상위 30위의 회사.

또 타이탄은 말레이시아 PO(폴리올레핀) 시장점유율 40%, 인도네시아 PE(폴리에틸렌) 시장점유율은 30%로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적 입지가 확고한 기업이어서 향후 롯데의 석유화학사업에 ‘효자종목’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롯데측은 “현재 (우리그룹이) 부채비율이 낮고 자금 유통이 원활한 만큼 주력사업과의 연계성과 철저한 가격경쟁력, 인수 이후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기업이라면 당분간 그룹차원의 M&A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