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산문의 절정
삶의 나침반이 될...짧은 만남, 긴 감동
인문학적 글쓰기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작가 이윤기의 산문집 <무지개와 프리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로 신화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저자는 난해하기로 이름난 세계적인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비롯한 200여권의 책을 번역한 뛰어난 번역가이자,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윤기 산문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글들이 수록된 산문집으로 1988년 초판 출간 이래 독자들의 손을 떠나지 않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무지개와 프리즘>은 '내가 사랑한 인간들'이란 주제로 '20세기 오딧세우스'라 불리는 영원한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에 대한 글로 첫장을 연다. 또 생떽쥐뻬리를 비롯해 혜자 한비자 등 동양사상가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문화와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깊이 있고 해박한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 이윤기 특유의 맛깔스러운 글맛에 빠질 수 있는 글들로 가득하다.
저자 이윤기는'중졸'이다. 대입 검정고시를 통해 서른이 넘어 신학교를 다녔으니 '중졸'이 정확한 학력은 아니지만, 그는 고등학교 진학 후 세달 만에 교문을 나와 그 후 모든 것을 '독학'으로 배우고 익혀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저자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깊이 있는 인간적·문학적 소양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글들을 많이 발표한 작가다. 이 책에서도 '청년들에게 고함'이라는 주제로 '나는 울었노라, 미시건 호숫가에서/새에게 새장은 아무 가치도 없다/이름할 수 없는 것에 이름하면서' 등 저자 특유의 감각적 필체로 젊은이들에게 감성적 충격을 건네고 있다.
저자는 지난 8월27일 심장마비로 63세의 길지 않은 생을 마쳐 왕성한 작품활동을 기대하던 많은 독자들에게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남겼다. 프랑스에서는 작가의 죽음은, 독자들에게 그의 작품이 잊혀지면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윤기는 우리시대뿐 아니라 시대를 넘어 영원히 살아 숨쉬는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젊은 시절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자유로운 영혼, 거침없는 자유인의 초상을 그린 카잔차키스에 대한 송가로 시작되는 <무지개와 프리즘>. 시간을 거슬러 젊은 세대들에게 필독서로 읽히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객지>처럼, 자기 삶의 방향을 진지하게 묻는 젊은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하며 세월을 거슬러 오래도록 읽힐 것이다.
그가 시대를 아우러 모든 젊은 영혼에게 남긴 '짧은 글, 긴 울림'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이제 나 자신에게 말 물어 보자.
지금 삶에서 무엇을 취하고 있는가?
하고 있는 일, 살고 있는 삶에는
내 피가 통하고 있는가?
나는 하고 있는 일의 품삯이 아닌,
일 그 자체, 그 일의 골수와
희로애락을 함께할 수 있는가?
나는 삶에서 무엇을 취하는가?
가죽인가, 뼈인가?
문제는 골수이겠는데, 과연 골수인가?'
-<청년들에게 고함> 중에서
*이윤기 지음/미래M&B 펴냄/1만원
민기홍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