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배불리기에 동네상인들이 희생돼야 합니까?”
유통가가 ‘이마트 피자’로 연일 시끄럽다. 지난 8월 첫 판매를 시작한 이마트 피자에 소비자들은 줄을 서고, 동네 피자가게들은 울상이다. ‘중소상인 죽이기’ ’대주주만 배불리는 꼼수‘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마트 피자가 ‘뜨거운 감자’가 된 형국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지름 45cm에 가격이 1만1500원인 값싸고 큼직한 이마트 피자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음식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상위권에 종종 랭크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아이와 함께 이마트 성수점에 종종 들린다는 박선영(32)씨는 "아이가 워낙 피자를 좋아해서 가끔 사 먹는 편"이라며 "일단 크기도 크고 조선호텔 베이커리에서 만든다고 하니 믿음이 간다. 최근에는 피자를 주문해 놓고 장을 보는 경우가 늘었다"고 귀띔한다.
매장당 하루 400판 판매, 주말엔 600판도 ‘거뜬’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만큼 이마트 피자의 매출곡선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마트 피자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매장당 300~400판 정도이고, 주말에는 600판이 거뜬히 나간다고 한다.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이마트 성수점의 경우 판매 첫 달인 8월에 6000개 이상 팔았고 매출액은 7000만원을 넘었다.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측은 피자 판매 매장을 현 29곳에서 연말까지 60곳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목표치를 높여 잡았다. 내년까지 전국 이마트 매장의 60~70% 점포에서 이마트 피자를 판매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세웠다.
‘피자가격의 혁명’을 불러온 이마트 피자지만 또 한편에선 ‘논란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들의 SSM(기업형 슈퍼마켓) 설립과 마찬가지로 이마트 피자 또한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크게 위협한다는 것.
이마트 주변 상인들은 “이마트처럼 대형마트들이 저가의 피자 판매를 전략적으로 진행한다면 앞으로 생계형 피자업체를 비롯한 치킨집 등이 다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피자에땅의 김신우 주임은 "지름 45cm 크기면 일반 피자 3개를 만드는 것과 같은 수준인데 저 정도로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건 대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일반 피자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세피자업체 “우린 뭐 먹고 살라고”, 정용진 vs 문용식 ‘피자설전’ 도
‘이마트 피자’ 논란은 온라인에서도 뜨겁다. 지난 9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트위터 팔로워들과 이마트 피자를 놓고 ‘이념적 소비’ 논쟁을 불러일으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당시 한 팔로워는 "장사하시는 분들은 가맹비, 임대료 빚 내서 힘들게 운영하는데 마트에서 피자까지 팔면 힘들지 않냐"고 이마트의 피자판매를 지적했고, 정 부회장은 "요즘 마트 가면 떡볶이, 오뎅, 국수, 튀김 안파는 게 없는데 특히 피자가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다른 네티즌이 “동네슈퍼와 대형마트의 생태계는 달라야 한다. 독점 자본의 잠입은 옳지 못하다”라고 다시 지적하자 그는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네요”라고 맞받아쳤다.
당시 ‘이념적 소비’라는 표현에 상당수 영세 상인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맹점 형태로 기업형슈퍼마켓(SSM)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동네 분식집이나 피자집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것이냐”며 정 부회장을 집중 공격했다.
10월28일에는 문용식 나우콤 대표와 정 부회장의 설전에서도 이마트 피자가 도마위에 올랐다. 문 대표는 “피자팔아 동네피자가게 망하게 하는 것이 대기업이 할 일이냐구여?”라며 이마트 피자판매를 겨냥해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내자 정 부회장은 “이분 분노가 참 많으시네요. 반말도 의도적으로 하셨다네요. 네이버에 이분 검색해보니 그럴 만도 하세요”라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문 대표와의 트위터 논쟁이 수그러들기도 전에 이번에는 이마트에 피자를 공급하는 업체인 조선호텔베이커리와 대주주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새어 나왔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씨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마트에 피자를 독점 공급하는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씨가 45%(실제는 40%)의 지분을 가진 개인 회사"라며 "이 회사가 이마트에 베이커리 상품을 제공하면서 조선호텔이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를 대주주 일가에게 양보했다"고 지적했다. 이마트 피자 판매가 '대주주 배불리기'의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신세계측은 “홈플러스도 신라호텔(신라호텔 베이커리)과 제휴해서 빵을 판매한다. 이는 빵이라는 상품이 호텔의 이미지와 크게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마트 피자와 관련한 지출내역 중 재료비중이 80%를 차지한다. 거기에 4~5명의 인원이 투입돼 관리하기 때문에 결코 (이마트 피자는) 수익내는 사업이 아니다. 단지 이마트 매장을 찾은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쪽에선 ‘대박’ 열풍이, 또 한편에선 ‘피자 대란’으로 묘사되는 2010년 8월발 ‘이마트 피자’ 논쟁. 제도적 해법이 없는 이상 당분간 이 게임의 승자와 패자를 단정짓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마트 피자, 도대체 어떻길래?
코스트코 피자서 벤치마킹…화덕당 300여개 제한에도 ‘없어서 못 팔아’
지난 8월 서울 이마트 역삼점에서 ‘1호 제품’이 나온 이마트 피자는 지름 45cm의 크기로 일반 피자 지름이 30cm 안팎임을 감안할 때 피자 2~3판 정도와 맞먹는 사이즈를 자랑한다. 이마트 매장 한 켠에 피자코너를 설치해놓고 ‘테이크 아웃’ 방식으로 판매하는 이 피자는 콤비네이션, 불고기, 디럭스의 3종류지만 가격은 1만1500원으로 동일하다. 조각피자는 2500원.
이마트 피자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격경쟁력이다. 한 판에 5000~7000원하는 저가 피자업체 피자스쿨을 제외하고는 현재 대부분의 비슷한 사이즈대 피자가격은 1만4000원 정도다. ‘마트 피자’의 원조격인 코스트코 피자만 해도 1만2500원(피자 지름은 44cm)으로 이마트 피자보다 크기는 조금 작고 가격은 더 비싸다.
현재 이마트 피자는 화덕에서 구워야 하는 특성 때문에 하루에 판매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있다. 평균 화덕당 300~400개의 피자를 구울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 신세계 측은 “코스트코의 피자를 벤치마킹한 후 1년간의 준비 끝에 선보인 게 이마트 피자”라면서 “값은 싸지만 고급스럽고 만족스러운 맛을 위해 현재도 계속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