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9일 제4대 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한 민병덕 행장이 11월5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사에서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아 이류은행으로 전락하느냐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있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던 민 행장. 그의 취임 후 지난 3개월여의 행적은 실로 숨이 가빴다. 취임 일성으로 '몸이 부서질 때까지 노력하고 죽음에 이르도록 정성을 다하겠다'는 국궁진췌(鞠躬盡瘁), 사이후이(死而後已)' 정신을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숨가쁘게 달린 100일 레이스
'조직 개편,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 현장 경영, 신상품 출시 ···'
민병덕 행장의 '취임 100일'간의 행보는 한마디로 변화와 혁신으로 압축된다.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는 국민은행호(號)를 더 큰 바다로 이끌기 위해 조직 재건에 박차를 가했다.
민 행장은 취임 직후 상품그룹 등 3개 그룹을 폐지하고 신탁·연금본부 등 6개 본부와 9개 부서를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생산성과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복기능을 통폐합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하기 위해 본부 조직을 쇄신한 것이다. 더불어 전략그룹과 재무관리그룹을 통합하는 등 기존 '13그룹20본부66부2실'을 '10그룹14본부57부2실'로 개편했다.
희망퇴직 실시로 조직의 슬림화도 단행했다. 지난 10월12일부터 18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320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이는 금융권 사상최대 규모로 희망퇴직 발생에 따른 비용만 약 6800억원(36개월치 급여 5500억 원과 이외 부대비용 1280억원)으로 추산된다.
민 행장은 이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었기에 숱한 고뇌와 번민을 거듭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유례없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무리 없이 이끈 조직 장악능력은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희망퇴직 비용의 경우 단기 실적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과다인력의 체질 개선 및 장기적인 비용 감축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 행장은 소통 경영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민 행장은 이달 중순부터 1개월간 전국 영업점 직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최고경영자(CEO) 전국순회 커뮤니케이션'을 가질 예정이다. 현장 중심의 소통 경영을 위해 국민은행의 현황 및 경영 전략에 대해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전략이다. 침체된 조직 분위기 일신 및 구성원의 긍지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집행력 있는 덕장"으로 불리는 민 행장의 리더십은 취임 직후 출시한 금융 신상품의 히트로도 이어지고 있다. 독창성과 고객 편의성 등을 바탕으로 인기를 끌어모아 판매 실적은 물론 국민은행의 이미지도 함께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민 행장 취임 후 만들어진 첫 시너지 연계 복합상품인 'KB 와이즈플랜 적금앤드펀드'는 금융시장 변화에 따라 적금과 펀드의 투자비율을 자동 조절해주는 상품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8월16일 출시된 뒤 4일 만에 10만계좌를 돌파한 데 이어 11월1일 기준 34만6951계좌에 3604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9월13일 출시한 'KB 국민업정기예금'은 매달 예금금리가 올라가는 계단식 금리구조의 월복리 상품으로 5만5244계좌, 1조732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KB와이즈 외화정기예금'은 8월9일 출시한 이후 2617계좌, 8219만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10월25일 출시한 스마트폰 전용 상품인 'KB스마트★폰 적금·예금'은 소비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중심으로 펀(fun) 요소를 도입해 1796계좌, 1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은행측은 "금융위기 이후 조직 수뇌부를 뒤흔든 모진 바람으로 인해 위축된 국민은행의 영업력이 민 행장 취임 이후 힘을 얻는 분위기"라며 "희망퇴직 같은 뼈를 깎는 조직 개선 노력이 서서히 성과를 거두면서 리딩뱅크의 위상도 굳건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크면서도 빠른 조직으로"
민병덕 행장이 이끈 지난 3개월여 국민은행은 쉼없이 달려왔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하다. 지난 11월1일,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하나의 은행으로 태어난 '창립 9주년' 생일날이었지만, 민 행장은 축배를 들지 않았다. 별도의 기념식도 없이 전 직원들에게 약 20여 분간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기념식을 갈음했다.
민 행장은 "오늘은 축하와 격려의 날이어야 하지만 KB의 현실이 기쁨으로만 맞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창립 9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전환점으로 삼아야한다"고 독려했다.
국민은행은 그간 '그룹변화혁신 TFT'를 중심으로 경영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왔다. 영업점 업무의 효율성과 고객 지향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분리(SOD)제도를 개선하고 있고, 여신관리센터/업무지원센터/심사센터 등 후선조직의 인력 재배치와 업무 효율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이제는 잘 준비된 방안들을 조직 내에 착근(着根)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민 행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직 내 필요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크면서도 빠른 조직으로 변모시켜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민 행장은 특히 진정한 리딩뱅크로서의 입지 회복을 위해 영업력 강화에 매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기존 점포는 방문 고객이 줄어드는 현실에 맞게 슬림화하고 통합점포는 전면 확대하며, 소형 특화점포를 신설해 고객지향적으로 확실하게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해 미래 지속성장 기반 마련의 토대를 닦는다는 방침이다. 민 행장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 외환부문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면 10년 후를 보장해 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이를 위해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과가 우수한 직원이 우대받는 성과주의 문화를 구현하고, 현장을 돌며 선배로서 조직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민 행장은 "행원으로 시작해 은행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현장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전국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진솔한 대화를 자주 나눌 것이다"고 약속했다.
소신과 도전 정신으로 '지난 100일'을 거침없이 헤쳐나온 민병덕 행장. 그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국민은행을 아시아 리딩뱅크라는 목적지에 잘 정착시킬 수 있을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