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진정한 싱글이 그리 흔치도 않지만 그 싱글들 중에서 그저 옆에서 바라만 봐도 행복한 골퍼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때 싱글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닌 골프를 하면서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현재를 아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냥 그만큼만 쳐도 충분히 행복할 골프를 싱글이라는 것이 짐이 되고 굴레가 돼버려서 골프 자체를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보기플레이어가 되고 싱글이 되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 돈을 벌면 행복해지고 사장이 되면 행복은 거저 따라오는 것이라는 발상만큼이나 어이없다. 비싸고 좋은 자동차를 타면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크고 좋은 아파트를 소유하려면 그 만큼 또 일해야 한다. 어떤 지위에 오르고 싶어하지만 그 자리에 가면 품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노력과 비용이 솔찮게 든다.
골프도 꼭 그러하다. 싱글이 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지만 일단 그 경지에 이른다 해도 그 실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시간과 노력,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매일 연습장을 가야 하고, 일주일에 한 두번은 꾸준히 라운드를 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스윙을 점검 받아야 한다. 게다가 초보자들에게는 다른 변수가 워낙 커서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잔디의 상태, 날씨, 바람, 동반자, 캐디 등등 조건과 상황의 아주 미묘한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기에 라운드 전의 준비나 라운드 중에 한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도 안 된다.
마음을 다스리고 신경을 극도로 곤두세워야 하는 아주 엄격하고 치열한 경지다. 골프 아니라 그 무엇도 고수의 세계란 그런 거다. 꼭 그래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뭐 하러 그 곳에 가려는지 정말 말리고 싶다.
골프의 행복은 스코어에 있지 않다. 20년 동안 찾아 헤맨 결론이다.
골프의 행복은 꾸준한 연습 속에 있고, 내일의 라운드를 준비하는 사소한 행위들 속에 있고, 친구들 속에 있고,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다. 어제보다 조금 진보된 스윙 속에 행복이 있는 것이고, 날아가는 공에 미운 얼굴도 실어 보내고, 일상 속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담아서 날려 보낼 수 있어 행복한 거다. 4명이 모여서 만든 희로애락의 드라마,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있어 행복한 거고, 넘치는 격려와 뜨거운 환호, 무더운 라운드 뒤 한잔의 맥주와 추위와 싸우고 난 후의 뜨거운 목욕이 행복한 거다. 스코어와 스코어의 진보란 그런 행복을 만끽한 자에게 주는 가벼운, 아주 가벼운 기념품 같은 것일 뿐이다.
행복하자고 시작한 골프가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스윙이나 샷의 관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관점의 관리돴다. 당구 잘 못 쳐도 친구들과 어우러져 행복하고, 축구 잘 못해도 아침에 일어나서 뛰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등산 잘 못해도 산 꼭대기 올라갔다 왔다는 그것만으로도 뿌듯하다.
골프도 꼭 그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