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대표적인 인문지리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충청도는 내포를 제일 좋은 곳으로 친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하여 서쪽은 큰 바다요, 북쪽은 큰 만이고, 동쪽은 큰 평야, 남쪽은 그 지맥이 이어지는 바, 가야산 둘레 열개 고을을 총칭하여 내포'라고 했다. 가야산은 이 내포지방 고을들을 거침없이 둘러볼 수 있는 내포지방 최고의 전망대인 것이다.

백두대간의 속리산 천황봉(1058m)에서 갈라져 나와 금강 이북지방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금북정맥이 서해로 빠져 세력을 다하기 전, 남은 힘을 쏟아 충남 예산과 서산 사이에 빚은 가야산(伽倻山, 678m). 비록 높이 600m급의 산이지만 서해 가까운 내포평야에 우뚝 솟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아 보인다. 가야산은 내포의 중심으로서의 위상도 대단하다. 신라 때 나라에서는 산 동쪽에 가야사를 짓고 제사를 지냈으며 조선시대까지도 덕산 현감이 이곳에서 봄가을로 제를 올리기도 했다.



남연군묘는 2대에 걸쳐 임금 나온다는 명당

기록에 따르면 가야산 자락엔 가야사, 개심사, 수덕사, 보원사 등 100여개의 절이 있었다고 한다. 이중 보원사와 가야사는 폐사됐고, 개심사와 수덕사는 남아 있다.

가야산이라는 산 이름을 비롯하게 한 가야사는 언제 누가 창건했는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때는 규모가 제법 큰 절이었다 한다. 1799년(정조 23)에 편찬된 범우고(梵宇攷)에는 '이 절에 금탑(金塔)이 있는데, 매우 빼어난 철첨석탑(鐵尖石塔)으로 탑의 사면엔 감실을 만들어 석불을 봉안하고 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젊은 시절 안동 김씨의 세도에 밀려있던 흥선군 이하응(1820~1898)은 경기도 연천 땅 남송정에 있는 부친 이구의 묘소가 풍수지리상 좋지 않은 자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흥선군은 지사 정만인에게 간청했고, 지사는 가야사 금탑 자리를 2대에 걸쳐서 왕손이 나온다는 대명당으로 점찍었다.

흥선군은 이 일대 땅주인이자 고을 최고 부자인 윤석문 집안 증손에게 청해 금탑에서 북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구광터라는 곳에 부친 묘소를 옮겨 쓰도록 허락받았다. 그리고 일년 뒤 충청도 관찰사에게 압력을 넣어 가야사를 폐사로 만들어 버렸다. 그 후 흥선군은 불을 질러 절을 태웠고, 금탑을 허문 자리에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쓰고 때를 기다렸다. 7년 후 흥선군은 차남 명복을 얻었는데, 명복은 철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니 바로 고종이다.

아들이 왕이 되자, 흥선군은 불태운 가야사에 사죄하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1865년 남연군묘 아래쪽에 보덕사를 세우고 원당 사찰로 삼았다. 당시 이장 때 썼던 남은들상여(중요민속자료 제31호)는 그동안 광천리에 보관하고 있다가 몇년 전 남연군묘 옆으로 옮겨놓았다. 이 남연군묘는 1868년 독일인 에른스트 오페르트의 도굴사건이 터지면서 대원군이 쇄국정책을 강화하고 천주교를 탄압했던 계기가 됐던 사연도 안고 있다.



중간중간 만나는 암봉, 조망 빼어나

가야산 주릉에 솟은 옥양봉, 석문봉, 가사봉(가야봉) 등은 모두 조망이 좋다. 홍성의 용봉산이 건너다보이는 동쪽, 천수만이 바라보이는 남서쪽, 개심사가 보일 것만 같은 북쪽, 가사봉 너머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으로 이어지는 남쪽 연봉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야산 최고봉인 가사봉은 충남의 해안에 솟은 산 중 오서산(790.7m) 다음으로 높은 곳이다. 옛날엔 중국을 오가는 뱃길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여러 통신 중계소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 석문봉이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야산 최고봉인 가사봉 중계탑까지 다녀오기를 적극 권한다. 산길이 험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중간 만나는 암봉들은 조망이 아주 빼어나기 때문이다.

가야산 산행은 어려운 편은 아니다. 능선의 암봉 부근이 조금 거칠지만, 아주 위험한 구간은 없다. 걷기 싫어하지 않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라면 재미있게 다녀올 수 있다. 물론 눈이 내렸다면 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 산행은 예산 쪽과 서산 쪽에서 각각 오를 수 있다.



남연군묘가 있는 예산 상가리에서 가야산으로 오르는 코스는 크게 셋이다. 남연군묘에서 북서쪽 옥양봉을 경유해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 남연군묘에서 옥녀폭포(옥양폭포)를 경유해 서쪽의 석문봉으로 직등하는 코스, 그리고 남연군묘에서 상가저수지~쉼터~609m봉 남쪽 안부 연결 코스가 그것들이다.

이 가운데 주차장~남연군묘~옥양봉~석문봉~남연군묘~주차장을 연결한 회귀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이 코스엔 암봉이 곳곳에 있어 조망이 아주 빼어나다. 보통 4시간 정도 걸린다. 가사봉 중계기지까지 다녀오려면 30분 정도 더 잡으면 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서산 쪽에선 용현자연휴양림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있다. 승용차로 휴양림까지 가다보면 백제시대의 위대한 불교예술 작품을 만나게 된다. 용현계곡에선 서산마애삼존불상(국보 제84호)에서 `백제의 미소돴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1.5km 정도 더 달리면 펑퍼짐한 들녘에 보원사지가 보인다. 이곳엔 통일신라 때의 당간지주와 석조, 고려 초기의 5층석탑 등 모두 5개 보물이 흩어져 있다.

본격 산행은 용현자연휴양림의 산림휴양관 앞에서부터 시작된다. 휴양림~사잇고개~석문봉~가야봉~일락산~개심사~보원사지~휴양림 코스는 6~7시간 정도 걸린다. 개심사를 들르지 않고 보원사지로 바로 하산할 경우엔 1시간이 절약된다. 휴양림 주차료 승용차 3000원, 입장료 1000원.



여행정보

●교통 서해안고속도로→해미 나들목→45번 국도(예산 방면)→덕산(좌회전)→상가리 주차장 / 서해안고속도로→서산 나들목→운산면→618번 지방도→강당교(우회전)→서산마애삼존불→보원사지→용현자연휴양림 <수도권 기준 2시간 소요>

●별미 서산마애삼존불상 입구에 있는 용현집(041-663-4090)은 2대에 걸쳐 30년간 사랑 받아온 어죽 전문 식당이다. 어죽 1인분 5000원. 2인분 이상 주문 가능.
 
예산 쪽엔 상가리 주차장 맞은편의 가야산옥녀식당(041-337-5374, 011-428-6750)에서 잔치국수(5000원), 동태찌개(7000원), 도토리묵(1만원), 산채비빔밥(7000원) 등을 판다. 남연군묘 가는 길에 닭도리탕, 닭백숙을 파는 식당이 두엇 있다.

●숙박 남연군묘 진입로인 덕산온천엔 덕산온천관광호텔(041-338-5000), 덕산싸이판대온천(041-338-8862), 덕산스파캐슬(041-330-8000) 등 온천을 겸할 수 있는 숙박업소가 여럿 있다.

서산 쪽에서 오르려면 용현자연휴양림(041-664-1971, www.huyang.go.kr)을 이용하면 된다. 숙박비(비수기돚주중/주말돚성수기)는 4인실(23㎡) 3만2000원/5만5000원, 5인실 4만원/7만원, 6인실(39㎡) 5만원/8만5000원, 8인실(49㎡) 6만원/9만8000원, 10인실(59㎡) 7만원/11만원.
이외에도 용현리엔 서울민박(041-664-3663), 푸른산장민박(041-664-1715) 등의 숙박 시설이 있다. 1박에 3만원.

●참조 서산시청 041-660-2114, 예산군청 041-339-7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