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많이 탄’ 외환은행이 결국 하나금융의 손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은행 역사에서 외환은행만큼 주인이 많이 바뀐 곳이 없다. 그만큼 인수・합병(M&A) 실사도 많이 받았다. '外患은행'이라고 칭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팔자가 드센 은행이 외환은행이다.

외환은행은 1967년 한국은행이 1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됐다. 정부로서는 수출확대를 위해 외환거래 전문은행이 필요했다. 당시는 달러가 절실하고 외환관리가 매우 엄격했기 때문에 외환은행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위상을 즐겼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엘리트 의식은 대단했다. 외환은행은 1989년 한국외환은행법이 폐지되면서 시중은행으로 전환됐지만, 외국환 전문은행이라는 아성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팔자'가 꼬였다. 1999년 외환은행의 최대주주는 한국은행에서 코메르츠방크로 넘어갔다. 외국금융기관에 넘어간 첫번째 은행이 된 것이다. 이후 코메르츠방크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외한은행 지분을 1조3833억원에 매각한다.

사모펀드의 성격상 론스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환은행의 지분 매각을 위한 접촉을 하기 시작했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 얘기가 나오면서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하나금융과 국민은행. 결국 국민은행은 2005년 하나금융과 싱가포르 DBS를 물리치고 외환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지분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에서는 국민은행의 실사를 저지하고 나섰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어 검찰까지 ‘헐값 매각’ 의혹을 수사하고 나서자 국민은행은 계약 대금을 미뤘고, 론스타는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2007년 론스타는 HSBC와 지분인수계약을 다시 체결한다. 그러나 검찰의 헐값 매각 수사가 또 다시 발목을 잡았다. 금융당국이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각승인 검사를 지연시킨 것. 여기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8년 9월 HSBC가 먼저 매각계약을 파기했다.

잠시 숨을 돌린 론스타는 올 3월 외환은행 M&A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곳은 호주의 ANZ은행. ANZ은행의 CEO 마이클 스미스는 한국을 방문해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사를 표명하고 실사를 진두지휘했다. 이것으로 외환은행의 길고 긴 인수전은 막을 내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론스타는 11월25일 하나금융과 주당 1만4250원, 총 4조6889억원에 주식매매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외환은행의 드센 팔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선 노조와 임직원들이 론스타와 하나금융에 대해 거세게 반발을 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 측에서는 그동안 매각작업을 하면서 노조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왔는데, 갑자기 하나금융을 인수자로 선정했다"며 "은행의 성장을 위해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경영에 간섭하지 않아왔던 론스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비난했다.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반발 수위를 볼 때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끌어안기가 결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론스타의 '먹튀 논란'과 세금 문제도 과거 국민은행, HSBC 등과 매각협상을 할 때와 전혀 변한 것이 없는 상태다. 이 외에도 하나은행이 아직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