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곳이 그간 미분양에 시달렸던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 아파트다. 대우건설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인근 옛 우리은행 전산센터에 위치한 이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해 최고 1억8000만원을 낮춰 재분양에 나섰다. 지하 4층, 지상 36층 2개동으로 구성됐으며 공급물량은 아파트 288가구와 오피스텔 99실이다.
◆오피스텔 '대박', 아파트 '쪽박'
대우건설이 아파트에 앞서 분양을 시작한 것은 오피스텔이었다. 결과는 대박. 거주자 우선 물량을 제외한 89실 모집에 4369명이 몰리면서 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과 달리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몰린 결과다.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면 정기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과 잠실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노렸다는 것이 대우건설의 해석이다. 전셋값 상승도 한 몫을 했다. 아파트보다 비용이 싸면서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에 자유롭다는 점, 또 계약 후 곧바로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오피스텔과 달리 아파트 분양은 참패였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6월 분양에서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 아파트 청약 결과 84㎡형 등 6개 평형은 3순위에서 힘겹게 마감됐지만 112㎡형과 120㎡형에서는 각각 1명과 3명만 신청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싸다는 건설사의 자체평가를 주택 수요자들이 외면한 꼴이다. 대우건설이 최고 1억8000만원을 낮춰 재분양에 나선 것도 가격 외에는 답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사업장은 오피스텔과 상가, 아파트의 분양을 각각 따로 진행했다. 잠실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지난 3월 처음 분양계획을 세웠다가 5월에 이르러서야 오피스텔만 분양했다. 상가와 아파트는 6월 본격적인 분양활동에 나섰다.
건설업계는 오피스텔과 아파트, 상가를 별도 분양한 것에 대해 매입하려는 계층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오피스텔을 먼저 분양하면 분양 성적에 따라 아파트 분양의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수요층 분리를 위한 선택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오피스텔의 인기에 힘입어 아파트 분양 성적을 끌어올리려는 계산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쓴맛을 본 셈이다.
◆주변보다 1억 이상 싸
공급물량은 84㎡ 54가구, 108㎡ 110가구, 119㎡ 58가구, 123㎡ 58가구, 150㎡ 4가구, 234㎡ 2가구, 244㎡ 2가구 등 288가구다. 이중 84㎡는 계약이 완료됐다. 저조한 계약률을 극복하기 위해 대우건설은 11월부터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옵션포함 8685만원에서 최고 1억8486만원을 기존 분양가에서 할인하기로 결정했다.
계약진행과정은 일단 나쁘지 않다.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 분양 대행사인 마루R&D에 따르면 프로모션 이후 50가구가 추가로 계약을 했다. 김민구 마루R&D 과장은 “하루 두 세건씩 꾸준히 계약하고 있다”면서 “저조했던 분양성적을 가격 할인으로 메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격은 얼마나 될까. 84㎡의 경우 3.3㎡당 분양가는 2080만~2160만원 1채당 가격은 7억2500만~7억5500만원 사이다. 층고가 높을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구조다.
반면 주변 시세는 1억원 이상 높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잠실파크리오의 84㎡의 시세는 8억3000만~9억2000만원, 비슷한 면적의 잠실리센츠의 시세는 9억~10억원선이다. 면적이 넓어질수록 가격차는 크다. 부동산써브가 조사한 주변시세에 따르면 롯데캐슬골드 123㎡의 시세는 15억3000만~16억8000만원이다. 같은 면적의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는 12억3300만~12억8300만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온기는 미지근하다. 11월25일 현재 계약된 아파트는 전체의 40%에 그치고 있다. 한편 펜트하우스 격인 244㎡의 가격은 35억9640만원으로 할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존 계약자도 일부 할인
일찌감치 사인을 한 기존 계약자는 어떻게 될까. 마루R&D에 따르면 기존 계약자는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가 할인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계약일자에 맞춰 할인금액을 일할 계산해 일부 감경해주는 식이다.
고급형 마감재를 써 후 계약자와 차별화를 둔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는 고려치 않고 있다. 다만 새로운 계약자에 비해 할인금액은 적어진다는 설명이다.
분양가 형평성에 관한 의견에 대해서는 초기 계약자는 동 호수 지정에 선택권이 넓었던 만큼 프리미엄이 있어 새로운 계약자만큼의 할인율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월드 후광효과 기대
한편 대우건설은 송파구청이 123층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를 승인하면서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가 후광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면 잠실역 일대가 무역센터와 아셈타워가 들어서 있는 삼성동 일대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한강 조망권 주상복합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음을 강조한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의 북측동의 경우 13층 이상이면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아차산과 천마산까지 조망이 가능한 파노라마 조망권을 갖췄다. 또 남측동 14층 이상의 남측 세대는 석촌호수와 청계산 등이, 동측 세대는 올림픽공원과 검단산, 하남 금암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호재에 힘입어 대우건설은 잠실이 강남에 버금가는 ‘금싸라기 땅’이 될 것으로 호언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의 개발이 완료되면 연간 280만명의 관광객을 동원하는 잠실벌에 푸르지오 월드마크가 우뚝 선다는 청사진이다. 더불어 이미 2000년대 초반 공급된 신천동 갤러리아팰리스와 롯데캐슬골드와 함께 잠실벌에 주상복합 타운을 형성하겠다는 분위기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때마침 결정된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승인으로 분위기는 조성된 상태다. 부동산 가격 바닥론도 서서히 퍼지고 있어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수요자의 몫이다. 파격적인 분양가 인하라는 강수를 꺼내든 대우건설이 잠실 미분양 털기에 성공할지는 결국 수요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