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교체!’

삼성이 2년 4개월 만에 그룹의 중추역할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 조직을 부활시켰다. 이와 함께 ‘절대 2인자’로 꼽히는 컨트롤타워 사령탑을 교체하는 카드도 꺼내들었다.

지난 2008년 7월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와 이에 따른 삼성 특검 수사의 후폭풍에 휩싸여공식 해체된  이학수 고문의 ‘전략기획실’은 2010년 11월 김순택 부회장의 신 컨트롤타워 조직으로 거듭났다. 같은 성격의 조직이지만 수장이 바뀐 것이다.

지난 3월 이건희 회장은 “투자와 사업조정 등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이 회장을 보좌해 그룹 내 전반적인 경영활동을 조정할 컨트롤 타워가 다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 경우 이 회장과 동고동락하며 삼성만의 철학을 요리해온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이 복귀 1순위로 꼽혔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이건희 회장의 선택은 김순택이었다. 이학수 전 실장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물러났다.
 
 


◆물러나는 이학수

“문책성 인사의 성격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지난 11월19일 이번 이학수 고문의 인사배경에 대해 “과거 전략기획실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관행 등을 씻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그룹의 실세이자 2인자로 통했던 이학수 고문은 지난 1997년부터 2008까지 11년간 구조조정본부장-전략기획실장을 맡으면서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비서실에서 재무를 담당했던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그룹 차원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삼성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이후에도 이건희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지난 8월 사면으로 비자금사건에 따른 사법적 굴레를 벗고 그룹내 '복권'도 가능한 상태였엿지만 결국 과거형 인물로 분류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학수 전 실장의 계열사 고문행은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던 ‘전략기획실’의 잔상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며 “향후 삼성이 이재용 부사장으로의 승계를 위해 조직과 인사를 재편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전 실장은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떠오른 김순택

“젊다는 것이 물리적인 나이를 의미하는 건 아니죠. 미래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창의성이라고나 할까요? 거기에 딱 맞는 분입니다.”

 ‘젊은 조직’을 강조한 이건희 회장이 김순택 부회장을 신 컨트롤타워의 수장으로 임명한 이유에 대해 삼성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회장은 조직개편 직전 “21세기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삼성이 지난 10년간 21세기 변화를 대비해 왔지만 곧 닥쳐올 변화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다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김순택 부회장을 발탁했다.
 
삼성의 성장동력 발굴과 일사불란한 전략 추진을 총괄하는 막중한 조직이 곧 컨트롤타워라는 점에서 이 회장이 ‘김순택호’를 띄운 것은 과거와는 단절, 미래에 대해서는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직된 그룹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계열사간 유기적인 협력을 꾀하는데는 ‘깐깐한 지장(智將)’ 스타일인 이학수 고문보다 ‘온화한 덕장(德將)’ 스타일인 김택순 부회장이 나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0년간 삼성SDI의 선장을 맡은 대표적인 장수 경영인인 김 부회장은 직원들과 고락을 같이하면서 소통을 실천한 CEO로 꼽힌다. 삼성SDI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일에 대해서는 냉정하지만 사람은 정으로 대하는 스타일이어서 덕장으로 불린다”며 “해외 출장 중에도 경사를 맞은 직원에게 현지에서 축하카드를 보내는 일이 종종 있다”고 전했다. 

김 부회장은 쇠락기에 접어들던 브라운관 회사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2차전지를 생산하는 미래형 에너지기업으로 변신시킨 성과도 높게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