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종영된 MBC 역사드라마 <김수로>. 이는 변한 12소국을 최초로 통합한 가야 김수로왕의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준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그동안 소외됐던 가야에 대해 최초로 다루면서 많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가야의 터전이었던 경남 김해(金海)에서 가야의 화려했던 역사를 되짚어 보자.

영남지방의 젖줄인 낙동강이 강원도 태백 황지에서 유장하게 흘러와 남해로 몸을 섞기 직전에 빚은 삼각주. 그 주변에 위치한 경남 김해는 뛰어난 철기문명을 지녔던 가야의 터전이다. 시내 곳곳엔 청동기에서 초기 철기시대를 거쳐 가야로 이어지는 시대의 유물·유적이 즐비하다. 

 


가야의 시작을 알린 무대 구지봉

김해 시내 중심가 구산동에는 가야국(伽倻國, 駕洛國)의 시작을 상징하는 소나무 언덕 구지봉(龜旨峰, 200m)이 있다. 바로 서기 42년 일대의 아홉 촌장들이 모여 구지가(龜旨歌)를 부르며 수로왕(首露王)을 맞이한 무대다.

거북아 거북아 / 머리를 내어라 / 그렇지 않으면 / 구워서 먹으리(龜何龜何 / 首其現也 / 若不現也 / 燔灼而喫也)

구지봉 답사는 언덕 아래에 자리 잡은 김해국립박물관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박물관 1층엔 낙동강 유역의 선사시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수렵이나 어로의 도구와 채집 유물, 농경 유물, 그리고 청동검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금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 대가야의 유물과 함안의 마갑총 유물도 구경할 수 있다.



2층 전시실엔 가야시대의 문자·기호, 그리고 전쟁 무기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렇듯 김해국립박물관은 가야 문화유산을 집대성해 놓은 곳이기 때문에 둘러보려면 최소 1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토·일·공휴일은 오후 7시). 관람·주차 모두 무료. 055-325-9332~3, gimhae.museum.go.kr

박물관에서 가야왕국에 대한 이해를 넓힌 뒤 박물관 뒤쪽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르면 길은 구지봉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부드러운 오솔길을 따라 5~10분쯤이면 오를 수 있는 구지봉 정상은 넓고 평평하다. 솔밭을 이루고 있는 정상 한쪽엔 고인돌 하나가 있다. 기원전 4~5세기에 세워진 것이라는 이 고인돌은 구지가를 들으며 숨 막히는 역사의 현장을 지켜봤을 것이다. 고인돌 덮개돌엔 멋들어진 글씨체로 '구지봉석(龜旨峰石)'이라 새겨져 있다. 조선 최고 명필로 꼽히는 한석봉이 쓴 것이라 전한다.

철을 다룰 줄 알았던 수로왕 일행은 바로 이 고인돌의 주인을 장악하고 그들이 신성시한 구지봉 자락에서 새로운 국가를 열었다. 그래서 구지봉은 나지막한 언덕임에도 가야의 후손들에겐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풍수상 거북의 머리를 닮아서 구수봉(龜首峰)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해서 세워진 가야는 경남 일원의 기름진 분지에 터를 이루고 수백년 이어지며 수준 높은 문화를 가꾸어 나갔다. 532년 가야연맹의 주체였던 금관가야가 멸망하고, 562년 대가야가 신라에 복속되면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지만 한때는 신라보다 수준 높은 철기 문명을 누리며 신라를 위협하던 나라였던 것이다.

가야를 흡수한 신라는 땅을 넓히고 인적자원을 보충함과 동시에 문화도 풍부히 살을 찌우면서 드디어는 고구려·백제와 동등한 위치에서 힘겨루기를 할 정도로 발전을 하게 됐고, 백두대간을 넘고 한강 너머까지 세력을 뻗쳐 결국 삼국통일을 이뤘던 것이다.

가야의 유민들은 신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루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김유신은 바로 가야의 맹주였던 김해 금관가야 왕족의 후손이었다. 또 강수는 중국 당나라와의 중요한 외교 문서를 작성했고, 가야금을 만든 우륵은 신라에 음악을 전해 문화를 풍요롭게 했다.

인도 아유타국 공주였던 허황옥

수로왕비릉(首露王妃陵)은 정상을 지나 3~5분 정도 더 내려가면 된다. 풍수로 보면 구지봉 정상은 거북의 머리요, 수로왕비릉이 있는 언덕은 거북의 몸통 부분이다. 그런데 머리와 몸통을 잇는 목 부분은 도로로 끊겨 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20년 이 거북형의 구지봉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어요. 일본인들이 김수로왕 탄생의 성역이 자리한 거북 머리와 수로왕비릉이 있는 몸통 사이의 목을 끊기 위해 산허리를 잘라 마산으로 통하는 신작로를 냈기 때문이지요."

문화유산해설사는 "지금은 터널을 만들어 이어주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기의 흐름이 정상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터널 위를 건너면 곧 수로왕비릉이다. 수로왕비는 인도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였으며 성은 허(許), 이름은 황옥(黃玉)이었다. 능 오른쪽의 파사석탑(婆娑石塔)은 수로왕비가 48년 인도를 떠나올 때 풍랑을 가라앉히기 위해 배에 싣고 왔던 것이라 한다. 수로왕비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열아홉 아들 중 두아들에게 자신의 성을 따르게 했는데, 그 때문에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는 아직도 통혼을 하지 않는다.

국립김해박물관~구지봉~수로왕비릉 산책시간은 왕복 30~40분 정도 걸린다. 가야를 세운 김수로왕을 모신 수로왕릉(首露王陵)은 국립김해박물관에서 1.5km 떨어진 서상동에 있다. 도보 여행이 아니라면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수로왕릉 주차료 30분마다 500원, 입장은 무료. 055-332-1094

김해엔 이 외에도 가야 관련 유적이 산재해 있다. 가야 최대 생활유적지인 '봉황동유적(회현리 패총)'은 초기 철기시대의 대표적인 유적지. 많은 조개껍질과 토기조각들이 널려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을 초기 가야시대로 안내하고 있다. 이곳 패총전시관은 발굴면을 그대로 전시함으로써 현장감을 더해줘 교육효과도 높다. 주차료 1시간 무료, 이후 30분마다 500원.

대성동고분박물관도 빼놓지 말자. 이 박물관은 유물 중심의 전시보다는 입체 모형과 영상자료, 실물 크기의 무덤복원, 금관가야인의 모습과 생활상 복원, 무사들의 복장 등 다양한 보조 자료를 통해 금관가야 사회·문화상을 알기 쉽도록 구성해 눈길을 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가야문화의 진수를 느끼는 체험학습의 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관람돚주차 모두 무료. 055-330-6881

한편 시내 어방동의 '가야역사테마파크'는 2011년 3월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MBC 역사드라마 <김수로>의 야외 세트장을 겸한 덕에 정식 개관 전부터 관광객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현재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고 있지만 밖에서 일부 구경은 가능하다.

여행정보

●교통 서울→경부고속도로→당진돚상주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서김해 나들목(좌회전)→금관대로→구지로→국립김해박물관 <수도권 기준 4시간30분~5시간 소요>

●숙식 부원동에 가야비즈니스호텔(055-331-2568), 김해관광호텔(055-332-4717)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수로왕릉 바로 옆에 있는 김해한옥체험관(www.ghhanok.or.kr 055-322-4735)엔 다양한 종류의 전통 방이 준비돼 있다. 2인실 기준 4만4000원~10만원. 단순한 숙박 외에 가족 등을 위한 1박2일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곳에선 궁중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인 '감지방'도 운영한다. 코스요리는 수로왕만찬(5만원), 허황후정찬(4만원), 가야정찬(3만원)이 준비돼 있고, 정식은 갈비찜(3만원), 민물장어구이(1만8000원), 불고기정식(1만5000원) 등을 차린다. 점심 특선은 우거지탕(8000원) 등이 나오고, 투숙객에게는 아침 식사로 죽·정식(5000원)을 제공한다.

●참조 김해시청 대표전화 055-330-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