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는 지금 확실히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이는 단지 올해 주가가 많이 올랐고 종합지수 2000포인트 시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붙이는 말은 아니다. 이보다는 주식이란 금융투자상품이 사람들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결 높아졌고 그 역할이 커지고 있기에 던지는 화두다.
올해는 전체 금융자산에서 주식자산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예금과 채권의 비중을 뛰어 넘는 원년이기도 하다. 직접투자든 간접투자이든 간에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있어 주식은 점차 중요한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 아마도 그 배경에는 주식만이 지닌 기업의 성장성이란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주요 연기금이나 다수의 기관투자가들에게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산관리에 있어서도 주식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가 낮더라도 주식의 품질 자체가 시원치 않다면 주식은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인 유행상품에 불과할 것이다.
자고로 어느 나라나 주가가 장기간 올랐던 국면, 즉 주식의 르네상스 국면에서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기업이익이 뒷받침됐다. 어떤 경우나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한국주식의 품질은 과연 안녕한가? 또 만일 상태가 괜찮다면 어떤 기준에서 좋은 성장주를 고를 것인가?
최근 우리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기업들보다 단순한 경기순환이나 계절적 변동성을 뛰어 넘어 고유의 성장매력을 발산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같다. 즉 과거의 전통사업에서 탈피해 새로운 성장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기업, 혹은 오랜 기간 치밀한 전략으로 예전에는 없던 도약에 성공한 기업들이 다수 눈에 띄고 있다. 해외시장을 무대로 매출이 뻗어 나가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예로부터 증시에서 큰 수익을 안겨다 준 종목은 단순한 경기흐름을 뛰어 넘어 구조적으로 성장엔진 자체가 바뀌는 기업들이었다.
우선 이런 대박 후보(?) 종목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특히 근래 들어 전체 거시환경보다는 개별기업의 수익과 경쟁력 변화가 주가를 훨씬 잘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지금 우리증시가 경기순환의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 다른 구조적인 변화가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 본다.
대표적인 예로서 올해 자동차업종의 주가상승은 전 세계 자동차업계의 호황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 현대, 기아차의 북미시장에서의 경쟁력 향상과 그에 따른 점유율 확대, 그리고 신흥시장의 본격적인 자동차 소비확대에 부응한 우리기업들의 경쟁력이 만들어 낸 결과다. 올해 화학이나 조선업종의 주가상승도 글로벌 전체경기의 수혜 때문이기보다는 중국의 수요확대와 기업들의 고유 경쟁력에서 나온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새로운 성장분야에서 일고 있는 주가의 새로운 물결은 예전의 역사적 멀티플(PER) 밴드에 갇혀 있는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규칙적인 경기순환 변동을 벗어나 기업 가치상의 중대한 변화를 등에 업고 주가 프리미엄이 점프하는 기업들이야 말로 투자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투자대상이다.
지금 국내 대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수종사업도 이러한 비(非)경기순환적 주가상승 논리를 뒷받침한다. 굳이 모바일, 바이오, 에너지혁명이란 거창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300조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한국기업들이(금융업 제외)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업종에서 향후 주가의 변화가 꿈틀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기업입장에서도 제한된 가용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신흥국들의 추격으로 인해 성장부문에 선택과 집중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내년에 성장주에 보다 열광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즉 증시의 순환측면인데 이미 과거 또는 현재의 펀더멘털만으로 주가를 설명할 수 있는 힘이 줄어든 상황에서 더욱 바라보게 되는 것은 미래의 성장 기대감이다. 주식시장은 늘 합리적인 수준에서 시작해 비이성적인 주가폭등을 거쳐 지나친 공포심으로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게 돼 있다.
지금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어쩌면 이 풍부한 유동성의 총알을 충족시켜 줄 진정한 성장 프리미엄을 지닌 종목일지도 모른다. 특히 경기가 어느 정도 확장한 다음에는 늘 대담하고 공격적인 주가상승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평소 신중했던 사람들조차 이성을 잃고 탐욕을 피해가지 못하게 된다.
아마도 내년에는 진짜 성장기업과 이를 빙자한 짝퉁 성장주가 뒤섞여 경기사이클을 뛰어 넘는 현란한 종목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쨌든 미래를 통찰해 성장률이 한 단계 점프하는 기업을 골라내는 것이 이제부터 가까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투자전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