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사를 고민하는 시기가 왔다. 연말 송년회가 이어지면서 누구나 건배사를 외쳐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준비를 못하고 갔다면 이 시간은 지옥과 같다. 기껏해야 ‘위하여’로 급히 마무리하지만 분위기는 썰렁하기만 하다. 송년회를 훈훈하게 할 좋은 건배사가 없을까?

최근 한 출판기념회에서는 훈훈한 건배사의 힌트가 될 만한 전투(?)가 벌어졌다. '건배사 배틀'이다. <스토리 건배사>를 펴낸 김미경 아트스피치 연구원장이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건배사를 평가해 우승자를 가리는 이벤트다.

참석자들은 김 원장의 기준에 맞춰 감동적인 건배사를 즉석에서 만들어냈다. 어릴 적 시골에서 혈혈단신으로 상경해 역 대합실에서 자면서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한 회원은 “제가 ‘인생은’이라고 외치면 다함께 ‘직진’이라고 외쳐달라”며 건배사를 제안했다.

이날 건배사 배틀에서는 특이하게도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원더걸스(원하는 만큼 더도 덜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 재건축(재미나고 건강하게 축복받으면서 살자), 남존여비(남자의 존재 의미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 등 유행한다는 축약형 건배사는 찾을 수 없었다.

이곳저곳에서 떠도는 축약형 건배사는 상황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한다. 돌고 도는 이야기다보니 식상하기도 하고 때론 경박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성적 표현이 담긴 건배사는 자칫 실수로 연결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1월 남북 이산가족 2차상봉의 남측단장으로 나선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겸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의 ‘오바마’(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 건배사다. 김 원장은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는 자리였음을 고민했다면 이 같은 건배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바마를 오직 바라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 기존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도 축약형 건배사를 삼가는 이유다. 이경숙 전 숙대 총장이 만든 개나리(개인과 나의 이상을 위하여)나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미래를 위하여)는 ‘계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릴렉스하게’와 ‘진짜 달라고 하면 줄래’로 변질돼 사용되고 있다.

반면 G20 비즈니스 서밋 오찬장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건배사로 제안한 ‘글로벌’과 ‘하모니’는 감동을 준 건배사의 예다. 불균형과 지구온난화, 빈곤 등 지구촌이 어려움에 당면해 있지만 기업인들이 조화를 이뤄 극복해내자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글로벌 CEO들의 환심을 샀다는 것이 김 원장의 해석이다.

“좋은 건배사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해요. 모임의 성격과 분위기를 파악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걸 축약해 구호로 외치면 됩니다. 축하자리인지 위로자리인지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인지 불특정 다수인지 따져보고, 모임 주인공과 얽힌 추억이나 신문에서 본 기사에서 힌트를 찾아 이야기를 만드세요.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을 몇마디 말로 압축해 구호화한다면 누구나 감동적인 건배사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김 원장의 스토리 건배사 어플리케이션은 아이튠스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송년, 신년, 결혼 등 상황에 따른 카테고리에 따라 105개의 건배사가 포함돼 있어 아이폰 유저라면 장소에 구애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김미경 원장이 말하는 건배사 임팩트 높이기

1. 스토리 전달 전 술잔 내려라
-사람들이 술잔을 들었다 놨다 하지 않게 우선 전원이 잔을 내려놓게 해야 한다.

2. 장군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라
-구호를 어떻게 외치는지 알릴 때는 실제 외칠 때와 같이 큰 목소리로 알려야 한다.

3. 추임새를 활용하라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죠?’나 ‘준비되셨습니까?’라는 말로 참여와 호응을 유도한다.

4. 배우가 되라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할 때 실감나게 표현하면 몰입도가 높아진다.

5. 두마디로 압축하라
-구호는 간결할수록 좋다. 선창과 합창이 모두 간결해야 힘이 실린다.

6. 구호를 변형하라
-‘사랑해’라고 외치는 것보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나 ‘사, 랑, 해’로 외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7. 쇼맨십을 요구하라
-어깨동무를 하거나, 러브샷을 하거나, 일어서는 등 퍼포먼스를 활용하면 효과가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