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노조원들의 시위가 1000일을 넘어섰다. 지난 2007년 12월 재능교육의 학습지 교사들로 구성된 노조원들은 “회사 측이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노조원들을 집단 해고했다”며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리고 꼬박 3년이 지난 2010년 12월. 서울시청 인근의 재능교육 사무실 앞으로 시위의 무대가 옮겨지고 단체시위에서 1인 시위로 규모는 작아졌지만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복직 등을 쟁점으로 내세운 사측과의 대치상황은 여전하다.

생활터전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시위현장에서 몸과 마음을 상하고 있는 노조원들, 그리고 노조원들에 대한 법적조치 강행으로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재능교육. 이들 모두에게 ‘1000일 시위’는 적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극으로 치닫는 대치사태…"노조탄압" vs "노조횡포"

노조원들의 집단시위는 단체협약 해지에서 촉발됐다.

노조원들은 사측이 단체협약을 해지하면서 3년간 수수료제도를 일방적으로 바꾸고, 지급해오던 여름휴가비를 폐지했으며, 마이너스 실적에 대한 수수료를 추가로 삭감했다고 주장한다. 또 교사들의 동의없이 임의로 월급에서 돈을 빼가는 자동충당제도를 실시하고, 어린이날 회원 서비스물 지급을 폐지하는 등 교사의 노동조건을 10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중인 한 노조원은 “회사측이 노조에 불리한 조건의 단체협약을 맺어 우리가 시정 요구에 나선 것”이라며 “그런데도 시위 과정에서 사측은 용역깡패를 동원해 조합원들을 폭행했고, 노조차량과 조합원 개인의 살림살이까지 압류딱지를 붙여댔다”고 비난했다. 

한편 재능교육 측은 이번 분쟁의 근본원인을 ‘노사갈등’이 아닌 ‘노노갈등’의 구조에 있다고 해석한다.

회사 관계자는 “2007년 5월 회사와 전 노조집행부간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나 반대계파인 현 집행부가 단체협약이 수수료 제도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하며 전 집행부 전원을 사퇴시키고 집권한 것이 갈등의 시작”이라며 “이후 현 노조집행부가 회사에 재교섭을 요구했고 우리가 재교섭없이 이전 단체협약의 이행을 촉구하자 그해 12월21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하게 된 것”이라고 시위배경을 설명했다.

이미 노조측과 단협을 마무리지었는데 불과 몇달 사이에 노조 내부의 균열로 인해 득세한 새 노조집행부와 또다시 단협을 체결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논리다.



◆"노조원 가재도구까지 압류" vs "회사 앞에서 술먹고 농성"

문제는 시위기간이 3년이 다 됐는데도 노사간 대립수위가 낮아지고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12월 이후 노조측의 강경시위가 이어지자 재능교육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2008년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노조원들에게 “회사 100m 반경 내 불법시위나 무단 천막설치를 금지하며 위반 시 위반행위 1회당 100만원을 회사측에 지급하라”는 내용의 방해금지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후에도 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한 회사는 올해 들어 법원에 압류와 경매를 요청해 조합원의 가재도구와 차량, 노조 사무실 비품 등이 경매 처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들은 집에 있던 김치냉장고와 세탁기는 물론 장롱까지 압류돼 경매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노조 차원에서도 방송차와 노조사무실에 있던 컴퓨터와 책상, 의자까지 모두 압류조치됐다.

그러나 회사 측은 “노조원들이 불법으로 농성하는 과정에서 회사직원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그동안 임직원 42명이 64회에 걸쳐 적게는 2주, 많게는 10주가 넘는 상해를 당해 총 160주 이상의 입원치료 등을 받았다. 여기에 영업을 방해하고 불매운동을 벌여 2007년 말 65만명이던 회원이 올 8월에는 54만명으로까지 감소했다”며 법적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사실 노사간 대립의 핵심에는 ‘수수료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회원유치 여부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교사로서는 당연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노조원들은 사측이 단체협약을 하면서 교사들에게 불리한 수수료 제도로 일방적으로 바꿨고 마이너스 실적에 대한 수수료 추가삭감까지 강행해 교사들에 금전적인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회사측은 “재능의 수수료율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수수료 개정 이후 평균 수수료 지급율이 41.30%(2007년 7월)에서 42.42%(2008년 6월)로 상승했고 대다수의 교사 수수료도 증가했다”는 입장이다.  



◆대화가능성은…단기간에 협상테이블 나서진 않을 듯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양측 사이에 화해무드가 조성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현재로선 노·사간 시각차가 큰 만큼 단기간에 양측이 협상테이블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측은 “지난 4월 서울지방노동청을 방문해 청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언제든지 노조와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노동청이 노조측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서면으로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음에도 현재까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알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오히려 사측이 대화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대화의 당사자인 노조간부들을 부당 해고하고 집기와 개인 가재도구까지 경매에 부치는 등 부도덕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노동조합’의 명칭 자체에 대한 양측의 해석차가 큰 것도 서로 간 대화의지를 꺾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측은 학습지 교사로 구성된 학습지산업노조를 노조법상 정식 노조가 아닌 ‘임의단체’라고 규정한다. 지난 2005년 11월의 대법원 판결(학습지 교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어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도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과 2009년 12월 노동부의 행정해석(학습지노조는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노조의 교섭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다)이 그 근거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1999년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이라는 합법 필증을 받았다. 이후 2007년까지 총 5번의 단체협약을 우리와 체결해온 마당에 갑자기 재능이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합법노조’가 아니라고 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