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글쟁이 김부원의
시인의 가슴으로 쓴 '진짜 글'
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반열에 올라서기란 쉽지 않다.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쌓은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여론을 주도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더더욱 힘든 일이라 하겠다. 바로 기자란 직업이다.
기자는 한 가지 사안을 놓고 그 안에 담긴 팩트(사실)를 끄집어내는 것은 물론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야 하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직업이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런 스트레스를 또 다른 '글쓰기'로 해소한다니...언뜻 이해가 안 되는 일이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 기자이면서 시를 쓰는 김부원 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비문학 제59회 시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김부원 씨는 언론사(머니투데이 머니위크 증권담당) 현직 기자다. 언론에 몸담고 있으면서 문학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문예지를 통한 등단은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다.
그는 치열한 숫자 싸움과 촌각을 다투는 증시현장을 다룬 기사와 저서 <수익률 1000% 주식투자의 신(이지북, 2010)>처럼 지극히 현실과 맞닿아 있는 글을 쓰면서도 온전히 감성에 의존한, 가슴으로 쓰는 '진짜 글'에 굶주려 왔음을 당선소감에서 토로했다. 어쩌면 시가 자신의 내면에 켜켜이 쌓여있는 응어리진 감정을 배출하는 유일한 출구였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슬몃 흘린 것이기도 하다.
단 한 줄의 글을 위해 고통스러운 밤을 지새워야만 했던 그의 치열한 글쓰기와, 자신의 시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면 외로움까지도 기꺼이 껴안고 살겠다는 시인 김부원이 만들어가는 시세계는 어떠할까.
시를 완성시킬 낱말과 문장들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이 바람이 많이 부는 날 홍대 앞에서 스스로 냉소적인 낭만주의자라고 칭하는 그를 만나 '글쟁이'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와 시인은 '글쓰기'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속성의 일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글쓰기를 즐긴다. 책 읽는 것이 게을러서 진득하게 책을 오래 읽지 못한다. 그래서 소설보다 시를 더 좋아한다. 쏟아지는 단어, 문장이 모여 한 편, 한 편 나만의 시가 늘어나면서 과연 이 시들을 읽고 함께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시 몇 편 쓰고 혼자 시인이라고 한다면 누가 인정해주겠나. 일반인이 시스템상 개인적으로 시집을 출판하기는 어렵다. 시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등단이라고 생각했다. 대표적인 월간 문예지 중 <한비문학>에 시를 보냈고 운 좋게 당선이 되었다.
-시를 읽어보면 심미적이면서도 냉소적인 표현이 엿보인다. 지향하는 시어와 시상을 정의한다면?
사랑. 외로움을 많이 탄다. 그런 외로움을 시에 많이 표현하는 편이다. 업무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외향적이고 대인관계 맺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알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시 대부분이 (이성간의) 사랑과 그에 따르는 아픔을 토로한 것이다. 그러나 될 수 있는 한 문장 안에 사랑이란 단어를 쓰지 않으려 한다. 아까워서.
그런데 냉소적인 면이 보이나? 지극히 낭만적인 사람인데 그런 부분이 있다. 마음은 뜨겁지만 표현은 차갑게 한다. 아픔을 치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억지로 긍정적 마인드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또 직설적으로 쓰려고 하는 편이다. 시를 보면 어려운 단어나 표현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쓰는 게 나도 편하고.
-기자는 날카로운 시선과 분석력,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을 요하는 직업이라 생각하고 있다. 반대로 시인은 부드러운 통찰력과 관조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극과 극의 관념적 사고에서 오는 충돌은 없나?
사고의 충돌에서 오는 어려운 점은 없다. 기자로서 일할 때와 시를 쓸 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사람들이 회사에서는 냉철한 사회인으로 일하고 집에서는 다정한 아빠와 남편으로 일하는 것처럼. 시를 쓴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기사는 개인의 개성이 들어가는 글이 아니라 있는 사실을 그대로, 흔히 이야기 하듯 중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는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입에서만 맴돌고 직접 쓰기 힘들다. 마치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하기 위해 그 배역의 감정에 몰입하듯 시를 쓰는 순간에 감정이입을 강하게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체력소모가 많다. 일상생활에 파묻혀 있다 보면 감정이 죽는다. 최근에는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를 두지 못해서 글을 쓰지 못하는 중이다.
-기자와 시인 두 가지를 병행하는 점이 놀랍다. 열정을 여러 분야로 나눠서 생활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사람마다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 다양한 면을 다 살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가지 만을 살리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만 예술을 하는 사람이 많다. 취미로,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사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영화감독,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지만 구체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이 없다. 꼭 예술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해보지도 않고 말로만 고민을 한다. 하고 싶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봐야 한다. 운동도 꾸준히 하는 편이다. 시를 쓸 때나 기사를 쓸 때 가장 큰 적은 게으름이다. 만약 예술만 하게 된다면 늘어져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더 열심히 하기 위해서라도 전업작가가 될 생각은 없다.
-프로필을 보니 관광개발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기자란 직업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 글짓기 상을 많이 받았다. 기자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 것도 글을 쓰는 일이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문학을 하는 것과 기사를 쓰는 것은 별개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 기사를 쓴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 있겠나. 기자는 공격적인 일이다. 찾아서 해야 하는 적극적인 면과 파고들려는 집요함이 필요하다.
전공은 기자를 하는데 전혀 상관이 없다. 대학원에서 경제를 공부하기는 했지만 전공으로 공부하는 내용과 기사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사에서 요구하는 부분들을 공부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거다.
-주식 관련 서적도 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머니위크를 통해서 주식전문가들 인터뷰 기사를 꾸준히 쓰던 중 출판사에서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묶어서 책으로 내자는 제의가 왔다. 추가로 인터뷰를 더해서 주식을 했던 사람들의 실패담과 극복,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글로 옮겼다. 주식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보다는 올바른 마음가짐에 대해서 논한 책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글을 읽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재테크를 할 수 있으면 한다.
-기자와 시인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떤 분야에 남을 건지.
무조건 기자다. 꼭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직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자 생활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시는 내가 쓰지 않아도 괜찮지만 기자는 책임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술 활동에 대한 욕구가 큰 것일 수도 있다. 전업작가들처럼 글만 쓰는 것은 자신이 없다. 시 쓰기가 일이 된다면 성공에 대한 부담이 더 클 것 같다.
-기자로서 또 시인으로서 어떤 자취를 남기고 싶나?
기자로서는 조금씩이라도 많은 분야를 경험하고 싶다. 꼭 어떤 것을 맡고 싶다기 보다는 여러 경험을 하고 싶다. 능력이 되는 데까지 꾸준히 하고 싶다. 마찬가지로 시도 (남들만큼 많이는 아니겠지만)꾸준히 쓰고 싶다. 생활에 지쳐서 글을 쓰는 것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일상에 치여서 축 쳐져 있으면 안 된다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겠지. 내 이름으로 된 시집을 내는 게 꿈이고 이왕이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많은 후배들이 기자를 꿈꾸며 공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마디.
기자가 되고 싶어하는 후배들보다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왜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이 사회가 바라는 인간상에 대해 고민하나. 스스로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본인의 방식대로, 꿈꾸는 사람이 되라.
윤혜령 대학생기자 [email protected]
<詩에 대한 단상>
미안해요
당신이 곁에 있을 때
단 한 편의 시도 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떠나고 나서야
초라한 마음의 조각들을 맞춰봅니다
이제 시를 씁니다
당신이 곁에 있을 때
당신은 나의 詩였습니다
-김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