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2000은 아득히 멀어진 것으로만 여겨졌고 오히려 1000포인트 재붕괴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적립식으로 꾸준히 납입한 투자자들은 좋은 성과를 내게 됐다.
◆위험관리는 긍정을 전제로 한다
언제나 걱정과 두려움만 가진다면 하락시 수익이 발생하는 파생상품에 투자하지 않는 한 투자에서 장기적으로 돈 벌 수 있는 기회는 없다. 돈은 벌 수 있을 때 벌어야한다. 아무리 투자의 귀재라하더라도 항상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벌어 놓은 돈이 있어야 손실 나는 시절이 와도 남는 돈이 있게 된다. 부동산이 고점 대비해 얼마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시기에도 고점 이전에 많이 오른 폭의 일부라도 얻어 놓은 사람은 여유가 있는 법이다.
위험관리를 한다는 것과 단순히 두려워하는 것은 별개의 얘기다. 위험관리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예상과 다르게 부정적인 경우가 발생할 때 대비하는 행위가 돼야 한다. 미래의 주된 흐름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망하면서 오직 그에 따른 행동만 취할 때, 부정적인 방향의 행동은 예상에 부합되는 행동이다.
예를 들어, 운전할 때 부정적인 방향에 해당하는 사고의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면 아예 마이카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 소형 마이카보다 안전도가 높은 대형 대중 운송수단이나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며 가급적 걸어서 다녀야 한다. 집은 아예 직장 근처에서 구해 살면서 차 안타고 도보로 출퇴근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의 확률이 낮다고 보기 때문에 사람들이 운전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고확률은 낮더라도, 위험관리를 위해 안전운전에 각별히 신경 쓰며 사고 시 대비한 차보험을 들어두는 것이다. 바다에 나가서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는 뱃사람이라도 태풍의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생각할 때만 바다에 나가서 일한다. 태풍이 올 가능성이 높은 날에는 위험관리상 아예 바다에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배를 띄울 수 있는 날보다 태풍 부는 날이 훨씬 더 많다고 예상한다면 아예 뱃사람 일을 포기해야 한다.
투자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주된 흐름이 나타난다고 보면서 투자할 때 위험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주로 걱정과 부정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투자로 돈 벌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은행 예금만 해서는 자산 증식 속도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사실도 알아야한다.
100년 만에 오는 대공황이라는 금융위기의 폭락에서 하락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랐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대폭락의 저점이 외환위기 대폭락 저점보다는 오히려 훨씬 더 높은 위치였다는 사실도 상기해야한다. 금융위기시 2008년 10월27일에 기록한 코스피지수 892.16은 외환위기 시절 1998년 6월16일에 기록한 277.37보다 3.22배 높은 지수였으며, 이는 같은 기간 10년 동안 평균 10% 복리로 늘어난 결과에 해당한다. 외환위기로 인한 폭락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대한민국 경제회복을 신뢰해 투자를 지속했다면 그동안 크게 늘어난 돈의 일부가 금융위기시 줄어들었을 뿐이다.
위험관리는 장기적으로는 상승으로 방향을 잡고 투자할 때 분산투자, 분할매매 등을 통해 개별 선택에 따르는 위험을 분산하고 단기적, 중기적인 변동성 충격의 폭을 줄여주는 것이다. 자산관리라는 측면에서 상승시 외면하는 것은 위험관리가 아니라 위험에 빠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산이 줄어드는 것을 위험이라고 보기 때문에 폭락이 두려우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산의 개념은 절대적으로만 판단해서는 오류를 범하기 쉬우며 어떠한 상대적인 개념으로 판단하는지가 중요하다. 1950년대 60년대에 비해 모든 한국사람들이 엄청나게 잘 살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못산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현재와 과거의 상대적인 비교가 아니라 지금 주변 사람과의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잘사는지 못사는지를 느끼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고, 시장이 오르고, 주변 사람들 자산이 늘어날 때 자신의 자산이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자산을 지켰다고 말하기 곤란하며, 다른 사람 대비해 상대적으로 자산이 줄어든 것이다. 위험관리를 자산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방어로 보는 이상, 위험관리한다면서 상승시에도 투자에 동참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자산이 줄어들게 하는 것은 위험에 빠져드는 것이 된다.
◆장기추세에 몰빵하는 것은 위험관리가 아니다
그러면 상승인지 하락인지에 대한 판단이 힘들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터인데, 추세에 대한 순응을 답으로 하면 된다. 과거 어느 시점 대비해서는 올라 있지만 또 다른 시점에 대비해서는 내려와 있는데, 그중에서 어떤 것이 추세냐(상승 추세냐 하락추세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추세의 기간은 어떻게 설정해도 상관없다고 답을 해도 된다. 기본으로 설정한 기간에 의거한 추세가 상승이면 상승, 하락이면 하락으로 보면서 이를 장기추세로 정의내린다.
한편 그보다 짧은 기간에 의거한 추세인 중기추세와 단기추세는 장기추세와 어긋날 때도 있고 동행할 때도 있다. 장기추세를 기준으로 하면서 위험관리를 단기/중기 추세를 감안해 수행하면 된다. 장기추세도 언젠가 변하며, 장기추세가 변한 것이 확연히 드러날 때쯤이면 이미 시장이 너무 크게 달라져 있는 경우도 있다. 뒷북을 치며 늦게 대응 시 타격이 너무 클 수도 있다. 따라서 단기/중기 추세에 의해 비중을 가끔 조절해간다면 장기추세에만 의존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관리가 이루어진다. 또는 장기 전망과 어긋나는 방향에서 레버리지 효과가 얻어질 수 있는 보험 성격에 해당하는 것에 자산의 일부를 넣어두어도 된다.
'장기추세에만 몰빵하는 것'이나 '한 종목에만 몰빵하는 것'이나 '한꺼번에 몰빵으로 매매하는 것'이나 비슷한 유형의 위험이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 투자대상에 대한 분산과 적립식투자 등을 통해서 마찬가지의 위험관리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다음과 같다.
1. '장기추세에 몰빵하는 것'에 대한 위험관리는 단기, 중기 추세에 의해 비중을 조절
2. '한종목에 몰빵하는 것'에 대한 위험관리는 여러 투자 대상에 분산
3. '한꺼번에 몰빵으로 매매하는 것'에 대한 위험관리는 분할매매
◆장기추세에 거스르는 것은 스스로 위험에 빠지는 길
장기추세에 거스르는 것은 위험관리가 아니라 위험에 빠지는 것이며, 장기추세에 순응하면서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하락이 장기추세일 때에도 마찬가지다. 장기하락을 예상할 때에는 투자의 기본 축이 하락에 순응하는 것이며 가끔 나타나는 상승 (또는 반등)에 대비하는 것을 오히려 위험관리로 보아야 한다.
국가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고 투자대상마다 다르긴 하지만, 큰 역사의 흐름을 보자면, 일반적으로 상승주기는 완만한 속도로 오래 지속되고 하락주기는 빠른 속도로 짧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하락을 투자의 기본 축으로 한다면 타이밍을 맞추기 더욱 힘들 뿐더러, 위험에 빠질 때 더욱 깊게 빠져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을 매수한 뒤 나타나는 하락 시 위험보다 대주를 하여 주식을 빌려 판 뒤 나타나는 상승시 위험이 훨씬 더 크다. 왜냐하면 주가 하락에는 결국은 한계가 나타나고 0 원까지 내려갈 수 없어서 아무리 하락하더라도 부도날 회사가 아닌 이상 원금의 일부는 건질 수 있는 반면, 대주시 주가가 2배로만 올라도 원금 전부를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시장이나 개별 상품 가격이 오를 때 100% 오르는 현상이 결코 희귀한 현상이 아니며 그 이상 얼마든지 오를 수도 있다. 상승으로 예상할 때 나타나는 하락만이 위험이 아니라 하락으로 바라볼 때 나타나는 상승도 위험한 것이고, 때로는 더 위험한 것임을 인지해야한다.
◆예기치 않은 상승과 하락에 대비하는 것이 위험관리
인플레이션이라고 보면서 디플레이션에 대비하는 경우는 많지만 디플레이션이라고 보면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다. 디플레이션이라고 보면서 디플레이션이 올 때 유리할 태도만 취하고 있으면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위험관리가 전혀 안 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라고 볼 때에는 디플레이션에 대비하는 것이 위험관리이듯, 디플레이션이라고 볼 때에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것이 위험관리다. 장기 상승으로 볼 때에 예기치 않은 하락에 대비하는 것이 위험관리이듯 장기 하락으로 볼 때에도 예기치 않은 상승에 대비하는 것이 위험관리다.
어차피 장기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은 전문가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미래를 전망하느냐에 상관없이 위험관리는 똑같이 중요하다. 그 위험관리는 전망과 일치되는 방향의 행동이 아니라 전망과 다른 방향이 나타날 때 적합하게끔 취해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