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마실 때 아쉬웠던 알코올 도수는 소주가 채워주고, 소주의 진한 뒤끝에 대한 부담감은 맥주로 중화시켜주는 게 '소맥'의 매력. 그런데 정작 국내 1, 2위 맥주 라이벌인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는 소맥이 맥주 본연의 맛을 살리는 묘수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속내는 모를 일. 소주 한병당 보통 맥주 2병이 소비되는 소맥 덕에 이들 기업의 맥주 판매량도 덩달아 오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이트, "그냥도 좋고 타서 마셔도 좋다"
이를 마케팅에도 이용했을까? 요즘 술자리나 맥주 영업시장에서는 하이트의 드라이피니시d가 소주와 섞어 먹으면 맛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드라이피니시d가 출시되기 전까지 소맥을 즐기던 사람들이 카스만 찾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하이트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이 판매전략으로 말했을 수는 있지만 소주에 타먹도록 하는 것은 사실 우리의 원칙은 아니다"며 "우리는 맥주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이피니시d는 부드러운 맛은 조금 덜하지만 소주의 당분과 더해지면 부드러운 맛이 가미되는 감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냥 마시는 게 가장 좋고, 타서 마셔도 좋다는 식이다.
드라이피니시d는 지난 8월 출시 이후 4개월간 비수기임에도 1700만병(500ml, 서울 수도권)이 팔렸다. 병의 디자인에도 한층 신경 써 외국산 맥주와 같은 인상을 풍긴다.
하이트의 드라이피니시d는 2006년 맥스를 출시한 이래 4년 만의 신제품이다. 2007년부터 매년 카스 레드, 레몬, 2X, 라이트를 선보인 오비맥주와 대조된다.
하이트는 현재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오비가 크게 부담스러운 눈치다. 하이트는 하이트, 맥스, 드라이피니시d 등 개별 브랜드를 차별화해 '슬로 앤 스테디'(Slow & Steady)전략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오비, "저칼로리 돌풍 여성에게 먹힌다"
하이트에 드라이피니시d가 있다면 오비에는 카스라이트가 있다.
대표브랜드 카스를 얼굴로 내세운 오비는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맥주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출고조사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2006년 40.27%이던 점유율을 2010년 9월 말 45.72%로 끌어올려 하이트(54.28%)와의 격차를 한자릿수로 줄였다.
오비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성장한 것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상품개발과 달라진 기업문화에 기인한다"며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파티션을 없앤 것은 물론 사장과 직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듣고 얘기하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출시한 카스라이트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저칼로리맥주'를 강조한 카스라이트는 맥주를 좋아하지만 칼로리를 걱정하던 여성 소비자에게 먹혀 들었다. 카스라이트는 출시 이후 173일 만에 5000만병을 돌파하는 등 오비맥주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상대방 텃밭을 공략하라
전통적으로 경남은 하이트가, 서울과 수도권은 오비가 강세인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의 마케팅은 각각 상대의 텃밭을 겨냥하고 있다.
하이트는 드라이피니시d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점적으로 공략 중이다. 오비와 비교해 4대 6 정도로 열세인 수도권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오비맥주는 하이트가 꽉 잡고 있는 경남지역 공략에 나섰다. 경남 마산에 공장이 있는 하이트맥주는 경남지역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카스는 이곳을 공격하기 위해 친밀감으로 접근했다. 현재 카스 광고모델인 2PM을 그대로 활용하되 부산 출신인 우영을 앞세워 경상도 사투리로 영화 '친구'를 패러디했다.
◆ 내년 맥주시장은?
현재 오비맥주가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류업계는 내년 하이트의 도약을 점치고 있다. 내년 1월은 진로와 합병 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영업망 분리 정책이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 하이트로서는 대대적인 영업망 확대가 예상된다.
아직 하이트는 조심스럽다. 업계의 강력한 견제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하이트 측은 진로와 전면적으로 영업망을 통합할지, 부분적으로 할지, 시스템적으로 할지 효율성을 두고 고심 중이다.
◆ 극과 극 마케팅
하이트 "맥주 본연의 맛" vs. 진로 "소맥 제조법 전도"
진로-하이트, 배 다른 형제는 어쩔 수 없다?
한배를 탄 진로와 하이트가 상반되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맥주 본연의 맛을 강조하면서 ‘굿 피니시’(Good Finish)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굿 피니시(Good Finish) 캠페인의 골자는 송년회에서 과음으로 빚어지는 사건사고와 가족 간의 불화를 줄이자는 것.
그런데 하이트에 인수 합병된 진로는 이와 다른 모습이다. 자사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폭탄주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진로가 지난 10월 내놓은 '참이슬 술계부' 애플리케이션은 새로운 음주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취지로 개발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에는 음주량 측정을 위한 술계부, 즐거운 술자리를 위한 술자리 게임과 함께 '맛있는 술 제조비법'이 담겨있다. 비법은 3가지 폭탄주 제조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다. 이들은 진로의 참이슬, 복분자주, 하이트 제품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로 각각 삼색주, 입맞춤주, 고진감래주로 명명했다.
진로는 자사 홈페이지에서는 '건강음주법 10조'를 소개하며 그중 하나로 최악의 주법이 혼주(混酒)라고 밝히고 있다. 섞어 마시는 것은 위나 간장에 미치는 해독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영태 하이트-진로 홍보부장은 "(맛있는 술 제조비법은)흥미 위주로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주류업체에서 공식적으로 섞어먹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