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고 읽는 금융상식
 
 <뻔뻔한 딕 & 제인> <하면 된다>

 불공평한 세상에 던진 유쾌한 반란
 
 세상에 속고 치이다 보면 어느 순간 발끈하게 된다. "나를 3류 취급하는 은행을 털어볼까?" "잘난척하는 친구녀석의 보석상을 털어볼까?" "사사건건 트집만 잡는 저 부장을 그냥" 별의 별 상상을 다 하며 '두 주먹 불끈' 전의를 불태운다. 당장이라도 상사의 멱살을 잡고 내동댕이 칠 기세다.

 그러나...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뜨면 눈앞에 펼쳐지는 건 한없이 작고 소심한 내 모습. 떠오르는 건 천사 같은 아이들, 키워주신 부모님, 나 하나만 의지하고 사는 아내(혹은 남편)다. 순간 "그래 내가 참아야지" 한숨과 함께 화를 삼키며 다시 소심남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 가족의 힘으로 그 선을 넘어버리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 <뻔뻔한 딕 & 제인(원제 Fun With Dick And Jane)>과 <하면 된다>는 함께 똘똘 뭉쳐 범죄조차 지독한 현실에의 유쾌한 복수로, 세상을 살아나가는 힘으로 여기게 되는 가족을 그리고 있다. 킥킥거리며 웃다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영화와 소재를 제공한 실제 배경도 함께 알아보자.
 
 


 <하면 된다> 2000

 보험금은 피보다 진하다?
 
 차압딱지가 붙은 집을 뒤로 하고, 달동네 단칸방으로 이사를 온 병환네는 포장마차에서 아픈 속을 달랜다. 얼큰하게 취한 병환은 길가에 서 있는 트럭 뒤에서 볼일을 보다 트럭에 치인다. 병환은 다행히 눈을 뜨지만 치료비 이야기에 다시 기절한다. 치료비 마련에 전전긍긍하던 병환의 아내 정림은 통장들을 살펴보던 중 예전에 넣어두었던 상해보험을 발견하고 생각지 못했던 보험금을 타게 된다. 병원비를 내고도 남은 돈을 바라보며 새로운 돈벌이에 눈을 뜬 병환은 가족과 함께 보험 사기극을 벌이게 된다.

 그러던 중 의도적 사고의 낌새를 눈치챈 보험사 직원 충언이 찾아와 고소장을 가족들에게 들이민다. 고민 끝에 가족들은 딸을 시켜 그를 유혹하여 사위로 맞이하고 가족의 일원이 된 충언은 생명보험을 마지막 한탕으로 제시한다. 희생양을 찾아 헤매던 가족들은 정림의 먼 친척 광태를 서울로 불러들인다. 우여곡절 끝에 광태가 죽고 생명 보험금을 타게 되자 그들의 탐욕은 밖에 드러날 정도가 된다. 서서히 '내 몫'을 요구하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결국 가족은 분해된다.
 


 영화는 돈을 위해 끈끈하게 뭉쳤다가 돈에 의해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와해되는 가족의 모습을 거리낌없이 보여준다. 한국사회는 IMF사태 후 중산층이 붕괴, 소득격차의 심화, 실업문제 등으로 고통 받았다. 가족의 의미가 무너지고 집안을 책임져야 할 가장이 집을 나가거나 노부모, 아이들을 버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현재까지도 보험금을 노린 사기극이 뉴스에 빈번하다. 영화 초반 아들을 위해 자신의 우동 그릇을 내주던 아버지가 보험금을 노리고 자식의 생명보험을 드는 극단적인 변화에서 피붙이 마저 돈벌이로 생각하게 만드는 박한 세상에 대한 야속함을 느끼게 된다.
 
 
 

 

 <뻔뻔한 딕 & 제인> 2005

 세상이 만든 뻔뻔함
 
 잘 나가는 IT기업의 홍보담당자 딕은 꿈꾸던 내 집 마련에 부사장으로 승진도 하고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 같은 기분에 들떠 있다. 아내 제인은 딕의 승진으로 아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 말 그대로 꿈이 실현된 기쁨에 충만한 딕이 승진 후 첫 출근한 날 불행이 닥친다. 회사의 갑작스런 파산. 믿었던 회장은 이미 주식을 챙겨 발을 빼고 딕과 제인은 눈 깜짝할 순간에 빚더미에 오른다.

 이웃과 비교되는 최하의 생활을 이어가던 그들은 예전의 안락한 생활을 찾기 위해서는 한없이 뻔뻔해져야 한다고 다짐한다. 처음엔 강도로 분장하고 가게에서 푼돈이나 털던 두 사람은 차츰 대담해져 점점 큰 일을 도모한다. 그러던 중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는 회장에게 복수를 하려고 마음 먹는다.
 
 



 영화는 미국사회를 들썩이게 만든 에너지 기업 엔론의 주가조작 사건을 풍자했다. '엔론 스캔들'은 포브스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7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탄탄한 회사로 인정받던 에너지 그룹 엔론사가 2002년, 분식회계로 655억달러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부도를 기록하며 파산했지만 켄 레이 회장과 몇몇 경영자는 부외거래(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거래)로 거액을 챙겼던 사건이다.
 
퇴직연금을 자사 주식으로 채웠던 직원들은 가난과 실직의 고통에 처했고, 월스트리트의 신용도 산산이 부서졌다. 반면 켄 레이 회장은 스톡옵션으로 2억500만 달러를 챙겼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불공평한 사회와 사기꾼이나 다름없는 회장에게 복수의 주먹을 휘두르지만 현실의 피해자들은 동전 한닢을 아끼면서 죽지 못해 삶을 유지해간다. 단지 가족의 단란함을 유지하고 작은 선물을 살 수 있을 여유가 필요했던 소시민들은 몇몇의 부도덕함과 이를 방관하는 사회 때문에 파산하고 아파한다.

 돈만 된다면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의 도덕적 해이는 잠시 눈감는 사회가 결국은 그 구성원인 가족마저도 변질시키는 내용의 영화들을 보면서 나에게 이익이 된다고 해서 쉽게 방관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용어해설>
 분식회계란?
 
 분식회계(window dressing settlement)는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 등을 크게 부풀리고 부채를 적게 계상함으로써 재무상태나 경영성과, 그리고 재무상태의 변동을 고의로 조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을 하는 기업이 1만개 분량의 재고를 갖고 있는데 10만개 분량으로 적는다든가, 주식투자를 해서 큰 손실을 입고 있는데도 주식의 가치를 매수한 값으로 계산하는 것이 대표적인 분식회계 수법이다. 이렇게 분식회계를 통해 그 기업의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리고 투자자들은 그 가치를 믿고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보게 된다.

 분식회계가 일어나는 이유는 우선 자금 차입이 쉬워질 뿐만 아니라 금융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매출액이 크고, 순이익이 높으면 우량 기업으로 인정되어 차입 자금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금리가 낮아진다.
 
또한 주식시장에서는 반기, 분기 재무제표를 공시할 때, 순이익이 높으면 주가가 그만큼 높게 형성된다는 점을 이용해 자금 차입 비용을 절감하고, 주가를 높이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불법행위다.
 
 <자주 발생하는 분식결산 사례>
 
 *재고자산을 실제보다 부풀린다.
 *외상판매를 가짜로 만들어 매출액을 늘린다.
 *자산가치를 실제가치보다 높게 평가한다.
 *못받게 된 외상매출금을 결손처리하지 않는다.
 *올해 비용을 다음해로 넘긴다.
 *기계장치 등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적게 계상한다.
 *임시로 들어온 자금이나 선수금을 매출액으로 잡는다.
 *단기채무를 장기채무로 표시한다.
 *있지도 않은 외상미수금을 만들어 영업수익을 늘린다.
 
 윤혜령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