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이물질에 식품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물질과 전면전을 벌여야 할 판이다. 어떤 업체든 이물질이 제보되면 그 즉시 비상 상황에 돌입한다. 전파력이 대단해 영업타격이 극심한데다 초기 대응을 잘못하면 사후 수습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하는 식품업체들의 이물질 대응 매뉴얼은 어떤 게 있을까.
1. 속공형
이번 파리바게뜨의 경우다. 파리바게뜨는 사건이 터지자 식약청 신고는 물론 경찰 수사의뢰와 기자회견을 단 하루 만에 마쳤다. 이를 통해 여론의 화살을 블랙컨슈머 쪽으로 돌리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파리바게뜨 측은 쥐 식빵 사건이 터지자 곧 바로 경찰을 찾았다. 식빵 사진 유포자를 찾기 어렵고 현물을 수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법권을 가진 경찰만이 사건을 보다 확실하고 빠르게 종결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결과, 쥐 식빵 사진 유포자는 경쟁업체인 뚜레쥬르(CJ푸드빌)의 가맹점주로 드러났다. 그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도용해 제보 글을 올렸지만 결국 들키고 말았다. 이후 수세에 몰리자 그는 결국 자작극임을 실토했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파리바게뜨 측은 "이번 사건으로 손해를 본 건 결국 우리"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업체의 잘못이건 블랙컨슈머의 모함이건 이물질 사건이 불거지면 업체로서는 큰 타격을 입는다"며 "소비자들은 어떻게 사건이 종결됐는지보다 이물질의 이미지 잔상이 더 오래 남기 때문에 앞으로의 대응 여부가 과제"라고 말했다.
2. 리베로형
대부분의 기업들이 응대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고객의 부주의를 다그치기에 앞서 업체의 과실이 없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아'다르고 '어'다르듯 성난 소비자를 잘 구슬려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화가 난 소비자를 달래는 게 우선”이라며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발생한 사건이라도 업체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세를 낮추고 맞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물질 혼입 제보가 들어왔을 때 식품업체들은 가장 먼저 상태를 확인하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제품 회수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오해를 사 제품회수가 거부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기업의 책임회피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식약청의 규정에 따라 기업 측은 이물질 혼입 발견 시 24시간 내에 신고하게 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정황이 포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에 먼저 유포되는 경우다. 기업 측이 가장 꺼리는 케이스다. 식약청 관계자는 "소비자는 온라인에 사진을 유포하기에 앞서 해당 업체나 행정기관에 먼저 신고해야 옳다"며 "식약청에서도 소비자에게 이 같은 절차를 홍보해 불안심리가 증폭되고 기업 피해가 부풀려지는 부작용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물질 제품이 수거되면 보통 해당 제품보다 많은 수량을 제공하고, 상해 발생 시 위로금 차원의 금액을 지급한다. 벌레나 쥐 등 미생물 혼입을 가리기 위해 유충이 공장 부근에서 발생하는 유충인지도 모니터링한다.
그러나 고객이 허무맹랑한 금액을 요구할 경우 블랙컨슈머로 보고 식약청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맡기기도 한다.
3. 백어택(Back Attack)형
농심은 지난 2008년 터진 ‘쥐머리 새우깡’ 사건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였다. 이후 식약청으로부터 새우깡을 생산하는 한국과 중국공장에서 이 같은 이물질이 나올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회사 측 손실은 이미 치명적이었다. 사건 발생 후 1년 반이 지난 2009년 4분기에 이르러야 새우깡 매출이 정상화됐다. 하지만 4가지 새우깡 중 쥐머리 이미지가 남아 있는 '노래방새우깡' 은 지금도 생산하지 않는다.
농심은 이 사태 이후 소비자 클레임에 대한 대응을 강화했다. 1년 이상 교육 받은 과장 및 차장급 CS(고객 만족, Consumer Satisfaction) 마스터를 구성해 2시간 이내에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직접 방문토록 한 것.
CS 마스터는 고객의 클레임을 ▲구매 자체에 문제가 있는 설계 클레임 ▲제조 과정 중에 발생한 제조 클레임 ▲유통과정에서 보관상의 실수로 발생한 유통 클레임 ▲고객 구입 후 실수로 벌어지는 소비자 보관 클레임 등 4가지로 분류해 응대한다.
CS 마스터는 해당 문제가 4가지 유형 중 어떤 클레임인지를 설명하고 이물이 나온 증명사진을 찍고 제품을 회수해 분석에 나선다.
또 소비자가 기업을 신뢰하지 못할 때는 직접 식약청에 신고조치하도록 한다. 이 경우 CS 마스터는 식약청에 신고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머리카락, 손톱, 철 등과 같은 이물질은 식약청이 아닌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해야 한다.